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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무원 복지부동? 무조건 탓 할 일인가

오피니언 기자수첩

[주혜린의 응답하라 세종]공무원 복지부동? 무조건 탓 할 일인가

등록 2021.03.11 13:31

주혜린

  기자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정부 부처들 반발···레임덕 논란최근 산업부 공무원들 구속···관료 하대 분위기 일상화공무원들 사기 떨어져···‘책임’ 떠안는 일 피하자 분위기

공무원 복지부동? 무조건 탓 할 일인가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가덕도 신공항에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과감한 정책으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 주십시오”라며 공직자들에게 적극행정을 당부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말에 공직사회의 소극행정, 복지부동에 쓴소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당이 야심 차게 밀어붙이던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대해 정부 부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국토부·기획재정부·법무부 등 3개 부처가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여당이 주도하는 법안에 정부부처가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낸 건 대단히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레임덕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관료들이 향후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주요 국정 현안에 책임을 지지 않고 추후 책임질만한 일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사회 기류가 바뀐 것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계기가 됐다는 추측이 많다. 월성원전 문제처럼 나중에 법적 문제로 비화할 경우,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현 정권의 정책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고 상부의 지시를 받아 자료를 삭제했을 것이다. 백운규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무 공무원들만 구속됐고 정작 윗선 책임자들은 멀쩡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력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경제부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경제부처 패싱’이 일상화되면서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것도 있다.

최근까지 잇달아 논의된 긴급재난지원금 편성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담당 부처인 기재부를 건너 뛰고 여권이 주요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는 이른바 ‘기재부 패싱’은 일상다반사가 된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처음에 반대하다 번번히 소신을 접곤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최근에는 ‘패싱’을 뛰어넘어 관료를 인격적으로 하대하거나 모욕을 주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당은 반기를 든 경제부총리에게 “정말 나쁜 사람”, “개혁 저항 세력”, “자린고비”,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 등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쓴소리를 내면 묵살되고 지시대로 열심히 일한 자는 탈이 나고, 정책 실패 책임은 관료들 탓이 됐다. 이쯤되면 ‘책임’을 떠안는 일만큼은 피하자는 면피성 분위기도 납득이 간다. 당·청이 관료들을 하대하고 일방적으로 주요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물론 관료들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권 초반에 잘못된 정책 방향에 이의를 제기했어야 하고, 정치 공세에 끌려다니기만 했던 관료들의 처신이 하대 분위기를 조장한 측면도 있다.

오노레 드 발자크는 ‘공무원 생리학’이라는 저서에서 공무원을 이렇게 표현했다.“하찮은 물건이어도 이것 없이는 기계가 안 돌아가지”. 또 “공무원이 나랏일을 한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공무원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책의 책임은 정치인의 몫이다. 당·청은 관료사회의 복지부동을 질타하기 전에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자성부터 해야 한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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