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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러시아법인, 판매 감소보다 더 큰 걱정은 '15년 신뢰' 훼손

현대차 러시아법인, 판매 감소보다 더 큰 걱정은 '15년 신뢰' 훼손

등록 2022.03.08 06:30

수정 2022.03.08 07:24

이승연

  기자

2007년 러시아 진출 후 '의리의 한국 기업'으로 평가 韓, 대러제재 국가 포함...15년 신뢰·명성 훼손 우려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결정하면서 현대차 러시아 법인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공장 문이라도 닫게 되면, 가동률 하락에 따른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러시아 법인의 연간 매출 규모가 약 3조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현대차 연결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일본의 수출 규제에 이어 현대차 해외 법인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판매 감소보다 더 걱정되는 건 러시아와의 관계 훼손이다. 한국 정부 역시 대(對)러 경제제재에 동참키로 하면서 지난 15년 넘게 쌓아올린 현대차와 러시아와의 두터운 신뢰 관계가 자칫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 러시아법인, 판매 감소보다 더 큰 걱정은 '15년 신뢰' 훼손 기사의 사진

한국 정부는 최근 러시아를 상대로 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다만 경제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을 역외통제(FDPR·해외직접제품규칙)' 면제 대상국에 포함,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품목의 수출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지 자동차 수출 기업인 현대차로선 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현지 생산에선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러시아에 있는 우리 기업 자회사에 대한 부품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현지 생산법인 HMMR(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 LLC)을 통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포드, 폭스바겐, 볼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러시아 시장을 손절하고 있어 현대차는 국제 사회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눈치도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기조가 장기화 되면,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재고 부족으로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 될 가능성이 크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간 20만대를 생산해 인근 유럽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올해 러시아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5.8% 많은 45만5000대에 달하지만, 현 국면이 장기화되면 달성이 요원할 전망이다.

당연히 판매 감소로 인한 실적 하락도 불가피하다. 증권가에선 이번 제재 국면으로 현대차 러시아 법인 손실 규모를 20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 팀장은 "올해 현대차는 최대 2000억원, 기아는 최대 25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의 연간 매출 규모가 약 3조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현대차 연결 실적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반도체 수급난으로 러시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공장 가동률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제재 여파와 루블화 가치 절화까지 맞물려 현대차 러시아 법인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매 감소, 실적 하락 보다 더 걱정되는 건 바로 러시아와의 관계 훼손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러시아의 반발이 불거질 수 있다. 이 경우 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둔 현대차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건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지난 2007년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와 투자협정을 맺고, 이듬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에 공장을 지었다. 투자금액은 5억 달러(한화 5800억원). 당시만 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터라 현대차로서도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5300여명에 이르는 현지 직원까지 고용하면서 현대차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게 됐다. 당시 총리였던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준공식에 참석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제재를 받았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투자 규모를 늘렸다. 생산량은 전년 대비 7600대 늘어났고, 가동률도 이미 10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같은 기간 4%p(포인트)더 끌어 올렸다. 어려운 상황에도 영업점과 생산거점을 유지한 것이 현지에서 호감을 사면서 현대차는 지금까지도 러시아 국민들로부터 '의리의 한국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한국 정부가 직접적인 제재국가에 포함되면서 상황이 꼬였다. 예전처럼 현대차 독자적으로 투자 규모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15년 가까이 쌓은 양측의 신뢰 관계가 이번 사태로 자칫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향후 러시아 시장이 재개됐을 때 현대차가 지금껏 쌓은 신뢰와 명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14년 글로벌 기업들의 대러 엑소더스 시절에도 고용과 현지 투자를 책임져온 현대차이기에 양측의 관계가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만, 이번 사태로 신뢰 관계가 흔들린다면 현대차그룹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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