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봄날의 비투비, 흩날리는 벚꽃이 되어 다시 피다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비투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파워풀하면서도 섹시한 콘셉트에 이어 돌연 발라드를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봄 기운을 한가득 품고 돌아왔다.

비투비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제작진과 만나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화사한 하늘색 슈트를 맞춰 입은 멤버들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들어왔고, 이내 긴장이 풀린 듯 꽁냥대며 장난을 쳤다.

비투비는 이날 자정 여덟 번째 미니앨범 ‘리멤버 댓(Remember that)’을 발매했다. 해당 앨범은 한층 깊어지고 청량해진, 밝으면서도 희망찬 비투비의 매력이 담겼다.

타이틀곡 ‘봄날의 기억’은 따뜻했던 봄, 사랑하던 연인과 아름다웠던 지난 날들을 추억을 떠올리는 아련한 감성의 곡이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멤버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돋보이며 듣기 편한 팝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많은 분들께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린다는 게 행복해요. 기분 좋게 활동할 것 같아요. 봄과 잘 어울리는 노래니 들으면서 이번 봄을 잘 보내셨으면 좋겠어요.”(서은광) “제목이 ‘리멤버 댓’인데요. 타이틀곡 ‘봄날의 기억’을 들어보면 중얼거리듯이 ‘리멤버 댓’이라고 하거든요. 거기서 착안한 제목이에요.”(정일훈)

이로써 비투비는 ‘괜찮아요’ ‘집으로 가는 길’에 이어 3연속 발라드를 발표하며 발라드 그룹으로서 면모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따스한 봄이 시작되는 시기에 발매돼 봄 캐럴 자리를 엿보고 있기도 하다.

물론 훌륭한 보컬 실력과 소화력 덕분에 발라드를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아이돌 그룹인 만큼 댄스와 콘셉트가 담긴 무대를 향한 갈망도 있을 터. 이들의 말에 따르면 비투비가 이대로 쭉 발라드 그룹으로서 남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연속 발라드라는 게 위험할 수도 있지만 비투비의 가수인생을 길게 봤을 때 이건 큰 일이 아니에요. 오래 보고 있고, 성장을 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섹시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좀 더 기다려지게끔 밀당을 하는 중이에요.”(육성재)

“봄이니까 굳이 댄스 곡이 아니더라도 계절과 맞는 노래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서은광) “어떤 콘셉트의 곡으로 활동하냐는 것보다 좋은 곡,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곡으로 활동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정일훈)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비투비는 이번 앨범 역시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하며 숨결을 불어 넣었다. 팀 내 싱어송라이터 멤버인 임현식과 정일훈, 이창섭은 물론 프니엘과 이민혁은 랩 메이킹에 참여했다.

“다른 음악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게 영감을 얻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쳐요. 다양한 문화를 겪으면서 영감을 얻기도 해요. 수록곡 ‘자리비움’은 메신저 상태표시 아이콘을 보고 뜻밖의 영감을 얻은 것이에요.”(정일훈)

“영감이라는 것은 신기하게 아무 때나 나오는 것 같아요. 일어나자마자 나온 것도 있고요. 전 디렉팅
가지 하는데 이후 제 파트를 녹음할 때 굉장히 힘들긴 해요. 다 쏟아 붓기 때문이에요.”(임현식)

아이돌로서 정체성과 함께 뮤지션의 모습을 갖추려는 비투비였다. 안무를 원하는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듯, 이번에도 역시 발라드에 걸맞은 약간의 안무가 곁들여졌다.

“타이틀곡 ‘봄날의 기억’ 무대에서 스탠딩마이크를 사용할 거에요. 감미로운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퍼포먼스 준비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정일훈) “잠깐씩 들어가는 안무가 있는데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과 비슷해요. 동선도 아름답고 벚꽃 일곱 개가 나무에서 흩날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줄 거에요.”(육성재)

육성재의 말처럼 비투비의 이번 앨범에서는 봄 향기가 물씬 풍긴다. 뮤직비디오 역시 그렇다. 멤버 이민혁과 배우 조보아가 호흡을 맞춘 ‘봄날의 기억’ 뮤직비디오는 드라마타이즈로 제작돼 봄날의 아련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아울러 따뜻한 색감과 영상 톤으로 보는 내내 감성이 충만해진다.

