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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안 그래도 힘든데"···다시 꿈틀대는 '횡재세'에 정유업계 긴장

산업 에너지·화학

"안 그래도 힘든데"···다시 꿈틀대는 '횡재세'에 정유업계 긴장

등록 2024.04.23 15:00

수정 2024.04.23 15:18

황예인

  기자

야당, 횡재세 도입 재추진 강조입법 추진 가능성에 업계 '우려'"횡재세 부과는 형평성 어긋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야당이 '횡재세' 도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이 횡재세 재추진 뜻을 직접적으로 내비친 터라, 입법 추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횡재세는 전쟁이나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정유사가 과도한 이익을 거둘 경우, 법인세 외에 추가로 물리는 세금이다. 지난 2022년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석유·가스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게 되자, 전 세계적으로 이들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횡재세 도입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당론으로 횡재세 도입을 추진했으나, 입법까지 가진 못했다. 이에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횡재세 도입을 또 한 번 언급하며 재추진 속도를 높이려는 모양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은 유가가 오를 때 과도하게 오르지만, 내릴 때는 조금 내린다는 불신·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덜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고유가에 따른 민생 고통을 기업 횡재세 도입 등을 통해 분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유가 상승이 정유업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과·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실적 모두 전 분기 대비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해 고유가가 지속되며 정유사의 1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12.5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3배 이상 뛰었다.

다만 업계는 횡재세 도입에 대해선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 정유사 수익 규모·구조가 해외 메이저 기업과 다르다는 점에서다. 해외 석유 기업은 원유를 직접 탐사·채굴(업스트림)해 대규모 수익을 내지만, 국내 정유사는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해외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익 규모가 낮아, 이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2년 기준 미국 에너지업체인 엑손모빌의 영업이익은 560억달러(약 73조원)를 기록했다. 이 중 탐사·채굴(업스트림) 부문 순이익은 394억달러(약 54조)로 전체 영업이익에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국 석유기업 쉘의 업스트림 부문 영업이익은 334억달러(약 46조)로 전체 영업이익 중 약 84% 비중에 달했다. 해외 기업에서 원유 탐사·채굴로 인한 수익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또한, 이익이 늘었다고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적자 상황에서도 세금 지원이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유업계는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5조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 업계에선 적자 땐 잠잠하더니, 실적 개선이 될 때만 과세를 거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마진의 경우 '역마진'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없는 예대마진과는 다르다"라며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국내 정유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일시적 수입 급증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과세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사정도 장기적 측면에서 긍정적이진 않다. 중동발 악재로 정유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동 분쟁으로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석유제품 가격 급등으로 수요가 위축돼 정제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할 정도로 급등세를 보이며 원유를 수입해 정제·판매하고 있는 입장에서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횡재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라 우려되는 상황은 맞다"라면서 "아직 세금 비율액 등 횡재세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진행되지 않아 업계에 미칠 영향은 예측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일단 횡재세 도입 추진을 위해선 관련 세금법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상임위원회가 구성돼야 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갖춰진 게 없다"라며 "횡재세 도입이 추진될지는 일단 업계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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