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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의료 파업에도 선방···판매 전략 바꾸고 자체 제품 비중↑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의료 파업에도 선방···판매 전략 바꾸고 자체 제품 비중↑

등록 2024.05.02 17:38

유수인

  기자

제약사 1분기 호실적···보령·HK이노엔 '코프로모션' 효과 새 거래처 확보로 항암제 매출도 보존, 2분기부턴 예의주시한미·대웅 '신약'이 견인, 유한·동아는 처방약 감소 영향

뉴스웨이DB뉴스웨이DB

전문의약품(ETC) 중심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의료파업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호실적을 달성했다. 그간 업계에선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이후 입원·수술 환자가 줄면서 의사 처방이 필요한 ETC 품목들의 매출도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제약사들은 신약 등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다양화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보령 2024년 1분기 IR리포트 제공보령 2024년 1분기 IR리포트 제공

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보령은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2% 늘어난 16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ETC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15.4% 증가한 1962억원으로 집계되며 2000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이 같은 실적 성장에는 신규 코프로모션(공동판매) 효과 등이 주효했다.

보령은 올해부터 HK이노엔과 손을 잡고 자사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패밀리'와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케이캡을 포함한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Care) 부문 매출이 622억원으로 전년(397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카나브패밀리 또한 코프로모션 효과를 톡톡히 보며 381억원의 매출 실적을 냈다. 전년 1분기보다 15.5% 성장한 수치다. 카나브패밀리를 포함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사업 매출은 434억원이었다.

보령은 항암제 사업에서도 선방했다. 항암제는 대학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제이기 때문에 매출 감소가 유력한 품목으로 꼽혔다. 하지만 보령은 항암 분야에서 560억원의 매출을 내며 전년(520억원) 대비 소폭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보령이 암 진료 협력병원을 중심으로 새 거래처 확보에 나서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암 진료 협력병원이란 암 진료 적정성 평가 1·2등급에 해당하는 등 암 진료의 역량을 갖춘 종합병원이다. 상급종합병원과의 진료협력을 통해 암 환자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운영된다. 정부는 암 진료 협력병원을 68개까지 확대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암제가 병원에 들어가는 의약품이다 보니 처방이 미뤄지며 매출이 감소할 거란 예측이 많았다. 다만 암이 중증질환이라 진료우선순위에 포함되면서 어느 정도 진료가 이뤄졌고, 품목 수도 워낙 많다보니 의료파업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현 사태가 장기화되면 2분기부터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K이노엔은 기초수액제 사업 일부가 의료파업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체 매출은 두자릿수 성장했다. 회사의 올 1분기 매출액은 2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고 영업이익은 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급증했다.

여기에는 '케이캡'의 국내 코프로모션 계약구조 변경이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HK이노엔은 지난 5년간 '케이캡'의 처방확대를 이끌어 온 종근당과 결별하고 올해 새 파트너로 보령을 맞이한 바 있다. 종근당과의 계약에 비해 수수료 등이 유리하게 적용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캡 처방도 확대됐다. 케이캡은 올 1분기 452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분기 처방실적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26.8% 성장한 수치다. 전체 매출은 519억원으로, 이 중 국내가 505억원, 수출이 13억원이다.

또 HK이노엔은 수액 부문에서도 전년 대비 9.7% 성장하며 총 2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초수액제는 병원 입원 시 환자를 살리는 생명수와 같은 필수의약품이다. 최근 전공의 이탈로 대형병원 수술·입원 환자가 줄면서 전문의약품 사용이 줄고 있지만 수액의 개당 가격이 1000원 안팎에 불과해 전체 실적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 치료제를 대표제품으로 내세우는 대형 제약사들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한미약품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액이 40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766억원으로 27.9% 늘었다. 특히 한미약품은 매출액의 84%를 자체 매출로 채우는 등 개량·복합신약 중심의 ETC 제품들이 실적을 견인했다.

제품별 매출을 살펴보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 매출이 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성장했고,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가 362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대웅제약은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2966억원, 영업이익 31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0.6% 성장한 수치다.

이 같은 호실적은 대웅제약의 3대 혁신 신약 '펙수클루, 엔블로, 나보타'가 견인했다.

특히 '케이캡'과 같은 P-CAB 제제 신약인 펙수클루는 이번 1분기 처방액이 1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7% 성장했다. 이는 국내 처방액 상위 10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2분기부터 종근당과 펙수클루 공동판매를 시작해 올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제약사는 1분기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종근당은 '케이캡' 공동판매 종료 영향으로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했다. 매출은 3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68억원으로 같은 기간 11% 줄었다.

유한양행은 의료 대란 영향으로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4446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7.4% 감소한 5억7800만원었다.

회사에 따르면, 올 1분기 ETC 매출은 2626억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었고, 일반의약품(OTC)는 469억원으로 3.2% 감소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ETC 전문 계열사 동아에스티도 일부 처방의약품 품목 매출이 줄었다. 1분기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1401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9% 감소한 7억원에 불과했다.

ETC 사업 부문만 보면 전체 매출액은 1016억원으로 전년보다 0.6% 증가했다. 위염치료제 스티렌(전년 대비 13.5%↓), 손발톱무좀치료제 주블리아(전년 대비 8.8%↓), 소화성궤양치료제 가스터(전년 대비 3.5%↓) 등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인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이 전년보다 15.1% 성장했고, 당뇨치료제 슈가논이 전년보다 8%,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이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GC녹십자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심혈관‧내분비‧소화기 등 프라이머리 케어(Primary Care, PC) 사업 부문이 자체 제품 비중 확대로 전년보다 63% 성장하는 성과를 보였다.

GC녹십자의 1분기 매출액은 3568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손실은 150억원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혈액제제류가 전년(1033억원)보다 감소한 894억원을 기록했지만 ETC 품목은 1067억원으로 전년(915억원)보다 늘었고, 백신 사업도 315억원으로 전년 271억원보다 증가했다. OTC 부문은 276억원으로 전년(381억원)보다 줄었다.

회사 측은 "연초 독감 유행으로 페라미플루 매출이 증가했고, 심혈관계 ETC 품목들도 고속 성장했다. 자사 고혈압, 고지혈증 치료제 매출은 전년보다 22% 확대됐다"며 "당뇨 제네릭 제품들도 시장에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쪽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으면 의료 파업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새로운 환자가 있어야 처방이 증가하거나 대형 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의약품을 주력으로 한다면 2분기부터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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