“이번 앨범은 벚꽃이 들어있는 쿠션에 풍덩 빠지는 느낌이어서 좋아요. 봄 느낌이 많이 느껴지는 따뜻한 앨범이에요.”(이창섭) “래퍼니까 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세련되면서도 부드러운 팝적인 요소를 가미해봤어요. 수록곡 ‘자리비움’에서는 내면에 있던 상큼함까지 보여주고 싶었어요.”(정일훈)

서은광은 수록곡 ‘쏘 프리티(So Pretty)’에 대해 성숙한 느낌보다 오히려 풋풋한 뉘앙스를 담길 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쏘 프리티’가 4년 전에 녹음한 노래다. 그래서 재녹음을 할까 했는데 그때의 어린 느낌을 가져 가고 싶어 그대로 실었다”고 말했다.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비투비는 올해로 데뷔 4주년을 맞았고, 5년차에 접어들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간 비투비는 꽤 많은 성장을 이뤘다. 탄탄한 음악성을 기반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던 비투비는 ‘힐링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장충체육관, 잠실실내경기장으로 공연장도 넓혔다.

“‘힐링돌’이라고 불러주시는 게 감사해요. 음악으로 힐링을 시켜준다는 건 ‘정말 가수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뿌듯한 일이에요. 이렇게 만들어준 것은 팬 분들이 만들어 주신 것이에요. 앞으로도 열심히 힐링해드리도록 할게요.”(서은광)

“데뷔 이후 가장 큰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했어요.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고 하는 내내 감사했어요. 솔직히 좀 더 욕심이 나기도 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이민혁) “점점 성장하는 느낌을 받아서 좋아요. 첫 콘서트 때는 빈 자리도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전석매진이 됐어요. 공연장에 멜로디(비투비 팬클럽) 야광봉이 꽉 찬 장면은 잊을 수가 없어요.”(서은광)

“비투비가 다양한 분야의 여러 방송에 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성장한 것을 느껴 뿌듯해요.”(육성재) “데뷔했을 때가 딱 봄날이었거든요. 천천히 한 단계씩 올라온 것 같아요. 한갓진 마음으로 천천히 성장하고자 해요.”(임현식)

“비투비는 데뷔 이래 쉬운 길을 걸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매번 컴백할 때마다 음원강자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음 편하게 나와서 잘 되면 성공했구나, 조금 아쉬운 성적이어도 강자들 사이에서 선전했구나 싶어요.”(이민혁)

잠깐 생각을 하다 진중히 말을 잇는 비투비의 모습은 마치 봄날 산책로를 걷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풍요로운 기운을 온몸으로 맞는 그 기분. 비투비는 조급해할 필요 없이 그저 묵묵히 벚꽃길을 걷고 있었고, 활짝 핀 꽃들을 즐기면서도 자신만의 단단한 봉오리를 꽃피운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늘 힘든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혼자가 아니니 서로 격려하면서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요. 비투비는 자기계발에 집착을 하는 팀이에요. 내면의 성장에 만족을 느끼며 이겨내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어요.”(정일훈)

“우리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길게 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같은 의견이에요.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이야기하면 방향성인데,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까 고민을 해요. 그 결과, 힐링 발라드도 좋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발라드만 할 수 있는 팀은 또 아니거든요.”(이민혁)

올해 봄, 비투비라는 나무에서 벚꽃이 피었다. 꽃잎은 살랑거리는 바람에 흩날려 살포시 대중의 기억 속에 내려 앉는다. 그러곤 그곳에 자리 잡아 또 하나의 가지를 뻗칠 준비를 한다. 어떤 꽃일지는 또 다른 햇빛과 바람을 거쳐야 알 수 있다. 봄날의 비투비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소희 기자 lshsh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