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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메모리 강자 삼성전자,HBM 왜 늦어졌나

산업 전기·전자 NW리포트

메모리 강자 삼성전자,HBM 왜 늦어졌나

등록 2024.03.26 07:55

수정 2024.03.26 09:26

정단비

  기자

빠른 성장 간과, 신속한 의사결정 안해 2019년엔 HBM 연구 개발팀 해체 결정이재용 회장의 경영 공백도 영향 끼쳐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부문이 향후 2~3년 안에 반도체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부문이 향후 2~3년 안에 반도체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최초 10 nm FinFET SoC 양산 개시, 업계 최초 10 nm급 DRAM 양산 개시, 세계 최초 '1TB eUFS' 양산, 세계 최초 3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 세계 최초 6세대 V낸드 SSD 양산, 업계 최초 12단 3D-TSV 패키징 기술 개발, 세계 최초 3나노 초미세공정 기술 개발, 세계 최초 12나노급 D램 양산'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세운 기록들이다. 이밖에도 '업계 최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의 기록들은 많다. 그정도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언급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줬고 주주들의 질타까지 받아야했다. 메모리 강자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늦었던 이유는 무엇이였을까.

AI로 급부상한 HBM···대체 뭐길래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46~49%씩, 미국 마이크론은 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4세대인 HBM3로 한정하면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트랜드포스는 HBM 매출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6%, 2023년 8.4%에서 올해 20.1%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점차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HBM이 무엇이길래 반도체 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것일까. 우선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부터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순으로 개발돼왔고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5세대(HBM3E)의 승기를 잡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HBM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챗GPT 등 AI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다. HBM이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HBM 위상을 이해하려면 엔비디아 얘기가 빠질 수 없다. 굴지의 빅테크 기업들이 줄서서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가고 있고 그 엔비디아의 AI 칩에 HBM이 필요하다. 즉, 엔비디아가 HBM 시장에서 최대의 고객사인 셈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현주소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삼성전자는 현재 이같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돈독한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있다. HBM3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9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 DS부문보다 한발 빠르게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지난주 개최된 'GTC 2024' 행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HBM을)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팀 해체 등 HBM 시장 간과한 삼성


반도체 강자였던 삼성전자가 왜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줘야했을까.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온다. 그중 삼성전자가 HBM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채 간과했던 점이 가장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당시 경영진의 판단 미스, 신속한 의사결정 부재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그럴법도 한 것이 HBM의 첫 등장은 2015년이다. 거의 10년전부터 세상에 등장했고 HBM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정도 밖에 안됐다. HBM의 탄생도 SK하이닉스가 AMD의 요구로 공동 개발한 것이 시초다. 다만 당시에는 높은 가격, 과잉 스펙, 발열 등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뿐더러, 딱히 필요로 하는 고객사도 없었다.

물론 삼성전자도 2세대부터는 양산을 시작했고 연구개발했다. 그러다 2019년 삼성전자는 관련 HBM 연구개발팀 해체를 결정했고 이같은 실기가 지금의 격차를 가져왔다고 지적된다. 그와중에 SK하이닉스는 HBM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꾸준히 이어갔기 때문이다.

사법리스크로 손발이 묶여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공백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얼마 전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2016년 국정농단 사태때부터 오랜 기간 사법리스크에 휩싸여야 했고 이는 결국 '뉴 삼성'을 위한 10년을 앗아갔다는 평이다.

HBM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뒤쳐지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오너 없는 동안 당시 실권을 잡았던 경영진이 회사 발전이나 투자보다는 실적에만 몰두한 결과, 배 밑에 구멍이 난지도 몰랐던 것"이라는 직원들의 안타까운 푸념마저 나온다.

'12단'·'마하1' 등으로 반전 노려


삼성전자는 5세대도 양산 경쟁에서 SK하이닉스는 물론 마이크론에게 한발 늦었다. 가장 먼저 치고 나온 건 마이크론이었다. 마이크론은 4세대를 건너뛰고 5세대로 직행했다. 곧이어 SK하이닉스도 지난 19일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3월말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급을 전제로 한 대규모 양산은 SK하이닉스가 최초라는 입장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뛰운 승부수는 12단(12H)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양산 소식을 알린 것은 HBM3E '8단'이다. 삼성전자는 동일한 5세대(HBM3E)이지만 경쟁사들보다 적층을 더 쌓아 한발 더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개발에 성공했다는 HBM3E 12H은 전작인 4세대 HBM3 8H 대비 성능과 용량이 50% 이상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게만 기대는 것보다 직접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반도체 칩 '마하1'을 만들어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AI 가속기 '마하1'이 추후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 등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사장)은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마하1' 개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경 사장은 "프로그래머블칩(FPGA)으로 마하1에 대한 기술 검증을 했고 시스템온칩(SoC) 디자인을 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 정도면 칩을 만들어 내년 초에는 저희 칩으로 구성된 AI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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