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 망 중립성 완화 움직임 비판“공공재 주파수 이용 따른 정당한 사전규제”국내 기업과 글로벌 사업자 망사용료 형평성 지적제로레이팅 부작용 우려···“여력없는 중소기업 고사”
이통사들이 특정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대가를 받는 대신 소비자 통신비를 줄이면서 수익도 지킬 수 있는 제로레이팅에 대해서도 자금 여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이통사만 이득을 얻는 제도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9일 서울 강남구 소재 엔스페이스에서 이통사와 포털, 콘텐츠사업자 간 화두로 떠오른 망 중립성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망 중립성은 이동통신사, 케이블TV방송사 같은 통신망 사업자가 통신망을 이용하는 어떤 데이터나 콘텐츠, 플랫폼 등도 트래픽 유발 정도나 전송방식, 이용자, 대가, 내용 등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특정 기업이 통신망 사업자에 돈을 더 많이 지불해 소비자들에게 자사 콘텐츠를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차별’이 가능한 제로레이팅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이통사들이 최근 수익 보전을 위해 분격적으로 망 중립성 완화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현재 통신사들이 망 중립성 의제를 자신들에게 이득이 커지는 방향으로 전환시키고 훼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권에서도 통신사들이 5G 등에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니 인터넷기업도 망 투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통신비 인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이통사들은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5G,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사업 발굴과 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에서 통신비 인하 책임을 혼자 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망 중립성 완화를 통한 제로레이팅, 트래픽 유발 정도에 따른 망 사용료 인상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포털, 동영상 플랫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사업자 등들도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지환 오픈넷 자문변호사는 이통사들이 망 중립성 완화를 도모하는 것은 사업 특성상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망 중립성은 통신사들이 지켜야 하는 강력한 사전규제”라며 “공공재인 주파수 쓰기 때문에 중립성 의무가 정당하게 사전규제로 부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이 망 중립성을 앞세워 인터넷기업들에 전보다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하려면 국내외 기업 간 차별부터 해결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용배 콘텐츠연합플랫폼 팀장은 “통신사들이 투자비용 부담을 나누자는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사업자는 국내 사업자가 아닌 유튜브나 페이스북”이라며 “이통사들은 자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유튜브, 페이스북 캐시서버를 설치해둬 망 사용료를 거의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비 분담을 말하려면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불균형부터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이 신사업 투자 부담 때문에 망 중립성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면 차라리 효율적인 투자방안을 계획을 고민하는 것이 더 알맞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 국장은 “통신사마다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비용으로 각각 30조원을 보고 있다는데 각자 깔면 결국 낭비 아닌가”라며 “공동으로 깔면 약 60조원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대표 통신사를 정해 5G 투자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면 통신사나 소비자 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통사들이 근래 하나둘씩 서비스 사례를 내놓고 있는 제로레이팅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제로레이팅은 특정 기업이 소비자가 지불할 데이터 비용을 대신 내게 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면서 이통사들 이익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이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통신사들이 통신비 인하 압박 때문에 제로레이팅이란 수단을 끌고 왔는데 이는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며 “제로레이팅은 특정 집단에게 혜택이 주는 것이고 그 대상은 통신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로레이팅으로 특정 서비스를 안 쓰는 이용자는 차별 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자금여력이 풍부한 인터넷기업은 계약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제로레이팅 문제는 대형마트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공원마다 편의점이 들어오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편리하지만 결국 돈이 많은 기업으로만 (시장 구도)가 쏠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셔틀버스를 규제한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팀장은 “제로레이팅을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다. 좋은 마케팅 포인트 될 것 같다”면서도 “만약 제로레이팅 대가로 통신사에 수십에서 수백억원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면 다시 가입자로부터 그 비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문제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통신사들이 제로레이팅으로 IPTV 자회사 등에 우위 주는 자의적 개입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세심한 규제 필요하다. 과거 비슷한 예로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저가요금제에서 못 쓰게 한 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망 중립성 문제는 이통사와 인터넷사업자 간 수익 배분, 통신비나 투자비 분담 등 기업 간 이해논리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해결법이 나올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이통사와 인터네사업자 간 공정한 수익, 비용 분담 문제는 각 사업자들의 실제 어느 정도의 수익과 투자비용이 들어가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때 풀 수 있다는 의견도 따랐다.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망 중립성은 통신망 전체 구조, 인터넷 비즈니스 관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본 후 데이터 요금, 수익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조사 권한을 활용해 통신사들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망 중립성 논란은 사람들이 낸 통신비를 누가 더 가져가나 인 것인데 이 통신비를 확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통계나 수치가 없다”며 “이를 통해 논의를 해야 하는데 서로 간 자신들만 어렵다고 논리싸움을 하고 있어 건전한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ksm@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