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 중국 자본에 매각···“기술 유출 우려”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에 주식 매각

1조6000억원 규모···“제2의 하이디스 사태” 우려

국내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된다. 중국이 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토종 기업이어서 과거의 사례에 비춰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29일 매그나칩 유한회사의 미국 본사 ‘매그나칩 세미컨덕터 코퍼레이션’은 최근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과 주식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11년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본사 주식 전량으로 거래 규모는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매그나칩반도체 미국 법인 주주들은 최근 3개월간 평균 주가 기준으로 약 75％ 프리미엄이 붙은 1주당 현금 29달러에 팔게 된다. 회사는 매각 이후에도 국내 임직원의 역할은 변할 것이 없으며 서울과 청주에 있는 사무소와 구미의 생산시설도 동일하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준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번 거래는 주주와 고객, 임직원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매그나칩의 제3차 성장 전략을 가속하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와이즈로드가 매그나칩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와이즈로드캐피털은 주주 인수와 당국의 규제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와이즈로드캐피털은 2016년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 스탠더드 제품사업을 3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 2004년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하면서 분사한 곳이다.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비롯한 통신·사물인터넷(IoT)·차량용 반도체 등을 설계 및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주요 반도체 특허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자본 매각에 반대하는 국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방지를 위한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자본 매각을 막아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전신 하이디스가 2000년대 초 중국 BOE에 넘어간 뒤 폐업한 사례가 있다. 하이디스에서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을 확보한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돼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