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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 HV 합병 무산을 보면서

[데스크칼럼]SKT-CJ HV 합병 무산을 보면서

등록 2016.07.19 16:58

황의신

  기자

SKT-CJ HV 합병 무산을 보면서 기사의 사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두 회사 간 M&A 금지를 최종결정했고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더 이상 이 거래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 많다. 통신업계 1위 기업과 유료방송업계 1위 기업의 합병을 통해 사실상 성장이 멈춘 케이블TV업계에 새로운 발전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었지만 정부의 공정하지 못한 결정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합병을 불허함으로써 독과점화로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미래의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됐다는 게 공정위의 논리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이번 결정으로 반복될 한국 경제의 비극적 미래를 설명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과거 기업적 관점에서 경제 현안을 보지 않고 정치적·관료적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봤다가 너무도 큰 실책을 저지른 경우가 많았다.

1998년 외환 위기에서 비롯된 대기업 구조조정은 철저히 기업의 관점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관점에서 이뤄졌다. 그 결과 멀쩡히 잘 나가던 기업이 알짜 사업을 다른 기업에게 뺏기는가 하면 대량 실업 사태가 빚어져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 사례가 있다.

특히 당시의 구조조정은 지금까지도 고용 문제의 절벽 현상을 초래하게 돼 나라 전체의 체질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여파 탓에 국민들은 십수년이 넘도록 고생하고 있지만 이 실책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SKT-CJ 합병 불허 결정은 최근 조선․해운업을 비롯한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사실 조선․해운업의 위기 역시 기업의 실책보다는 정부의 실책이 초래한 결과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기업의 일에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택하고 있다. 계획경제 체제라면 정부의 감독이나 개입이 당연하겠지만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기업의 자유의지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기업 간에 붙이고 쪼개는 것 역시 기업의 자유의지에 의한 결정이어야 하고 결정의 결과 역시 기업의 몫이어야 한다.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범주를 벗어 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정부의 편협한 시각으로 자발적 성장 수단인 M&A가 위축된다면 이건 크나큰 기회의 손실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무산을 바라보며 걱정과 유감이 앞서는 이유다. 최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상 콘텐츠를 비롯한 문화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SKT와 CJ헬로비전간 합병은 이 시장에 대처하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었다.

통신시장이나 케이블TV 시장에서의 독점 문제는 감시기관에서 잘 감시하면 그 뿐이다. 이 것 역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오로지 독과점 논리만으로 합병을 불허했고 미래부는 법의 뒤에 숨어서 역할을 포기했다.

기업의 정책 실패는 그 기업 하나 망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정부의 실패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고통 받는 건 국민 뿐이다.

황의신 산업부장 ph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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