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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지배한 시장···'공멸 위기감' 증권가, 자구대책 두고 진퇴양난

공포가 지배한 시장···'공멸 위기감' 증권가, 자구대책 두고 진퇴양난

등록 2022.10.28 10:28

임주희

  기자

레고랜드發 자금 경색 심화···증권가 '비상'대형 증권사 나서 해결한다지만 불만 여전"채안펀드는 관치금융···시장 논리도 위배"

공포가 지배한 시장···'공멸 위기감' 증권가, 자구대책 두고 진퇴양난 기사의 사진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국내 9대 증권사가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합의했다. 정부의 증권업계 자구 노력 독려가 나온지 4일 만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9곳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시장과 단기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등이 업계 차원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강원도는 2050억원 상당의 강원중도개발공사(레고랜드 개발사)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채무 미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불러왔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경기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대기업의 공모채 발행에서도 줄줄이 미매각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디폴트 사건은 단기 금융시장의 동요와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미 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겨우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레고랜드 디폴트 사건으로 올스톱 된 상황"이라며 "브릿지론이 본 PF로 넘어가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PF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은행과 보험사 등 대주들로부터 돈을 모아 시행사에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한다. 브릿지론은 시행사들이 본 PF를 시작하기 전 토지매입을 위해 증권사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잔금 대출 등을 받는 것을 일컫는다.

브릿지론이 본 PF로 연결돼야만 시행사는 브릿지론을 통해 토지 매입과 인허가 등을 해결할 수 있으며 증권사들이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본PF로 이어지지 않으면 만기 연장 또는 자금회수가 진행되고 증권사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공포가 지배한 시장···'공멸 위기감' 증권가, 자구대책 두고 진퇴양난 기사의 사진

10월 기준 증권사별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신용공여 비중을 살펴보면 하이투자증권이 1조2188억원으로 자기자본의 86.2%를 차지했으며 BNK투자증권,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이 각각 68.1%, 63.2%, 53.5%, 53.4% 차지했다. 차환이 막히게 된다면 해당 증권사가 발행한 ABCP를 사들여야 하는데 중소형사들의 경우 자체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자칫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지난 23일 단기자금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키로 결정하면서 증권업 내 자구 노력을 요청했었다.

바로 '제2 채권안정펀드'를 구성해 ABCP를 매입하는 방안이었다. 대형 증권사들이 주축이 돼 회사별로 500억~1500억원 정도를 갹출해 최대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서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하자는 방안이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지난 24일 나재철 금투협회장 주재로 대형 증권사 사장들이 모여 '제2 채안펀드'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뜻을 모으지 못했다.

이는 대형사도 금리상승과 증시 부진은 물론 채권운용손실이 급증하면서 수익 감소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증권사도 ABCP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전형적인 관치금융"이라고 비난하며 "중소형사가 돈을 벌기 위해 한 사업에 생긴 문제를 왜 대형사의 돈으로 해결해 줘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시장 논리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1조원을 추가한다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인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50조원을 쏟아 부어도 3개월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1조원을 추가한다고 해서 시장 상황이 나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임 문제도 존재한다. 중소형 증권사를 돕기 위해 대형 증권사가 나서서 지원을 하는 것은 주주 이익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지난 26일 금투협에서 진행된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만나기 전 기자들 앞에서 "1조원짜리 채안펀드를 조성하라고 얘기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업권 자체적으로 어떻게 해볼까 하는 논의를 진행했고, 얼마씩 걷어서 펀드를 조성해볼까 하는 언급도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본인들도 돈이 없는 상황이라 못 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까지 함께한 이날 회의에서도 지원 여부와 방식 등에 대한 결론을 맺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참여 기관에 대해 대형 증권사 9곳만 참여하는 것이 아닌 ▲대형 증권사 9곳+공기업 1곳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30여 곳 등이 거론됐다.

결국 지난 27일 대형 증권사 사장들이 다시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자금시장 동반 경색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가 증권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여력이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시장안정 역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증권업계 차원에서 시장 안정화 방안을 강구했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대형 증권사들이 각각 500~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낸 뒤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는 것이다. 또는 펀드나 신탁 등을 조성해 중소형 증권사의 ABCP 매입에 활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됐다. 이는 중소형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자칫 전체 시장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 실행방안과 지원규모의 경우 조속히 결정해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나재철 협회장과 사장단은 "대외여건 악화로 어려워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증권업계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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