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추돌사고, 신호기 고장 원인···“열차자동정지장치 작동안해”

지난 2일 발생한 2호선 추돌사고의 원인이 신호기 고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3일 브리핑을 통해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원인을 신호기 고장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상왕십리역 승강장 진입 전에 설치된 신호기 중 2개가 신호를 잘못 표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상 상태라면 상왕십리역에 열차가 정차한 경우 신호기 3개가 후속 열차 기준으로 ‘주의·정지·정지’ 순으로 표시돼야 하지만 전날 사고 때는 ‘진행·진행·정지’ 순으로 표시됐다.

고장이 난 신호는 433·435 신호기로 보통 ‘정지’나 ‘주의’로 작동되면 열차자동정지장치(ATS)가 작동을 하지만 ‘진행’으로 표시되면 작동을 하지 않는다.

사고 당일도 2개 신호기가 ‘진행’으로 표시됐기 때문에 ATS가 작동하지 않았고 기관사가 마지막 437 신호기의 ‘정지’ 표시를 보고서야 급히 브레이크를 잡았다고 서울시는 부연했다.

시는 이러한 신호 오류의 원인을 지난달 29일 을지로입구역(내선) 선로전환기 잠금 조건을 바꾸기 위해 연동장치의 데이터를 수정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2일 오전 3시 10분부터 해당 신호운영 기록장치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류가 난 신호기들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승인 후 이날 오전 4시 25분에 완전히 복구됐으며 최종 사고 원인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에서 규명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 발생에 따라 향후 관제 시스템과 매뉴얼을 정비할 방침이다.

특히 급곡선 구간이 포함된 2호선 17개 역은 매일 첫 열차 운행 전 1시간 동안 선로전환기, 신호기, 전기시설물을 점검키로 했으며 신당역으로부터 상왕십리역까지 내선 사고 구간에서는 안전한 신호시스템을 확보할 때까지 열차를 45㎞/h 이하로 저속 운행키로 했다.

또 선행 열차가 앞 역을 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속 열차가 출발하거나 앞 열차가 앞 역 승강장에 정차한지 1분이 지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관제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후방역 열차운행위치 정보를 담은 안내 모니터를 기관사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하고 안전운행 매뉴얼도 곡선부, 역사진입구간 등 구간별로 세분화해 정비하기로 했다.

또 부상자에 대해서는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간병인이 필요할 경우에는 간병인 비용도 지급키로 했으며 입원환자 중 자영업자들의 영업 손실도 보상할 방침이다.

현재 입원한 53명 중 3명은 전날 수술을 받았고 4명은 발꿈치, 쇄골, 코뼈 골절로 수술을 앞두고 있으며 나머지는 경상으로 조기 퇴원이 예상된다.

사고 직후엔 통증이 없었지만 귀가 후 몸이 불편한 승객도 서울메트로로 연락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최초 신고는 사고 당일 오후 3시 30분에 시민이 119에 접수한 것으로 종합관제소는 3시 32분에 승강장의 비상통화장치를 통해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돌한 후속 열차(2260 열차)의 차장은 3시 31분 ‘앞 열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한다’고 방송했으며 3시 32분에는 ‘상황파악 후 다시 안내방송을 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앞 차량(2258 열차)은 승무원이 객실로 이동하면서 육성으로 승객 대피를 유도했다.

이후 3시 34분에 상왕십리역 외선 승강장에 정차해있던 외선 열차의 승무원이 사고가 난 두 열차의 상태를 관제소에 다시 보고했으며 외선 열차의 승객이 내린 후 외선 운행이 중지됐다.

추돌한 후속 열차의 승무원은 관제소로부터 외선 열차가 정지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고 발생 7분 후인 3시 37분에 대피 안내방송을 했으며 동시에 객실 출입문을 열어 승객을 대피시켰다.

이후 3시 44분엔 유관기관과 모든 직원이 상황을 인지했고 사고 발생 30분 후인 4시에 승객이 모두 대피했다.

복구반은 3시 45분에 도착해 5시 24분부터 227명이 응급 복구를 시작했으며 3일 오전 0시 17일부터 2호선 본선 전 구간이 운행 재개됐다. 사고 차량들은 오전 2시 42분 군자차량기지에 입고됐다.

김아연 기자 cs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