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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유통강자' 오른 쿠팡, 中 '알·테·쉬' 공세 맞다

유통·바이오 채널 쿠팡 첫 연간 흑자

'유통강자' 오른 쿠팡, 中 '알·테·쉬' 공세 맞다

등록 2024.02.28 17:41

수정 2024.02.29 07:30

신지훈

  기자

지난해 매출 30조 돌파···6개분기 연속 흑자국내 유통업계 순위 '쿠이마롯' 순으로 재편거대 자본 앞세운 中 플랫폼 공세 방어 관건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쿠팡이 지난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은 30조원을 돌파하며 외형 성장도 이뤘다.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1400만명을 넘어서며 강력한 '고객 록인(Lock-in)'도 구축했다. '이마롯쿠(이마트-롯데마트-쿠팡)'로 불리던 국내 유통업계 시장 규모 순위마저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다만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은 위협 요소다. 무제한 광고비와 '수수료 제로' 정책 등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를 방어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행보의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2010년 8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거뒀다. 6조원이 넘는 적자를 감수하며 이뤄낸 물류망으로 로켓배송을 구축했고, 와우 멤버십을 통한 다양한 혜택으로 충성고객층을 구축한 결과로 풀이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3억8300만달러(약 31조8298억원)로 전년 대비 20% 증가해 원화 기준 30조원 고지를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4억7300만달러(약 6174억원)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그 결과 국내 유통업계 시장 규모 순위도 재편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쇼핑 매출은 연결기준 각각 29조4000억원, 14조5000억원이다. 매출 30조원을 넘어선 쿠팡이 처음으로 이마트를 추월한 셈이다.

다만 쿠팡의 성장세 만큼이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선점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월간 사용자 수는 717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337만명) 대비 약 380만명 늘었다. 지난해 8월 국내에 진출한 테무는 570만9000명으로 6개월 만에 11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쉬인도 52만명에서 221만명으로 4배 증가했다.

알리·테무·쉬인 3사를 합친 월간 사용자 수는 1509만명으로 쿠팡(2982만명)의 절반에 이른 셈이다.

여기에 알리와 테무는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내세워 국내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 중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연간 흑자를 이뤄낸 쿠팡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지난 23일 기준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1914억달러(약 255조원)로, 지난해에만 1308억달러(약 174조원)의 매출을 냈다. 테무와 쉬인을 보유한 핀둬둬의 시가총액도 1748억달러(약 233조원)로 쿠팡(290억달러·약 38조원)보다 6배 이상 많다.

'유통강자' 오른 쿠팡, 中 '알·테·쉬' 공세 맞다 기사의 사진

이를 기반으로 알리와 테무는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제3국 진출을 가속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17억달러(약 2조2698억원)에 이르는 온라인 광고비를 미국에 썼다. 또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알리의 광고비가 91억위안(약 1조6816억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알리는 국내서도 배우 마동석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최근 온라인 광고를 대폭 늘리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국내 해외직구액도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보다 26.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직구액은 3조2873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48.7%)를 차지했다.

2018년 공산품을 앞세워 국내에 진입한 알리는 최근 제품 카테고리를 식품까지 확장하고 배송 기간을 단축하는 등 현지화를 진행 중이다. 1년 전만 해도 한달 가까이 소요됐던 배송 기간은 5일로 줄었고, 올해는 최대 3일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60kg 이하의 가구나 가전 제품을 7일 내 무료로 배송해주는 '대형 상품 특송' 서비스도 내놨다.

여기에 입점과 판매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셀러 정책으로 동원F&B, LG생활건강, 한국피앤지 등 국내 식품사와 생활용품업체들이 'K-베뉴'에 속속 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내 유통 기업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종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는 중국에서 생산된 저가 공산품 위주로 판매하는 수준이지만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소비자나 제조 기업이 종속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한국온라인쇼핑몰과 알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도 대책을 준비 중이다.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과 회의를 하고 대응책을 모색했으며, 기획재정부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통관절차나 관세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와우 멤버십'이란 강력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당장 전세를 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다양한 부가 서비스 혜택으로 쿠팡이 소비자들을 가두는 락인 효과를 중국 플랫폼이 누릴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전국 단위 신선식품 배송과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판매하는 쿠팡과 중국 플랫폼 간의 격차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 플랫폼이 판매하는 제품이 저렴한 것은 KC인증 취득 등의 검증 비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들이 저가 정책을 내세운 대규모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은 늘려나갈 수 있겠으나 쿠팡이 지난 10년간 다져놓은 국내 물류망과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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