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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실적 악화 우려하던 KCGI, 미묘한 입장 변화

유가 리스크 우려한지 열흘만에 “영업 안정성 확보” 발언
대한항공 깜짝실적 발표…창사이래 최대매출 논란 잠재우기
부채비율 개선 신용등급 상승 방안 제안…유휴자산 매각 주장

그래픽=강기영 기자

대한항공의 실적 악화를 지적한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이 깜짝 실적을 발표한 이후, 영업능력을 인정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신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는데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1일 재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30일 ‘대한항공 신용등급은 왜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신용등급이 하락한 여파로 이자비용을 연간 1200억원 더 내고 있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항공업 이외의 투자를 지양하고 유휴자산을 매각해 적극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KCGI의 미세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KCGI는 이 자료에서 “대한항공은 이미 2015년 이후 유가 하락과 여행 수요 증가로 영업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발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당시 KCGI는 대한항공의 유류헷지에 소극적이어서 유가 급등에 따른 실적 악화 리스크가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열흘 만에 대한항공의 영업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식의 발언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은 전날인 29일 지난해 잠정실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12조651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2012년 이후 쭉 11조원대에 머물던 매출은 6년 만에 12조원대에 재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7.6% 감소한 6924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익성이 하락한 이유는 유가 상승으로 유류비 부담이 전년보다 6779억원 늘어난 여파다. 하지만 매출이 크게 성장하며 이를 어느정도 상쇄시켰다. 대한항공 측은 “외부환경 영향에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견고한 구조가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배럴당 65달러 수준이던 항공유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99달러로까지 치솟았고, 연말께 60달러선으로 하락했다. 항공유가 평균은 64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연간 항공기 유류 소비량은 3600만 배럴 수준이다. 유가는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약 37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한다. 2017년 항공유가를 대입하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예측과 달리 대한항공이 실적을 어느정도 방어하자, KCGI는 신용등급을 끌어올리고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싣고 있다. KCGI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KCGI에 따르면, 대한항공 신용등급은 2014년 상반기 A0였고, 연간 환산 총 차입금의 추정금리는 3.0%다. 2017년 하반기 신용등급은 BBB+으로, 연간 환산시 추정금리는 3.3%다. 당시 회사채 금리는 A등급 2.6%, BBB+등급 4.1%이다. 대한항공의 추정금리는 BBB+ 4.1%보다는 낮지만, A등급 2.6%보다는 높다. 신용등급이 하락(2016년)하기 전인 2014년 상반기 금리와 비교해도 소폭 상승했다. 대한항공이 2017년 하반기 신용등급 A0를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반기 기준 이자비용을 617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200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해 내실 강화에 실패했다. 당기순손실은 1676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항공사는 항공기를 임대 또는 매입하면서 외화표시 부채가 발생한다. 장부상 평가가 진행되는 연말에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이 나고, 환율이 전년 대비 오르면 손실이 생긴다.

부채가 늘어난데다 환율 변동에 의한 외화환산차손실 3636억원 발생, 영구채의 해외채권 전환 등으로 자본이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은 2017년 말 538%에서 699%로 늘어났다.

KCGI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차입금 상환을 거론했다. 필요 자금은 유휴부지를 매각하자는 방식으로 조달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만성적자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월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거나 투자목적이 모호한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인천 율도 부지 매각도 요구 중이다.

한편, KCGI는 지난해 말 한진그룹 경영권 개입을 선언했다. 저평가된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겠다는 목적이다.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사들으며 2대 주주에 오른 KCGI는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그룹 각 계열사에 미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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