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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메트로와 혁신 클러스터

등록 2023.10.11 07:11

수정 2023.10.11 07:12

메트로와 혁신 클러스터 기사의 사진

10월 7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단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제 동남권의 중심 관문 공항은 김해에서 가덕도로 위치를 바꾸게 된다. '고추 말리는' 공항 하나 더 지음으로써 지역의 대규모 토건 사업에 획 하나 더 긋는다는 비난이 여전히 크지만, 국제선 기준으로 김해공항은 이미 인천에 이은 2위 운항 횟수이고 국내선도 김포, 제주 다음으로 3위다. 활주로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공항으로 가덕도를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더불어 완공되어 운용중인 부산신항과 내륙(경부고속도로)-철도(경부고속철도)-항공(가덕도 신공항) 연결을 통해 트라이포트 물류 네트워크를 건설한다면 그 자체로 제조업 선진국 한국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가질 수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2030년 엑스포 개최에 맞춘 완공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공항 부지 매립 과정 정도다. 이미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의 매립지 지반침하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사전타당성 검토와 본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좀 더 엄밀한 검증으로 제대로 공항이 지어지길 바랄 따름이다.

같은 시점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바로 메트로, 즉 도시철도이다. 지역 균형발전 관점에서 좀 더 시급한 것이 도시철도 구축 아니냐는 거다. 누군가는 "부산에 이미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가?"하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도시철도는 단순히 부산 시내를 오가는 지하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는 부산-김해, 부산-울산, 부산-창원을, 좀 더 넓게 잡으면 부산부터 거제-통영-진주를 연결하고, 부산부터 경주-포항까지 연결되는 도시철도를 말한다. 이쯤에서 너무 먼 거리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런데 수도권 도시철도 국철(1호선)은 서울 시청역 기준 120km 떨어진 아산까지 연결되어 있다. 부산시청 기준 포항시청과 진주시청까지 110km, 거제는 70km다. 거리 관점에서 더 멀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 왜 도시철도인가? 정시 출발 정시도착(on time), 이동의 피로도 감소, 학습 및 콘텐츠 활용이라는 점을 일단 꼽을 수 있다. 현재 부산의 공과대학을 나온 엔지니어가 창원이나 울산에 발령받으면 보통 이사를 해야 한다. 버스로 1시간 이상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버스 한 대를 놓치면 시간의 간격은 수십 분 단위로 벌어진다. 자차가 있어도 부산과 위성도시 출퇴근 시간은 수도권 못지않은 정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1시간 통근이 가능한 구간의 사람들이 이사를 반드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광역버스도 있지만 도시철도 통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속버스를 타면 책을 못 읽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지하철을 타면서 원하는 사람은 이동 중에 책을 읽기도 하고 필요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동의 피로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차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관점에서 버스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도시철도는 획기적인 도움을 준다는 게 이미 입증되어 있다. 탄소 저감이라는 관점에서도 전기차 100% 시대를 여는 게 아닌 이상 도시철도가 우월하다. 유럽이나 일본의 20~30만 인구 도시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광역 내 소도시간 도시철도망도 촘촘하게 깔아놨다. 한국에서는 소도시에서 소도시를 가기 위해 지역 버스와 완행버스를 갈아타느라 2~3시간 소요가 일상이지만, 독일이나 일본에서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어떤 유튜버는 일본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도시철도만 이용해서 이동하는 콘텐츠를 찍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교통망이 청년들이 정주하고 싶은 도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수도권 중소도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의 주요 '핫 플레이스'로 향해 1시간 내로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저녁이 되어 돌아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지방 소도시에서 같은 광역의 대도시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일은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끝자락에 사는 청년이 느끼는 연남동이나 성수의 거리는 경남 끝자락에 사는 청년이 느끼는 해운대나 광안리의 거리와 간극이 크다. 통근-통학-네트워킹 모든 관점에서 더 많은 청년이 바라고, 청년 집단의 표본 크기가 커져야 그 안에서 다양한 창발성이 튀어나온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혁신 클러스터라는 점에서도 메트로 교통망의 중요성은 더 보탤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나마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경쟁력 있는 동남권의 광역내 도시철도 설치는 지지부진하다. 국토부는 철도 구간 개통 안이 나기만 하면 도시철도 대신 일반철도를 선택한다. 예컨대 부산(부전)-마산간 철도가 그렇다. 도시철도 예비타당성검토는 매번 떨어진다.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란다. 정책연구자들은 지방에서 충분하게 숫자로 표현되는 기술적 합리성을 계획안에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맞는 말일 게다. 그러나 활성화되지 못해 도시철도를 못 놓고, 도시철도 등 기타 인프라가 없어 인기가 없고, 그 와중에 떠나는 청년을 잡지 못하는 악순환의 루프 자체는 기술적 합리성과 별개로 존재하는 게 사실 아닌가. 앞서 언급한 동남권 신공항처럼 정치적 결단으로 하면 되지 않나 한다. 그런데 지역의 중요한 현안 중 몇 가지나 전국적 정체 의제로 올릴 수 있는가? 그 정도로 광역정치가 정치적 힘이 있었다면 이미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지역의 혁신역량이 사라지는 것은 말 그대로 산업 역량의 소멸과 같다. 산업화 시대 만들어 놓은 경로의존 때문이다. 지역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청년이 필요하고, 청년은 메트로를 희망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맞는 모빌리티 수단으로, 지역혁신의 연결 매개체로서 도시철도의 촘촘한 설치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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