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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법망 피한 주류업계, '아슬아슬' 酒 캐릭터 띄우기

오피니언 기자수첩

법망 피한 주류업계, '아슬아슬' 酒 캐릭터 띄우기

등록 2024.05.10 08:01

김제영

  기자

reporter
귀여운 두꺼비와 등장하는 소주, 미소 띤 곰돌이가 들고 있는 맥주. 캐릭터 옆에서 친숙한 이미지를 입은 술이 우리 일상에 익숙하게 파고들어 있다. 한때 여자 연예인을 앞세운 홍보가 당연히 여겨졌던 주류 광고에 이제는 친근하고 호감을 사는 캐릭터가 나오는 추세다.

국내 주류업계에서 캐릭터 마케팅에 가장 진심인 기업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두꺼비 캐릭터를 내걸고 MZ세대 내 인지도를 굳혔다. MZ세대가 진로의 파란 두꺼비를 본인 또는 친구와 동일시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마케팅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신제품인 '진로 골드'도 초기 인지도 확산을 위해 골드 두꺼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켈리도 최근 친숙한 캐릭터와 손잡고 홍보를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넷마블 자회사인 엠엔비와 협업해 게임 '쿵야 레스토랑즈' 캐릭터 양파쿵야가 그려진 아이스팩을 출시하고, 켈리 기획 상품을 구성했다. 아이스팩 속 양파쿵야는 양 손에 켈리를 들고 "기분 째져"라는 말풍선을 달고 있다. 마치 술을 권하는 모양새다.

쿵야 레스토랑즈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양파쿵야 광고는 '맥즙 머델'을 하게 됐다는 내용과 경품 이벤트를 더해 우려를 키웠다. 자칫 청소년도 친근하게 느낄 수 있어 보여서다. 쿵야는 2000년대 나온 추억의 캐릭터지만 세대 구분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카카오 이모티콘샵에 따르면 쿵야 이모티콘은 지난 1월 출시 하루 만에 10대 연령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다만 하이트진로의 켈리 공식 계정에서는 해당 광고와 관련 이벤트 내용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국민건강증진법 등 주류광고에 관한 규제를 의식한 걸로 풀이된다.

국민건강증진법 주류광고 준수사항에 따르면 주류 광고는 직·간접적으로 음주를 권장·유도·미화할 수 없고, 음주가 체력 및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도 사용할 수 없다. 주류 회사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팔로우 및 경품 이벤트 등도 진행할 수 없다.

다만 이 같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통용되는 주류 광고는 제재할 만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 주류광고 규제 등에 관한 법령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주류 광고의 캐릭터 사용으로 청소년의 음주 조장 가능성 등에 대해 문제 제기는 하고 있으나 관련 법령이 없고 기준이 모호해 확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문제시하기 어렵다"며 "법의 사각지대로 빗겨나간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국내 주류업계에 만연한 실정이다. 롯데칠성은 구미호를 인간화한 '새로구미'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혀 소주 새로를 홍보하고, 오비맥주는 웃는 곰돌이 '랄라베어'를 마스코트로 활용한다. 특히 롯데칠성은 새로 광고에서 구미호 의사 캐릭터가 소주를 마시고 수술에 나서는 장면 등이 음주 미화 위반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통보받은 바 있다.

일각에선 주류 광고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같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담배와 비교하면 온도 차가 크다. 끔찍한 경고 그림과 문구가 전부인 담뱃갑에 비해 주류 관련 광고와 음주 문화 등에 대해선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주류업계의 이 같은 마케팅은 주로 MZ세대를 겨냥하고 있어 더욱 아슬아슬하다.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운 주류 마케팅은 20·30세대뿐 아니라 10대 청소년층도 아우를 수 있어서다. 특히 미성년자가 음주를 시작하는 동기로는 '호기심'이 가장 높은 걸로 나타났다.

친근하고 익숙하면 '경각심'의 장벽이 더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음주에 대한 바른 인식, 나아가 사회에 당연히 여겨지는 음주 권유 및 장려 문화가 이대로 괜찮은 건지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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