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정제마진 추락···하반기 정유업계 '비상등'(종합)

2분기 영업이익 '반 토막'···정제마진·유가 동반 추락

상반기 매출액, 전년比 16% 감소···영업익 87% 급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 12조원을 기록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 경기침체 우려 심화로 반 토막 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2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비상장사 GS칼텍스를 제외한 3사의 합산 매출은 64조1385억원, 영업이익은 1조115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7% 급감했다.

국내 정유업계의 부진한 실적은 이들의 수익 지표인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추락에 있다. 통상 두 지표가 상승하면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지표가 하락하면 이들의 실적도 하락세를 탄다.

실제 이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을 때도 두 지표 모두 사상 최고치(정제마진 29.5달러, 국제유가 123.7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업계는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 안팎으로 본다. 이달 셋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6.8달러를 기록했으며, 국제유가는현재 80달러대를 웃돌고 있다.

업체별로 SK이노베이션은 석유 부문에서 41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 분기(2748억원) 대비로는 6860억원 줄고, 전년 동기(2조2291억원) 대비로는 적자 전환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석유 사업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 6조9725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전년 동기(8조8088억원) 대비 20.8%, 영업이익은 97.3% 줄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유가 하락 여파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며 "주요국 긴축 기조 유지와 중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제한적인 수요 회복세로 정제마진이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에쓰오일도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6%, 영업이익은 97.9%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2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매출액은 정기보수로 인한 판매물량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인한 판매단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며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 하락과 정기보수 등으로 재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는 전 세계 경영환경과 정제마진 개선 등으로 상반기 대비 업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는 미국의 통화 긴축 완화와 견조한 이동 성수기 수요, 아시아 지역의 정기보수 시즌 진입으로 우호적인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규모 정기보수가 7월 중 종료돼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일회성 요인인 정기보수 효과가 사라지고, 정제마진 회복과 수요 증가로 인해 3분기 이후 빠른 이익 증대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