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조용한 80주년···‘신뢰 회복·협력과 공존’ 메시지 전달

특별한 행사 없이 7분 가량의 기념 영상으로 대체

이재용 부회장 재판·최근 불거진 논란에 몸 낮추기

영상엔 선대회장 경영철학 되새기고 미래 삼성 담아

삼성그룹은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창립 80주년을 맞이한 삼성그룹이 그 어느때보다 조용한 생일을 보내는 모습이다.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성대한 기념행사 등을 생략했다. 7분 가량의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과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 경영에 있어서는 공존과 신뢰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22일 삼성그룹은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1938년 3월 1일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이 자본금 3만원으로 세운 ‘삼성상회’를 출발점으로 한다. 삼성이 1일이 아닌 22일을 창립 기념일로 삼은 것은 창립 50주년에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삼성은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지 않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사업장에는 8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영상을 방송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회사는 의미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현재 회사 안팎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 되고 있고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이어지면서 회사는 여전히 총수 부재 리스크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1년간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으면서 땅에 떨어진 신뢰도 회복해야하고, 미래 사업 발굴에도 시간이 촉박하다. 최근에는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 에버랜드 땅값 논란 등 각종 의혹이 터지면서 삼성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7분 가량의 영상을 통해 이병철 선대 회장의 인재 중심 경영 철학을 되새기고 반도체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던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삼성은 신뢰 회복과 공존을 통해 미래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했다.

특히 “함께 호흡하고 공존하며 신뢰적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메시지로 신뢰 회복의 의지를 드러냈고, 협력과 경쟁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살아남겠다면서 ‘100년 삼성’을 내세웠다.

삼성 내부에서는 침제된 회사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오늘이 80주년인 줄 모를만큼 조용한 분위기”라면서 “80주년을 맞아 임직원 사기 진작을 위한 이벤트를 기대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계열사 관계자는 “삼성 모든 계열사 임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여론이 더욱 악화되면서 행동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분위기가 그 어느때보다 침체 돼어 있다는 평가다.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등기이사 사임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빠른 시일내 이뤄질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아 거취를 결정하는데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6년 11월 하만 인수를 발표한 이후 굵직한 투자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과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이후를 책임질 사업 발굴과 그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총수들의 행보를 보면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사업을 위해서는 1~2년이 아닌 3~5년의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준비를 해야하는데 삼성은 그 시간을 속절 없이 흘려 보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