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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해무’ 찍은 뒤 봉준호 감독님이 내게 하신 말은···”

[인터뷰]박유천 “‘해무’ 찍은 뒤 봉준호 감독님이 내게 하신 말은···”

등록 2014.08.14 16:05

김재범

  기자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아이돌’이란 단어에는 참 많은 선입견이 담겨 있다. 우선 첫 번째로 ‘만들어졌다’는 어조가 강하게 내포돼 있는 느낌이다. 스스로의 힘이 아닌 어떤 외부적 요인과 계획된 과정 속에서 인위적으로 발생한 단어 같다. 두 번째는 ‘관리’다. 이 관리란 단어가 참 애매하다. 홀로 결정 권한 자체가 없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알고 있는 ‘아이돌’의 개념이다.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방신기’ 그리고 ‘JYJ’로 넘어온 박유천은 사실 아직까지도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 몇 편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 받아온 ‘연기돌’이 됐다. 그리고 13일 개봉한 영화 ‘해무’를 통해 첫 스크린에 도전했다. 연기력에서 박유천을 평가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배우란 타이틀은 ‘아직’이었다. 하지만 ‘해무’를 본다면 그 생각은 완벽하게 달라질 것이다. 박유천이 궁금하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억 속 박유천의 모습은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가 가장 가깝다. 강인한 청와대 경호관 ‘한태경’이 오버랩 될 것이라 생각했다. 2004년 ‘동방신기’의 멤버로 데뷔할 당시의 달달한 소년도 떠올랐다. 하지만 눈앞에는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배우 박유천이 있었다. ‘해무’ 속 동식의 집착과 아집도 보이는 듯 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해무’를 워낙 좋게 봐 주신 분들의 얘기, 너무 감사하죠. 하지만 아직까지 저에겐 배우란 얘기는 좀 멀게 느껴져요. 그냥 꼬리표처럼 따르는 ‘아이돌’ 그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제가 부족하니깐 아직도 아이돌이란 얘기를 꺼내는 것일까란 생각도 해요. 뭐 그런 얘기에 연연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언젠가는 잘한다, 혹은 진짜 배우다 이런 소리 들을 날이 있겠죠.(웃음)”

우직함과 욕심이 엿보이는 대답이었고, 또 그런 표정이었다. 박유천은 사실 드라마를 통해서도 그랬지만 쉽지 않은 역할만 골라서 해왔다. 달콤한 로맨스부터 액션, 그리고 극도의 감정 드라마까지 소화했다. 이번 ‘해무’도 비슷한 연장선이었다. 아니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욱 극도의 긴장감을 담고 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글쎄요, ‘해무’ 출연을 선택한 걸 두고 의외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나오는 게 의외인가요. 전 잘 모르겠어요. 우선 저 자체가 그런 부분을 못느끼겠으니까요. 솔직히 제 취향하고 많이 비슷해요. 무겁고 쉽지 않은 느낌의 작품이 사실 좀 더 관심이 많이 가요. 그렇다고 편한 로코물이 싫다는 건 아니에요. 작품에서만큼은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걸해보고 싶더라구요. 생소하잖아요.”

박유천은 ‘해무’에서 막내 선원 ‘동식’으로 출연한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전진호’ 안에서 어떤 사건을 맞이하고 그 이후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파도를 느끼게 된다. 우선 이 영화의 배경이 전라남도 여수다. 필수적으로 배우들의 사투리가 따라와야 한다. 사투리 연기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호남, 그 중에서도 가장 쎈 여수 사투리다.

“정말 사투리 연기, 진짜 어렵더라구요. 주변에선 잘 했다고 하시는데 부끄럽죠. 준비는 그냥 죽어라 연습만 했어요. 아니 방법 자체가 없더라구요. 많이 듣고 많이 말하고 그것 밖에 없어요. 미치는 거죠. 이게 사투리는 하다가 중간에 좀 이상하면 처음부터 다시하고, 또 제가 맞는지 틀리는지도 몰라요. 액션은 뭐 될 때까지 하면 되는데, 사투리는 입에 붙지가 않으니 하는 저도 어색한 것 같고, 진짜 죽을 맛이었죠.”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하지만 박유천이 진짜 고생했던 부분, 아니 딜레마에 빠진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홍매(한예리)와의 러브라인이었다. 극중 철주(김윤석)는 “저년 때문에 가족 같은 선원들을”이라며 윽박지른다. 박유천은 그 장면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이 장면은 시사회 당시에도 약간의 의문점이 제기된 부분이다.

