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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조사, 1년 끌다 검찰로···허탈한 투자자들

기존 검찰 고발서 제재 수위 감경···”이례적 조치, 사실상 무혐의”
조사 장기화와 조사내용 사전유출로 기업·개인투자자 피해 발생
사측 “끼워맞추기식 조사 유감”···투자자들도 민형사 소송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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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

1년 넘게 끌어온 에이치엘비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치가 ‘검찰 통보’ 의견으로 마무리됐다.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서 검찰에 고발된 사안이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검찰 통보로 감경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무리한 조사로 피해를 입었다며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에이치엘비에 불공정 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고발’이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를 건의했다. 하지만 증선위는 15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 후 수위를 낮췄다. 장고 끝에 사법당국으로 넘어간 에이치엘비 사건은 이제 최종 심판만 남겨두게 됐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자조심 심의를 거쳤던 에이치엘비 관련 안건은 증선위에서 수차례 안건 상정이 불발되며 반년 넘게 계류됐다. 통상 금감원이 제시한 의견이 증선위에서도 원안 통과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심의가 길어지고 수위까지 낮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증권 전문 법무법인 소속의 한 변호사는 “자조심에서 검찰고발로 조치된 사안이 증선위에서 검찰통보로 감경된 경우는 거의 선례를 찾기 힘들다”며 “증선위가 사실상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증선위가 불공정거래 안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무혐의를 내린 전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혐의 근거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에이치엘비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현재 FDA에 신약허가 신청(NDA)을 준비하고 있어 증선위도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부른 DLF 판매와 관련해 사법부가 “결과에서 유추해 조사 결과를 이에 끼워 맞추는 건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판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금감원이 지난해 중순부터 일년 넘게 에이치엘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통보 수준으로 결론이 나자 시장에서는 애초에 무리한 조사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 조사가 알려진 후 다수의 미국 FDA 출신 전문가들은 비전문기관인 금감원이 전문가의 영역인 임상의 성패를 섣불리 판단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이 에이치엘비가 과장된 IR(허위공시)을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올해 초에는 확정되지 않은 조사내용이 한 언론에 유출되면서 주가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9년 6월 27일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항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과 관련해 “1차 유효성 지표에 도달하지 못해 신약허가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최종적인 데이터가 확정되면 다시 발표하겠다”고 알렸다. 시장은 이를 임상 실패로 받아들이면서 에이치엘비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3개월 뒤인 2019년 9월 29일, 에이치엘비는 “임상학적 유의미성을 충분히 확보해 신약허가를 신청해 볼 만 하다”고 발표했다. 1차 유효성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미성을 미확보했으나 임상학적 기타 지표들은 탁월했다는 내용이다. 에이치엘비의 임상 3상 결과가 실패에 가까웠지만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의 말기 위암 임상종료 후 미국 FDA의 의견에 따라 NDA을 준비하고 있고, 회사나 최대주주가 부당이득을 취한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미국 FDA와의 프리 NDA 미팅 서류자료도 코로나19의 확산 영향으로 예상보다 보완이 지연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보완서류인 약동학 임상이나 CMC(화학·제조·품질관리) 자료준비를 이미 마친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근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중국 항서제약을 직접 방문해 데이터 보완자료를 조만간 받기로 협약을 맺는 등 가시적인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당사가 불공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상당부분 소명됐음에도 무혐의가 아닌 검찰통보로 결정된 것은 매우 아쉽다”며 “조사기간 중 고발사안에 대해 당사가 충분히 소명하면 전에 없던 다른 사안을 새로 추가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는 등 금감원이 결과를 정해놓고 끼워맞추기식 조사를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당국의 절차에 따라 충실히 소명해 당사의 무혐의를 입증할 것”이라며 “이미 장기간 조사로 회사와 개인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큰 만큼 신속히 후속 조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 여파로 막대한 손실은 입은 개인투자자들도 금융당국에 날을 세웠다. 지난 수년간 공매도와 악성 루머에 시달려왔는데도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당국이 되레 주가를 폭락시켰다는 주장이다.

에이치엘비 주주 A씨는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포지션은 지난 1년 반 동안 크게 늘어났고, 공매도 잔고금액(코스닥 1위)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의 2배가 넘는다”며 “무리한 조사과정에서 주주와 회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이익은 누가 봤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감원 내부 직원이 직무정보를 누설해 주가를 폭락시키고 1년 반 이상 회사와 최대주주, 대표이사를 범죄자 취급하더니 이제와서 구체적 혐의 근거가 없다는 결정을 냈다”며 “금감원이 엄중한 심판의 규칙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한다면 조사 직무정보를 누설한 범죄행위에 대해 책임소재를 규명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이치엘비 주주들은 확정되지 않은 조사내용을 흘린 언론과 금융당국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추진 중이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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