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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관식 앞둔 현대차·기아,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관리하는 이유

산업 자동차

대관식 앞둔 현대차·기아,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관리하는 이유

등록 2024.01.24 06:00

수정 2024.01.24 09:04

박경보

  기자

작년 합산 영업익 27조원 전망···삼성 제치고 왕좌 등극올해는 피크아웃 우려 본격화···800만대 회복 어려울 듯양적 성장 한계···"질적 성장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해야"

대관식 앞둔 현대차·기아,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관리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친 현대자동차‧기아가 화려한 대관식을 앞두고 있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인센티브 증가, 환율 하락,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실적 피크아웃 우려가 짙어지고 있어서다. 산업구조 재편으로 양적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고도화, 공급망 안정화 등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25일 나란히 2023년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27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두 회사는 14년 연속 영업이익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1‧2위에 등극하게 된다.

지난 2020년 2조4000억원에 그쳤던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21년 6조7000억원, 2022년 9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무려 15조45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5000억원으로, 현대차의 약 절반 수준이다.

기아의 영업이익도 매년 급증세를 이어왔다. 2020년까지 2조7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1년 5조600억원, 2022년 7조2000억원, 지난해엔 약 12조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의 판매 증가와 SUV·제네시스·전기차 등 고수익 차량 중심의 믹스 개선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2020년 635만대로 주저앉았던 글로벌 판매량을 지난해 730만대까지 회복하면서 2년 연속 글로벌 '톱3' 자리를 지키게 됐다.

수요 정점 찍었는데 경쟁은 심화···새 판 깔린 車산업
현대차‧기아는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왕좌에 올랐지만 비교적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올해부터 대기수요 소진, 전기차 경쟁심화,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 등의 영향으로 실적 피크아웃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일부 유럽권역을 제외하면 현재 대부분 권역에서 대기 수요가 해소된 상태다.

지난해엔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모두 성장한 만큼 현대차‧기아만 특별히 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높은 수요에 따른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이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924만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가 기록한 성장률(6.5%)을 6%p 가량 웃도는 호실적이다.

낮게 유지됐던 인센티브도 경쟁 심화 여파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기아의 미국 인센티브는 608달러였지만 12월엔 1812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 평균 인센티브는 무려 2687달러에 달한다.

현대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약 422만대로, 기존 목표치인 432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동화 전환 등 산업구조 재편의 영향으로 더 이상 양적 성장을 이어가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4년 800만대, 2015년 802만대를 달성했지만 2020년까지 매년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엔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며 635만대까지 내려앉았다가 지난해엔 다시 700만대를 넘어섰다.

대관식 앞둔 현대차·기아,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관리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미·중 갈등 이후 8년째 800만대 밑···"대경쟁 시대 준비해야"
지난 2014년 정몽구 명예회장은 "800만대는 새로운 시작이며 출발점"이라고 언급했지만 8년째 800만대를 밑돌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양적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2017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갈등에 발목을 잡혔다. 현대차는 2016년 중국에서 114만대나 판매했지만 이듬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오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수요가 약화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성장 모멘텀이 훼손됐다"며 "이와 함께 자국 우선주의, 낮은 생산성 등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성이 저하되고 있는 점도 자동차 수요 회복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로 양분된 것도 생산 확대에 부담 요소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공유경제도 활성화되는 등 완성차 시장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연구원 원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대경쟁이 2026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며 "미래차를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 완성차보다는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에서 수익이 높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현대차‧기아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의선 회장도 올해 신년회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자평했고, 이달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도 "안전을 위해 IT를 많이 접목했지만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은 "공급망 안정화, 인재 확보, 모빌리티 서비스 강화, 전기차 수익성 제고, 협력사 체질 개선,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대경쟁 시대가 본격화되기까지 향후 2~3년간 바짝 고삐를 죄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9년 테슬라가 FSD(풀 셀프 드라이빙)를 발표한 이후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들은 여전히 레벨2.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고속도로 중심의 자율주행 분야에선 업계 내 선도적인 입지를 유지해 왔다"면서도 "하지만 레벨4 이상의 도심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선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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