“휴, 그 말씀을 왜 안하시나 했네요(웃음). 딱 한 번 본 여자잖아요. 그런데 동식이가 홍매를 두고 다른 선원들과 갈등을 해야 한다? 납득하기 힘들었죠. 철주 선장님이 하신 말씀처럼 우선 제가 이해가 안됐으니까요. 정말 딜레마가 심했어요. 한 숨만 나오고. 그런데 해결점을 찾은 게 홍매의 얘기에요. 예리 누나가 ‘그럼 홍매는 죽어야 했냐’며 동식이의 행동에 이유를 전해 줬죠. 간단하지만 어려운 해결점이었는데 풀어줬어요.”

그런 홍매와의 러브라인은 의외로 수위가 높다. 박유천은 데뷔 첫 베드신도 선보인다. 사실 말이 베드신이지 좁고 답답한 어선 안에서 벌어지는 베드신이다. 박유천은 베드신 질문에 웃음부터 짓더니 ‘친구 같은 분과 어떻게 하다보니’라며 쑥스러워했다. 감정적으로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었고, 베드신 하나로 전체가 평가될까 조심스럽기도 하단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동식은 아마도 사람을 살리고 싶었을 거에요. 그 베드신도 노출이 포인트가 아닌, 그 아비규환의 지옥 같은 상황에서 어린 친구 두 명이 무서웠을 거고, 동식이나 홍매 모두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었을 것 같아요. 사실 고민도 많이 됐죠. 첫 베드신 장면이고, 시나리오 받고도 그 장면이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촬영 순간에는 한예리 박유천 모두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임했죠.”

베드신은 기관장 완호(문성근)가 죽는 모습을 본 뒤 느낀 동식과 홍매의 감정이 일치하는 순간에서 나온다. 벗은 몸을 보여 주기 위한 장면이 아닌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은 두 인물의 감정이다. 그래서 박유천도 한예로 맞다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촬영 도중 실제 죽음을 경험한 순간도 여러번 있단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촬영 중 죽을 수도 있다니. 영화 ‘해무’는 세트 분량도 있지만 대부분의 장면을 실제 바다 위에서 촬영했다. 분량으로는 한 70% 정도가 바다 촬영이다.

“이 배가 그렇게 크지가 않아요. 그 배 위에서 정말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있다보니 위험했던 순간도 정말 많았어요. 출렁거리는 파도 위에서 있다 보면 공포감도 상상이상으로 커요. 정말 몇 초도 안됐지만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순간도 실제로 있었어요. 하지만 사실 진짜 공포는 추위에요. 겨울에 찍었는데 거기다 바다 위라 짠물까지 뒤집어 쓰고, 손발이 마비가 되니 말 다했죠. 어휴(웃음)”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그럼에도 박유천은 연예인으로서 삶을 시작한 이래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로 ‘해무’ 출연을 꼽았다. 죽도록 고생했지만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단다. 스케줄 상 ‘쓰리데이즈’ 촬영과 겹쳐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일정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봉준호 심성보 그리고 김윤석 문성근 김상호 이희준 유승목 등 걸출한 영화인들과 함께 한 소감이 남달랐다.

“그런 엄청난 분들이 계신다고 하니 준비하는 단계부터 긴장감이 엄청났죠. 봉준호 감독님과 심성보 감독의 명성도 대단하시고, 그런데 첫 리딩 후 술자리에서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풀어주시더라구요. 근데 사실 전 그게 더 긴장됐어요(웃음). 특히 김윤석 선배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잖아요. 그 카리스마가 엄청나신데, 사적으론 정말 젠틀하신 분이에요. 그냥 배우의 삶이 김윤석의 삶 같았어요. 정말 저에겐 더 없는 경험이었어요.”

다시 배우란 단어를 꺼내봤다. 박유천은 손사래를 치며 “난 아직 배우라고 스스로 생각한 적도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그룹 ‘JYJ’의 새 앨범이 나왔다. 수록곡 가운데 자작곡인 ‘서른’을 언급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내가 서른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 만든 곡이에요. 나이가 들 수록 주변에 고마워지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재중이형 준수하고 앨범도 내면서 즐겁게 노래하고 또 연기하고 싶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언제 소주한잔 하자’고 하시더라구요. 주변에 들으니 그런 말 쉽게 안하시는 분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나중에 또 불러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그런 기대를 하는 것도 저한텐 사치 같지만 조금은 기대해도 괜찮겠죠(웃음).”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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