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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천만요정? 백프로 운이죠”

[인터뷰] 오달수 “천만요정? 백프로 운이죠”

등록 2016.04.05 06:00

이이슬

  기자

‘대배우’ 연극배우 장성필 나와 닮아
연극시절 미련할 정도로 열정적

오달수/ 사진=최신혜 기자오달수/ 사진=최신혜 기자


배우 오달수는 담백하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담백한 진심의 미덕을 아는 배우다. 아니 사람이라는 말이 더 적당할 듯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오달수가 그러했고, 영화 ‘대배우’(감독 석민우)를 통해 만난 오달수가 그랬다.

오달수는 미담으로 가득한 배우다.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중에 그를 험담하는 배우는 없다. 그와 어떻게 하면 친해질 지 고민하거나, 작업을 통해 그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가 왜 천만영화에 줄줄이 출연하며 ‘천만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 뿐이랴, 그의 고향인 연극판의 성지인 대학로에서도 오달수의 미담은 끊이지 않는다. 대학로 골목골목 자리한 배우들이 자주 찾는 술집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후배 배우들을 위해 대신 계산을 하고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일화도 풍문으로 전해진다.

궁금했다. 이 배우는 어떤 사람이기에 온통 칭찬일색일까. 혹시 구전되며 포장된 이미지는 아닐까. 걱정은 기우였다. 마주한 오달수는 소탈했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마치 그의 사람냄새 나는 연기처럼.

“편하게 이야기 나누실까요.”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오달수는 술을 한 모금 들이키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는 진심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화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걱정했어요.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불편하게 볼 영화는 아니고 편안하게 즐기는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마지막에 페이소스가 잘 전달된다면 나름대로 소귀의 성과를 거두지 않을까. 그런 오만한 자신감이랄까요.(웃음) 어차피 마음을 불편하게 가져봤자 영화가 달라질 것도 아니고. 허허”


◆ 오달수, ‘대배우’로 첫 단독 주연

영화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던 장성필이 새로운 꿈을 좇아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다. 영화에서 오달수는 20년간 무대에 오르는 연극배우 장성필로 분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비록 100억 대작은 아니지만 100억이라는 가치에 버금가는 영화라는 평을 이끈 것. 이러한 호평의 중심에는 바로 배우이자 인간 오달수가 있다.

 오달수 “천만요정? 백프로 운이죠” 기사의 사진


‘대배우’ 속 장성필은 오달수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인쇄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 오달수는 우연한 기회에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그가 데뷔한 해는 1990년. 연극판에 입성해 연기를 시작한 오달수는 16년째 연기를 하고 있다. 현재 극단 신기루 만화경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기도 한 오달수는 충무로의 녹을 먹고 있지만 누구보다 무대를 사랑하는 배우이다.

“실제 대학로 배우들을 보면 그렇게 거지같이 사는 사람 별로 없어요. 남루한게 매력이죠. 배우들이 남루하게 무대에서 버티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들이 아름답지요. 좋게 말하면 아름답죠. 연극은 힘들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영화에서 밝게 그려진 게 아니냐 하는데 사실이 그래요. 회사원들 연봉이 3,4천만원 된다고 하지요? 연극배우들은 연봉 5백만원 넘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신나게 연기하니까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 잘 보여지지 않았을까..”

오달수는 뜻밖에도 시나리오를 보고 마냥 기쁘지 만은 않았다고 한다. 장성필과 오달수가 겹쳐지는 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고. 시나리오를 공감하게 만들기 충분했지만, 오달수는 장성필과 자신을 경계하는데 주안을 두었다.

“촬영할 때 내가 자꾸 불쑥 튀어나오니까. 내가 캐릭터 옷을 걸치고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오달수가 불쑥 튀어 나오는거에요. 그 때 가면이 벗겨지죠. 연기자가 아니라 오달수가 나오면 안 되요. 또 연극배우들의 삶이 묘사된 부분도 반갑지만은 않았죠.”

 오달수 “천만요정? 백프로 운이죠” 기사의 사진



◆ 오달수, 연극에 대한 감회 남달라

대학로 무대에 매일 오르고 있는 연극배우들이 ‘대배우’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오달수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었다. 그는 연극배우 후배들을 향해 진심어린 애정이 담긴 조언을 전했다.

“극단 신기루만화경을 2000년에 만들었어요. 극단을 만들었는데 대표는 종신으로 하라고 죽을 때까지 가라 그러대.(웃음) 젊은 배우들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연극 연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하고 드라마를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면 배우로서 꾸준히 자기가 이루고 싶은 것을 향해 달려가고자 하는 게 있을 거에요.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려면 꾸준히 버티는 수밖에 없지요. 버티다보면 입에 풀칠 정도 하면서 살 수 있지요.”

