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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모럴해저드’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딜레마’

현대상선의 ‘모럴해저드’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딜레마’

등록 2018.11.13 08:24

수정 2019.03.14 21:57

차재서

  기자

이동걸 회장, 현대상선 대대적 혁신 예고 “안일한 직원 퇴출” 발언, 대표 교체설까지원칙론 벗어난 ‘無조건’ 지원에 부담 큰 듯“‘주인의식’ 회복이 정상화 키워드” 관측도

산업은행 국정감사.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산업은행 국정감사.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해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대상 기업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혁신하려는 생각보다 의존하려는 인식이 강하다. 현대상선 역시 ‘혁신 마인드’가 상당히 결여돼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자금 수혈을 앞둔 현대상선을 향해 또 한 번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대규모 공적 자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회사도 그에 걸맞은 노력으로 부응하라는 ‘경고’다. 다른 각도로 보면 금호타이어나 한국GM, STX조선 등과 달리 정부 방침에 따라 ‘조건 없이’ 지원을 떠안은 데 대한 이 회장의 고민으로도 읽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본 투입만으로 현대상선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면서 “회사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안일한 임직원은 앞으로 퇴출하겠다”며 “해외 지점에 대한 집중 감사를 통해 일부 지적 사항이 나왔고 징계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파장은 상당했다. 이튿날부터 현대상선에 말 그대로 ‘과감한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서 시작해 결국 대표이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질 것이란 ‘CEO 교체설’로 번져나갔다.

어찌보면 뻔한 전개였다. 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까지 퇴출시켜야할 임직원이라면 그 누구라도 가장 먼저 대표이사를 떠올렸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은 곧바로 “현 경영진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산은 측도 인적 쇄신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적어도 ‘지금까진’ 현대상선의 경영혁신이 곧 ‘CEO 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 회장은 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얘기를 꺼냈을까.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지원 과정에서 그 배경을 찾는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지원을 결정하기까지의 여정은 올 한 해 추진했던 다른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분명 차이를 보였다. 산은이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을 위해 내거는 ‘전제 조건’이 없었다는 점이다.

STX조선과 금호타이어의 경우 노조의 자구안 그 조건이었고 한국GM에 대해서는 1대주주인 GM(제너럴 모터스)의 대규모 투자와 장기경영이 협상의 키워드였다. 이들 모두 정치 논리에 무조건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이 회장의 ‘원칙론’에서 비롯됐다. 반면 현대상선은 그런 논의를 거치지 않고 투자를 확정지었다. 한진해운 대신 남은 이 기업을 ‘국적 선사’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분에 아쉬움을 느낀 이 회장이 우려를 우회적으로 토로하는 동시에 현대상선 측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사전 단속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혈세 투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음은 물론 지금껏 굳건히 지켜온 ‘구조조정 원칙’도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다.

이 회장과의 대화 곳곳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한진해운이 아닌 현대상선을 택한 것은 전 정권이지 산은이 아니었다”거나 “무수히 많은 부실 대기업을 지난 정부가 산은에 떠맡기고 구조조정을 해결하지 않았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올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라 이 회장으로서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업황에 기인한다고는 하나 2조원을 투입하고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았으니 지원에 대한 명분이 없다. ‘모럴해저드’라는 비판도 수긍이 간다는 게 업계의 전반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한계에 다다른 전통산업을 재정비해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게 국책은행 본연의 임무라는 말로 현대상선 지원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제는 이 회장의 경고를 받아든 현대상선 그리고 유창근 대표가 어떠한 쇄신카드로 화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이 회장은 힌트를 남겼다. 지난 9월의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그는 “구조조정 기업의 ‘주인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 기업이 독립적인 사고를 갖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을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 지나쳐서는 안 될 얘기가 아닌가 싶다. 이 회장의 경영혁신 예고가 과연 현대상선 선장 교체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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