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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한국 촬영 전 할리우드 속 한국은 어땠나?

[포커스] ‘어벤져스2’ 한국 촬영 전 할리우드 속 한국은 어땠나?

등록 2014.04.05 08:00

수정 2014.04.05 09:27

김재범

  기자

올해 초 국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보도가 영화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스튜디오의 히어로 무비 종합선물세트 ‘어벤져스’의 속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국내서 촬영된다는 내용이다. 공식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여러 추측이 쏟아졌고, 마침내 한 달 뒤 마블스튜디오의 모회사 월트디즈니 측이 한국 촬영을 발표했다. 약 보름 동안의 촬영이며 영화 속 분량은 약 20여분 정도다. 한국 배우 수현이 ‘어벤져스2’의 메인 빌런 ‘울트론’을 만드는 한국인 과학자로 등장한다. 제작진은 영화 속에서 한국을 IT강국으로 묘사할 예정이란다.

(왼쪽부터)영화 아메리칸 히스토리X, 택시, 똑바로 살아라, 레모(왼쪽부터)영화 아메리칸 히스토리X, 택시, 똑바로 살아라, 레모

◆ 신비한 아침의 나라···하지만 묘사는 대부분 부정적

‘어벤져스2’ 촬영에 앞서 할리우드가 한국 시장을 주목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심심치 않게 ‘전 세계 최초 개봉’ 타이틀을 한국에 선사하고 있다.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보다 더 큰 일본 및 중국 시장을 외면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 시장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반증이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기반을 구축한 한국 시장이야 말로 영화의 성공 여부를 빠르게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과거 할리우드가 바라본 한국은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그저 못사는 나라, 못살지만 알려지지 않은 서양의 신비한 나라, 한국인들은 일벌레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좀먹는 존재들 정도였다.

가장 확실하게 한국이 할리우드에 부각된 영화는 1985년 개봉한 가이 해밀턴 감독의 ‘레모’다. 국내 히트작은 없지만 영화팬들에게 낯이 익은 프레드 워드 주연의 이 영화에서 주인공 ‘레모’의 무술 사부로 ‘츈’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북한 신안주 태생으로, 레모에게 ‘신안주’란 무술 비급을 전수한다. 총알을 피하고 물 위를 걷는 등 다소 황당한 수준이다.

할리우드가 한국을 묘사하던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워커홀릭’ 혹은 ‘일벌레’다. 1989년 흑인 감독 스파이크리의 ‘똑바로 살아라’, 죠엘 슈마허의 1993년작 ‘폴링 다운’, 토니 케이 감독의 1998년작 ‘아메리칸 히스토리X’에서다.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고, 미국인들의 궁핍함을 더욱 촉발시킨 ‘사회의 악’이 바로 한국인들이었다. 주인공의 분풀이 대상, 혹은 그냥 죽여도 되는 ‘인간 쓰레기’, 죽인다고 해도 주변에서 박수를 받을 존재들이 영화에선 한국인들이었다.

1998년작 프랑스 영화 ‘택시’에서도 한국인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묘사는 나온다. 주인공들이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한 택시를 바라본다. 한국어로 대사가 나오고 운전기사가 나온다. 그리고 트렁크를 두들기자 다른 운전기사가 나와서 다시 운전석으로 가고, 나머지 한 사람은 또 다시 트렁크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한국인들은 생긴 것도 다들 똑같아서 저렇게 두 사람이 한 사람 몫의 일을 한다. 정말 지독한 일벌레들이고 돈벌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영화, 특히 그 전 세계 영화 트렌드를 주도하던 할리우드에 한국은 그저 미개한 나라, 못사는 나라, 돈만 밝히는 인간들이 사는 나라였다.

(왼쪽부터) 영화 어나더데이, 지.아이.조.2, 월드워Z, 백악관 최후의 날.(왼쪽부터) 영화 어나더데이, 지.아이.조.2, 월드워Z, 백악관 최후의 날.

◆ 북한(North Korea) = 대한민국?

전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에게 북한은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특히 미국 문화 산업의 중심 할리우드에서 바라본 북한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 주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과 휴전 상태인 북한의 이미지가 반대급부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전 세계에 간접적으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묘사의 가장 바로미터 중 하나로 1988년 국내에 비디오로만 출시된 ‘특명24시’가 있다. 이 영화에서 묘사된 북한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미 특수부대 요원이 북한에 포로로 잡히게되고 미 당국이 포기한 구출 작전을 포로들의 자식들인 고등학생들이 실행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북한은 영락없는 동남아의 한 국가다. 산악지역이 다수인 북한은 온데간데 없고 수상 가옥이 즐비하다. 북한 주민들의 차림새 또한 동남아 고깔모자를 쓰고 있다. 김일성의 초상화도 등장하는데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이다.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탈출하는 장면에선 한글도 등장한다. ‘조선인민항긍’이라고 또렷이 나온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2002년 국내서 개봉한 007시리즈 제20탄 ‘다이 어나더데이’에선 북한이 007의 주적으로 등장한다. 국내 언론시사회 당시 취재진의 폭소를 터트리게 한 몇 장면이 있다. 바로 북한 지역을 동남아의 한 농촌으로 묘사한 것이다. 한반도에선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물소가 버젓이 논을 메고 있었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줘도 무방할 듯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제임스 본드와 악당의 결투 장면이 나온다. 대한민국 군복을 입은 제임스 본드의 왼쪽 가슴 명찰에 ‘창천 1동대’라는 글자는 황당하다 못해 씁쓸함을 안긴다. ‘동방(동네 방위)의 도시락이 북한의 전파를 차단하는 비밀무기’란 농담을 할리우드 제작진이 입수했는지 알길은 없지만 말이다. 그저 ‘한글’이면 된다는 할리우드 제작진의 초기 실수담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다.

