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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비운 ‘회장님’···위협 받는 ‘총수경영’

자리 비운 ‘회장님’···위협 받는 ‘총수경영’

등록 2017.10.26 07:30

수정 2017.10.26 10:14

강길홍

  기자

주요 그룹 총수, 공백·교체 과도기와병·구속·재판·별세 등 사유 재각각총수가 제 역할 못하는 위기 기업도경영공백 장기화로 경쟁력 상실 우려

이건희 삼성 회장이건희 삼성 회장

재벌 기업의 오너를 흔히 ‘총수’라고 부른다.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 공정위에서는 ‘동일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동일인은 개인이 될 수도 있지만 ‘주인 없는 회사’의 경우 법인이 지정되기도 한다.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총수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는 단점도 있지만 한국 주요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발판이 됐던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총수경영이 위협받고 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장님’이 자리를 비우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사정이 가장 심각하다. 삼성그룹의 동일인은 이건희 회장이지만 2014년 5월11일 갑작스런 호급곤란 및 심근경색 증상으로 쓰러진 뒤로 아직까지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삼성을 이끌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되면서 삼성의 경영공백이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 측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장기간의 경영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은 정몽구 회장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 회장의 건강을 묻는 질문에 “다음에”라고만 짧게 대답했다.

정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사이에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사드보복의 여파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 부회장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위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LG그룹의 총수는 구본무 회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구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비롯해 분기마다 열리는 임원세미나도 주재했다. 총수가 주재하는 것이 관례인 업적보고회도 구 부회장이 주재할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동일인은 신격호 명예회장이지만 이미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해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95세 고령인 신 명예회장은 지난 6월2일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인 지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씨와 기나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고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사드보복의 여파로 실적이 추락하고 있지만 신 회장은 매주 진행되는 재판 탓에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OCI그룹은 이수영 회장이 지난 21일 별세하면서 총수공백 상태에 빠졌다. 장남인 이우현 OCI 사장이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승계 과정이 주목된다. OCI는 이 회장(10.92%),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5.40%) 등 창업주인 고 이회림 명예회장의 삼형제가 나란히 상당수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사장의 보유지분은 0.50%에 불과하다.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달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회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상무는 아직 그룹을 이끌어가기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동부그룹은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고 총수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취임식에서 “전임 회장의 그룹경영 전략을 그대로 승계해 추진하되 보상과 책임이 따르는 자율경영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의 총수가 공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로도 사상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경영인(CEO)을 필두로 하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총수공백에 따른 경영 위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면서 미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삼성은 매년 단기 계획과 장기 계획을 짜고 있는데 단기적 측면에서는 영향이 없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조언이 필요할 수 있고 그런 면에서 장애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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