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고급택시 출사표, O2O 수익창출 본격 시동

‘카카오택시 블랙’ 조만간 출시, 하차 시 자동 결제 ‘눈길’

카카오가 고급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고급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을 출시한다. 3000cc 이상급 고급형 택시 서비스다. 카카오택시 블랙을 통해 신규 택시 수요를 창출, 수익을 낸다는 목표다. 2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카카오가 고급택시를 통해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20일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급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의 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고급택시는 지난 9월 국토교통부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부착물 등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도입된 새로운 택시 서비스다. 2800cc 이상의 차량에 요금 미터기나 결제기기, 외부 택시 표시 설비 등의 설치 없이 호출 및 예약제로 운영이 가능한 서비스다.

카카오는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하 서울택시조합), 하이엔과 지난 8월 고급택시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사 모집과 교육, 차량 수급, 앱 개발 등을 진행해 왔다. 서울택시조합은 서울 시내 택시 회사들의 고급택시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하이엔은 전문기사 교육 과정의 운영과 기사 및 차량 관리를 담당하며 카카오는 이렇게 마련된 고급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다.

고급택시는 서울시 인가가 완료되는 대로 벤츠 E클래스 등 3000cc급 고급 차량 약 100대와 하이엔의 전문교육 과정을 수료하 200여명의 기사로 시범 서비스 운영을 시작한다. 고급택시 내에서는 승객을 위한 생수, 휴대폰 충전기 등 편의 물품이 비치된다.

카카오택시 블랙의 호출 및 결제 과정은 기존 카카오택시와 큰 차이가 없다. 카카오택시 앱 내에서 카카오택시 블랙을 이용할 수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한 후 택시 종류에서 블랙을 선택하면 고급택시 호출이 가능하다.

카카오택시 블랙의 장점은 탑승자가 별도로 카드를 꺼내 결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자사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를 적용했다. 탑승자가 택시를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지갑을 꺼내들 필요가 없이 자동으로 결제된다. 호출 전 출발지와 목적지 간 예상 금액을 알려주며, 이동 중간, 실시간 요금을 표시해준다. 카카오페이 수수료 수익을 노림과 동시에 고급택시 수요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정주환 부사장은 “기존 결제 방식은 별도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시범 서비스 시작 시점에 사용자들에 가장 빠르고 편한 결제방식이 자동결제라 봤다”며 “하차 시 지갑을 꺼낼 필요 없이 결제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었다. 추후 다양한 결제방식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범 서비스 시작 시점에는 BC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씨티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만 등록할 수 있으며 내달 중 롯데카드, 하나카드, NH농협카드까지, 전 카드사 등록 및 이용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을 통한 수익은 전량 운수업체에 우선 배분된다. 이후 운수업체가 카카오에 플랫폼 수수료를, 하이엔에 운영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카카오는 계약 사항 이슈라며 배분 비율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운임 비용은 고급택시인 만큼 비싸게 책정됐다. 기본료가 8000원, 시간 및 거리를 종합, 요금이 책정된다. 예를 들어 개포동에서 분당 서현동까지 15km의 거리를 이동할 시 일반 택시는 1만3600원, 모범택시는 2만1400원이 소요되지만, 카카오택시 블랙은 3만2000원 정도의 운임비가 나온다. 카카오 측은 평균적으로 기존 중형의 2.5배, 모범택시의 1.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요금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과 관련 정 부사장은 “카카오택시 블랙의 기사분들은 완전 월급제다. 약 3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게 된다”며 “차량도 고가인데다 다양한 운영비가 들어간다. 이런 부분들을 모두 감안, 요금을 책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출시된 카카오택시는 가입자 550만명, 기사회원수 16만명을 넘어섰다. 일호출수는 50만건, 누적호출수는 3000만건에 달한다. 카카오는 이 같은 택시 시장에서 카카오택시 블랙 등 고급택시가 30% 가량을 차지할 것이라 보고 있다.

정 부사장은 “택시시장에서 고급택시 수요는 보편화되는 추세다. 국내에서 고급택시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뉴욕의 경우 전체 탑승량의 30%, 베이징은 27%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세계 주요 고급택시 수요를 보면 약 3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향후 시범서비스를 바탕으로 차량 및 차종,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성을 고려 다양한 편의 기능들도 추가할 방침이다.

정 부사장은 “시범서비스는 현재 100여대로 시작한다. 수요를 발견, 확대되면 연말까지 200여대, 추후 1000여대까지 확대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사업성을 고려, 서비스를 타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여러대를 부를 수 있는 멀티 호출 등 특화 서비스를 업데이트,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