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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밀수·탈세 조사하다가 치부 드러낸 관세청

세관공무원 비행기 좌석 특혜 의혹…대한항공과 유착 증거
한진 일가 의무관세 통관 방조해 왔다는 증언도 쏟아져
압수수색 과정, 언론 불러 노출…‘보여주기식’ 수사 비판

‘물벼락갑질’‘국적기논란’‘관세 탈루 의혹’등 돌발악재 대한항공 압수수색.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최근 한진 일가의 갑질이 논란이 된 가운데 세관 공무원들이 한진 일가의 무관세 통관을 방조해 왔다는 증언까지 쏟아져 나와 직무유기 비판을 받고 있다. 관세청은 현재 한진 일가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지만 ‘그동안 뭐하다 이제와 뒤늦은 조치를 취하는 지’에 대한 비난 여론도 확대되고 있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본청 감사담당관은 하부조직으로 인천공항 등을 맡고 있는 인천본부세관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관세청 등 정부기관이 한진가와 대한항공을 겨냥했다면, 이제는 공무원이 연루됐는지로 내부 조직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관세청 감사담당관실은 세관 직원의 좌석 민원 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대한항공 직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지난해 3월 인천공항 세관이 대한항공에 지인 4명의 좌석을 앞자리로 옮겨달라는 부탁을 처리한 업무 메일이 공개됐다.

공개된 메일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급 2급의 여객사업본부 직원 최아무개씨는 2017년 3월 22일 오전 좌석 담당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인천공항세관 감시과장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SEAT ASSIGN RQ를 부탁받은 바, 검토 후 조치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SEAT ASSIGN RQ는 좌석 배정 요청을 의미한다. 해당 이메일에는 탑승객 4명의 이름, 비행기 편명, 출발지와 도착지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마지막엔 “가능하면 꼭 좀 FIRST ROW로 SEAT ASSIGN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장도 있었다.

대한항공 고위 직원이 세관 공무원의 청탁을 받고 항공기 좌석을 ‘프리미엄급’으로 바꿔준 것으것이다. 이 좌석은 타 항공사의 경우 일반 이코노미 보다 비싼 요금을 받고 있으며, 원래 유아 동반 승객이나 우수 고객에게 우선 배정된다.

특히 해당 대한항공 고위 직원은 평소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사적 민원을 도맡아 처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메일은 대한항공과 관세 당국의 유착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되고 있다. 세관 고위직의 좌석 업그레이드 요청도 많았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한 관세사는 “세관 공무원과 대한항공 사이에 이런 청탁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세청은 지난 21일과 23일 조양호 회장 3‘남매의 자택 및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 전산센터 등 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이례적으로 현장에 기자들을 불러들여 빈축을 사고 있다.

관세청의 압수수색 과정이 고스란히 언론사 카메라에 담겨 전국민이 지켜보는 TV로 실시간 송출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압수수색 당일 관세청이 직접 기자들에게 ‘취재요청’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이에 일각에선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세청 직원들이 한진 일가의 무관세 통관을 방조해 왔다는 증언까지 쏟아져 나오며 관세청이 책임을 무마하려고 뒤늦은 조치를 취하는 꼴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몰래 들여온 고급 양주를 세관직원들 접대에 사용했다’거나, ‘의전팀을 활용해 VIP고객의 수하물에 대한 통관절차상 편의를 제공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관세청 역시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무관세 통관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자체적인 관세청의 내부 감찰이 이루어진다해도 관세당국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한진그룹 일가의 관세 포탈 혐의가 밝혀지더라도 그동안 관세행정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꼴이 되기 떄문이다.

관세청의 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은 이번 압수수색을 바탕으로 최근 5년 동안 한진 일가의 해외 신용카드 구매 내역과 압수해 온 집안 물품을 교차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신용카드로 구매한 물품이 집안에 있는지, 그 물품에 대한 관세를 한진 일가가 제대로 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엑스레이 통관 시 이상이 없는 경우 5% 남짓 밖에 조사를 못하는 시스템에서, 다른 경로로 물품을 들여온 경우에 대해 제대로 혐의점을 잡아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관세청의 직무유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범정부 가상통화 대책 사전 유출의 장본인이 관세청 사무관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정부가 밝힌 유출 경위에 따르면 단톡방에 있던 한 주무관이 이를 7명이 있는 텔레그램 단톡방에 올렸고, 단톡방에 있는 관세조사요원이 기자·기업체 관계자 등 민간인이 포함된 단톡방에 올리면서 삽시간에 퍼졌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곧바로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전날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용납될 수 없다. 반드시 밝혀내서 엄단하고 다시는 그런 사람들이 공직을 무대로 딴짓을 못 하도록 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이 온당하지 못한 외부세력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관세청은 감사원 감사결과 지난 2015년 7월‧11월 면세점 사업자 선정시 호텔롯데에 낮은 점수를 매겨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하자 관세청은 기초자료 등을 왜곡해 면세점 수를 늘린 사실도 적발됐다.

주현철 기자 JHCHUL@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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