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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연말 보너스 “아 옛날이여~”

금융권 연말 보너스 “아 옛날이여~”

등록 2015.12.08 08:33

수정 2015.12.08 14:23

박종준

  기자

외환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겨울 전망보험·증권사들 실적부진 엄두도 못 내구조조정 등 겹치며 일부 이탈 조짐도일부제외 대부분 연말 성과급 계획 無

“아 옛날이여~”시중은행에 다니는 최아무개(40대) 과장은 올 겨울 유독 춥다. 금융권에 불어닥친 성과주의 도입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 과장은 성과급을 묻는 질문에 “연봉도 깎일지 모르는 데 연말 보너스는 무슨 소리냐”면서 “성과급을 기대하는 직장 동료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직원 연봉 반납 ‘찬바람’

은행원에게 ‘제3의 월급’이라고 일컬어지던 ‘연말 보너스’도 옛 말이고, 연말 성과급 잔치는 더더욱 남의 얘기가 된지 오래다.

평사원 뿐만 아니다. 은행장 등 CEO도 마찬가지다. 2013년까지 4대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의 연봉은 이전보다 10~30% 가량 인상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금융지주들은 지주 회장에게 ‘실적연동형’제도를 적용하면서 연봉 삭감 요인이 발생했다.

게다가 지난 9월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를 비롯 은행장, 보험업계, 증권업계 수장들이 최대 30%에서 10%에 이르는 연봉을 반납했다.

KDB산업은행 홍기택 회장을 비롯해 팀장 이상 직원도 올해 임금인상분 전액을 반납하기로 했다. 특히 홍 회장은 올해 세금 등을 제외한 기본급 1억9152만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급여 인상분 2.8% 반납할 계획이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외환노조와 올해 임금상승분 2.4%를 반납했다.

은행권의 연봉 반납은 지난 2009년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다. 당시 은행들은 연봉인상분 5%를 반납했다. 산은 등 국책은행 역시 5% 가량을 줄였다.

◇보너스 지급 계획 없어

국내 주요 은행들에게 ‘연말 성과급(보너스) 지급 계획이 있느지’에 대해 본지가 취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올해 연말 보너스 지급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실적에서 1위 은행을 굳힌 신한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연말 보너스 지급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성과급은 올해 실적이 나와야 알 수 있다”면서 “요즘 여로 모로 분위기가 안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노조 측과 기존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연말엔 성과급 지급 계획이 없다”면서도 “보통 12월까지의 성과평가를 토대로 익년 1월에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 통합은행을 출범한 만큼 사기진작 차원에서 성과급 지급 가능성이 높아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

우리은행의 경우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민영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탓이다.

따라서 올해 연말 대부분의 은행원들은 보너스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받더라도 그 금액은 예전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둑한 연말 보너스에 은행 인근 식당 등이 손님으로 붐비던 시절도 옛날 얘기가 될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량 실직 등이 불어닦친 지난 IMF외환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는 일부 금융권의 관측도 과장이 아닌 셈이다.

◇성과주의 등 은행원 압박

보너스는 커녕 은행원들의 어깨를 짖누르는 사안이 산적하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성과주의형 인사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 실제로 NH농협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은 현재 인사시스템에서 성과평가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NH농협 관계자는 “이미 지점장 승진 등의 인사를 중심으로 성과주의가 반영된 인사시스템을 해오고 있다”면서 “현재 성과주의가 좀 더 강화된 인사시스템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개인의 직무성과 중심의 인사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인사는 물론 은행원들의 지갑 두께에도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은행들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만큼 당장 내년부터 대상자들은 연봉삭감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주요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7개 은행직원의 연봉은 평균 7900만원이었다.

이 중 대졸 초봉 연봉은 4000만원 내외다. 이는 당직 등 수당과 명절 및 연말 보너스 등을 합친 것이다. 일반 제조업체 평균인 3000~3500만원보다 월등히 높다. 다소 높은 평균 연봉에 은행원의 임금체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산업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며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는 하방경직성이 강하고 변동성이 약해 시장의 변황에 대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發 성과주의 확산

성과주의는 금융당국에서 적극 나서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이 최근 “금융권은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업무성과가 높은 직원에게 높은 평가와 많은 보수가 돌아가게 하는 등 성과별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노조책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원의 임금수준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각을 이용해 금융개혁 성과 만들기에 나섰다”고 말하며 성과주의 확산에 반대했다.

이어 “성과평가는 명확한 기준과 객관성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현재 은행 직원들은 영업점 소재지에 따라 개인 능력과 상관없이 실적이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SC은행이 최근 대규모 희망퇴직을 발표하고, 이를 일부 시중은행들도 상시화하면서 고용마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은 증권, 보험 카드사들도 마찮가지다. 최근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특히 증권사들의 경우 최근 구조조정이 있었던 터라 연말 보너스 얘기를 꺼내기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박종준 기자 junpark@

뉴스웨이 박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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