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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수점 매매도 하는데···外人 TRS 수기거래가 웬 말

오피니언 기자수첩

[박경보의 모멘텀]소수점 매매도 하는데···外人 TRS 수기거래가 웬 말

등록 2021.12.09 10:58

reporter
요즘 증권업계가 ‘디지털 혁신’에 부쩍 힘을 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추진부서가 만들어진 것은 물론 메타버스 지점도 꽤 많이 개설됐는데요.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사례도 많아졌고 이달부터는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소액투자 서비스인 소수점 매매도 가능해졌죠.

증권업계는 이처럼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의 ‘디지털 혁신’ 노력은 업권의 경계가 사라진 시장 환경 때문입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넓히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을 보며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겁니다.

요즘은 하다못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한 가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디지털과 거리가 먼 ‘수기거래’를 고집하고 있다는 겁니다. 증권사들이 TRS(총수익스와프) 거래를 수기로 작성해 온 탓에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세금 징수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TRS란 투자자를 대신해 증권사가 기초자산을 매입 후 자산 가격 변동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이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계약으로, 신용파생 금융상품의 일종입니다. 총수익 매수자는 투자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보유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죠.

문제는 TRS 거래대금을 전산이 아닌 수기로 기록하는 게 업계 전반의 관행이라는 점입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그토록 ‘디지털’을 외쳤던 증권사들은 금융당국과 국세청에 TRS 거래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내 14개 증권사의 외국인 TRS 거래대금은 총 224조4700억원이었는데요. 거래액을 토대로 추정한 탈세 규모는 6088억원에 달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와 배당소득액은 원천징수 대상입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파생상품이라는 이유로 TRS 거래수익에 대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고, 거래내역을 전산으로 기록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TRS 거래는 카드 대신 현금 결제만 받으려는 일부 자영업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증권사들이 외국인으로부터 받는 거액의 수수료를 위해 세금 탈세에 협조한 게 아니냐는 개인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나올 만하죠.

이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외국인 TRS 거래탈세 의혹을 받는 7개 증권사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국적만 다른 ‘검은머리 외국인’이 TRS 거래를 조세회피처로 쓰도록 증권사들이 도왔다는 게 한투연의 판단입니다.

증권업계의 수기거래는 앞서 공매도에서도 문제가 됐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8년 401억원(156종목) 규모의 공매도를 무차입으로 진행해 75억원 가량의 과태료를 맞았는데요. ‘네이트온’ 등 채팅으로 확정한 거래내용을 시스템에 직접 입력하는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이 같은 수기거래 방식은 빌리지 않은 주식을 차입 건으로 착각하거나 기존 차입주식을 계산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대차거래에 100% 전산화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무차입 공매도는 사실상 막기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거래 전산화를 외면한 ‘디지털 전환’은 홍보성 선언에 지나지 않고, 범죄심리를 부추긴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증시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공정한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한 모두의 분골쇄신 노력이 없다면 우리 증시는 신흥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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