미국이 바라보는 북한의 또 다른 모습은 핵 위험 국가다. 최근 개봉한 ‘지.아이.조2’에선 여러 국가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위장한 ‘코브라 군단’ 소속 자르탄이 핵 미사일을 발사하고, 앞다퉈 다른 국가 정상들도 핵 미사일을 발사해 핵 전쟁을 일으킨다는 장면이 나온다. 이 가운데 북한이 포함돼 있는데, 북한의 정상이라면 개봉 시기에 비춰볼 때 김정일이 유력했을 것이다. 물론 누군지는 정확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브래드 피트 주연 제작의 ‘월드워Z’에서도 북한은 등장한다. 전 세계에 창궐한 좀비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북한이 지목되고, 실제 브래드 피트와 미국 특수부대원들은 북한에 잠입한다. 황당한 것은 북한이 이를 막기 위해 전 국민의 치아를 모두 뽑았다는 묘사다. 아무리 못사는 북한이라고 해도 상식 밖의 묘사다.

올해 초 개봉한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도 북한의 테러국가로 묘사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을 점령한 북한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에겐 여전히 악당일 뿐이다. 북한은 곧 처단해야 할 적이고, 미국은 항상 정의의 편에서 악(북한)을 무찌르는 히어로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영화 본 레거시, 클라우드 아틀라스, 예스맨, 레드2(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영화 본 레거시, 클라우드 아틀라스, 예스맨, 레드2

◆ 할리우드 속 21세기 ‘대한민국’은?

미개한 국가 혹은 전 세계 악의 축으로 묘사된 북한과 대한민국.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할리우드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실상도 점차 변화되고 있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전쟁 위험을 가진 국가에서 발전된 국가, 전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으로.

우선 2012년 국내 SNS를 통해 루머가 떠돌았다.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서울 강남에서 영화를 찍는 것을 봤다는 내용이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스파이 액션 영화 ‘본 시리즈’의 리부트격인 ‘본 레거시’가 촬영을 한 것이다. 영화 개봉 전 이 같은 루머는 언론의 취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어떻게 영화 속에서 묘사가 될지 여러 추측이 쏟아졌지만 아쉽게도 실제 영화 속에선 약 1분 여 분량에 불과했다.

같은 해 개봉한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선 미래 시대 여러 국가 사람들이 하나로 통합된 도시 ‘네오 서울’에 모여 산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한국 배우 배두나가 등장하고, 할리우드의 신성 짐 스터게스는 ‘혜주’란 한국인으로 나오기도 한다. 물론 서울이 여러 다국적 인종이 살게 된 국제 도시로 묘사되지만 눈에 띄게 왜색적인 느낌으로 그려진 것은 옥의 티다.

그보다 앞서 개봉한 2008년작 ‘예스맨’에선 짐캐리의 한국어 대사가 나온다. 그것도 꽤 긴 대사다. 한국어 배우기를 인생의 여러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정한 짐 캐리의 독특한 한국어 대사 뿐만 아니라, 한국인 배우와 주고받는 한국어 대사는 아직도 흥미로운 장면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국 묘사는 아니지만 가수 비 주연의 ‘닌자 어쌔신’과 이병헌 주연의 ‘레드2’도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그린다. ‘닌자 어쌔신’의 경우 일본의 전통 개념인 ‘닌자’가 나온다는 점, 그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제작진은 주인공 ‘라이조’를 일본이 아닌 동양인으로 설정을 바꿨다. ‘레드2’에선 이병헌의 제안으로 캐릭터 이름을 ‘한’ 그리고 극중 한국어 애드리브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어벤져스2 한국 촬영 장면. 사진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어벤져스2 한국 촬영 장면. 사진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 인터넷 강국, IT 산업 발달 대한민국 주목

불과 1~2년이 지났을 뿐이다. 이제 할리우드 속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아니 주목해야만 하는 영화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심심치 않게 ‘전 세계 최초 개봉’ 타이틀이 국내 시장에서 부여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인터넷 발달이다. 영화 개봉 후 대중들의 시장 평가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국내 내한한 바 있는 할리우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이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바로 대한민국 영화 시장이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인터넷 및 IT 전자 산업의 발달은 이번 ‘어벤져스2’의 촬영 유치로도 이어졌다. ‘어벤져스2’ 제작진에 따르면 이번 약 보름 간의 촬영분은 실제 영화에선 20분 정도 삽입될 예정이다. 영화 속에서 대한민국은 IT산업 강국으로, 영화의 메인 빌런 ‘울트론’의 탄생 국가로 묘사된다. 한국배우 수현이 ‘울트론’ 탄생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학자로 등장한다. 과거 할리우드가 그린 미개한 국가, ‘악의 축’으로만 여겨진 북한과 대치중인 국가란 이미지를 생각하면 하늘과 땅차이로 변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하게 국내 IT산업의 발달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한국 영화 시장의 자체 성장도 한몫했다. 지난해 개봉한 ‘아이언맨3’는 한국에서만 6400만 달러(한화 약 688억원)의 입장 수익을 거뒀다. 북미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한화 약 1조 70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겨울왕국’은 북미 시장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 정지훈 이병헌 배두나의 할리우드 안착 등도 할리우드 속 대한민국 변화의 수많은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루시’에 출연한 최민식의 위상도 어쩌면 ‘어벤져스2’를 한국으로 끌어들인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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