오달수는 자연스럽게 배역을 입기로 유명한 배우다. 연기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그의 연기는 일상적이다. 이런 장점을 파악한 연출자들은 앞다퉈 오달수를 찾았다. 이러한 배경이 그를 ‘천만요정’으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요정에게도 ‘대배우’ 속 장성필처럼 무대를 벗어나 카메라 처음 선 순간이 존재했다.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를 통해 카메라 앞에 처음 섰어요. 욕먹은 기억밖에 없어요. 카메라 앵글에서 자꾸 벗어나니까요. 카메라 감독님이 ‘너 지금 카메라에 안 나온단 말이야’ 하시더라고요. 욕을 얻어먹으면서 가르침을 받았던 기억이 있지요. 카메라 앞에 처음 섰을 때는 말도 귀에 잘 안 들어왔어요. 낯설어서 그랬죠.”


◆ 10년 전 약속에서 출발한 ‘대배우’

석민우 감독은 박찬욱 감독 옆에서 조연출로 오랜 기간 함께했다. 오달수 역시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등 박찬욱 감독 영화에 다수 출연하며 석민우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러한 공통 카테고리는 서로를 자연스레 알게했다. 석민우 감독은 ‘대배우’를 오달수를 위한 헌정영화라고 말하며 그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가 했던 박찬욱 감독 작품에는 석민우 감독이 다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심지어 영화 ‘놈놈놈(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 잠깐 출연했는데 그 때도 석민우 감독이 조감독이었죠. 조감독은 배우가 몇시에 오고, 누가 늦는지, 언제 도착하는지 파악하죠. 배우들을 제일 먼저 체크하는 사람이 조감독이에요. 몇시에 불러야하고, 어떤 사람은 어제 불어놓아야 오늘 오는 사람들도 있고.(웃음) 어떤 취향인지 그런 것들을 조감독들이 제일 먼저 파악하는거죠. 석 감독도 자연스럽게 저를 많이 알게 되었겠죠.”

 오달수 “천만요정? 백프로 운이죠” 기사의 사진


오달수의 ‘대배우’ 출연은 석민우 감독과 맺은 찰나의 약속으로 시작되었다. 석 감독은 오달수에게 한 영화 촬영장에서 입봉을 하면 출연해달라는 제안했다. 오달수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하겠다고 했다.

“‘박쥐’ 때니까 십년 가까이 됐네요. 아주 오래 전에 맺은 약속을 취소할 수가 없잖아요. 깰 수 없는 약속이 되어 버린거죠. 현장에서 지나가다가 ‘선배님, 다음에 꼭 한 번 출연해주세요’라는 말들. 쓱 지나가버린단 말이지. 이상하게 흘려 지나가는 말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어요. 대본 읽어보지도 않고 한다고 했어요. 그 깨어지지 않는 약속 때문에.”

오달수는 자연스레 박찬욱 감독과 만남을 회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오달수를 가장 잘 활용한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오달수는 개성을 부르짖는 박찬욱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리기도 했다.

“처음 박찬욱 감독을 만났을 때 푸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 ‘올드보이’ 촬영 당시 애매모호하게 연기를 해달라고 디렉션을 주더라고요. 일반인들이 들으면 그야말로 애매모호한 디렉션일 수 있죠. 그 디렉션은 지금까지 받아본 디렉션 중에 가장 명쾌한 디렉션이었어요. 잘 맞는 거 같아요. 캐릭터 성격이나 헤매고 있었던 부분을 한 마디로 뻥 뚫어주는 부분이 있어요.”

오달수는 열심히 달렸다. 30일 개봉한 ‘대배우’를 시작으로 ‘국가대표2’, ‘터널’ 개봉과 ‘마스터’ 촬영을 앞두고 있다. 열일하는 오달수다. 천만요정을 넘어 어엿한 원톱 주연에 나선 오달수는 주연에 대한 부담에 몸살을 앓으면서도 자신의 발에 닿은 길을 내려다보았다.

“후회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렇지만 연극만큼은 미련할 정도로 후회없이 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대배우’ 만큼 열심히 연기한 적이 없어요. 제가 열심히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웃음) 주연이라는 자리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자리더군요. 지금의 인기는 100퍼센트 운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해서 될 거 같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천만영화를 찍었을까요. 운이 좋다보니 천만 영화가 나오는 거죠. 제 노력은 요만큼, 나머지는 다 운이고 작품이 좋았지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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