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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G모빌리티 체계적 리브랜딩 절실하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KG모빌리티 체계적 리브랜딩 절실하다

등록 2023.09.04 07:24

박경보

  기자

reporter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KG모빌리티가 경영정상화 작업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산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아 존폐 위기에 놓였던 과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모습입니다.

KG모빌리티가 재무 건전성을 큰 폭으로 개선하며 기지개를 켰지만 한편에선 우려도 여전합니다. 해외 수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안방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엔 4043대에 그치면서 정말 오랜만에 내수 3위 자리를 한국GM(GM 한국사업장)에 내줬습니다. 브랜드의 기둥인 토레스의 판매량이 반 토막 난 결과죠. 렉스턴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에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티볼리와 코란도는 사실상 시장 입지를 잃은 상태입니다.

토레스는 상품성만 놓고 보면 현대차‧기아의 경쟁모델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넓은 실내 공간, 개성적인 디자인, 풍부한 편의사양까지.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토레스는 1년여 만에 누적 판매 5만대를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토레스에게 부족한 건 딱 한 가지. 바로 브랜드 가치입니다. KG그룹의 품에 안긴 쌍용차는 지난 3월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변경했는데요. 사명을 바꾼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KG모빌리티라는 이름이 생소한 듯합니다. 'KG'에 담긴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가 기존 쌍용차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전국 각지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의 간판은 여전히 '쌍용차'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군포에 새롭게 들어선 광역서비스센터에만 KG모빌리티라는 간판이 붙은 상태입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사명과 브랜드를 알리는 리브랜딩 작업을 아직 시작도 못 한 셈이죠. 해외에선 꾸역꾸역 넣었던 '모빌리티'를 빼고 'KGM'으로 판매하는 등 사명을 둘러싼 혼선이 지속되는 모양새입니다.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리브랜딩 마케팅은 KG모빌리티와 같은 B2C 기업에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KG모빌리티의 경쟁사인 기아는 사명에서 '차'를 떼어내고 엠블럼과 슬로건을 바꾸면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비전과 정체성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KG모빌리티는 사명 변경 이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새로 인수한 트위터의 이름을 'X'로 바꾼 뒤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기업 인수 후 인지도가 높았던 기존 이름을 버렸다는 점에서 곽재선 KG그룹 회장과 닮았습니다.

리브랜딩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면 사명 변경은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천문학적인 리브랜딩 비용을 간과한 채 '쌍용' 지우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KG스틸로 바뀐 동부제철이나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은 브랜드 가치와 매출 간 연관성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완성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KG모빌리티는 곽 회장이 사들인 B2B 기업들과 노선이 다릅니다.

리브랜딩 작업이 없다 보니 회사의 정체성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회사 이름만 '모빌리티'로 바꿨을 뿐,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죠. 자동차회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엠블럼도 1997년 첫 출시된 '체어맨'에 썼던 윙 엠블럼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KG모빌리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토레스의 내수 판매 회복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리브랜딩 작업이 추진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이너스였던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플러스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당장 KG모빌리티에게 필요한 건 브랜드 가치 제고와 신차 개발 등 적극적인 투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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