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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현욱, 갈증은 나를 성장시켰다

[인터뷰]‘섬’ 이현욱, 갈증은 나를 성장시켰다

등록 2016.03.09 16:31

이이슬

  기자

이현욱 / 사진=이수길 기자이현욱 / 사진=이수길 기자


주목받고 싶은 건 배우의 본능이다. 대중이 인기를 먹고 살고, 하루하루 찬란한 꿈을 먹고 산다. 때론 과도한 관심에 몸살을 앓기도 하지만 관심이 따라붙는 건 연예계에 생리이자 배우의 숙명이다.

화려한 무대 위, 눈부신 조명 아래 서서 무수한 감정과 마주치고 아름다운 경험을 통해 배우는 하루하루 성장한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뒤로하고 오직 배역을 위해 카메라 뒤에 자리한 배우가 있다. 바로 이현욱 이야기다.

이현욱은 엘리트다. 안양예술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과를 졸업한 재원. 오직 재능을 인정받은 학생들이 모여 예술성을 키우기 용이한 한예종 커리큘럼은 오만석, 이선균 등 훌륭한 배우를 탄생시켰다. 이현욱은 학교에서 기초부터 착실히 닦았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뉴스웨이 사옥에 들어선 이현욱은 빛났다.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언론시사회 당시 이지승 감독이 이현욱을 일컬어 ‘우주 최강 미남’이라고 빗댄 말이 비로소 실감났다. 이토록 잘생긴 배우가 카메라 뒤로 몸을 숨기긴 쉽지 않았을 터. 이현욱은 자신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영화이기에 실제 카메라 감독의 허리춤을 잡고 함께했다고 했다.

“원래 얼굴이 전혀 나오지 않는 역할이었어요. 텔러로서 호흡을 이어가는 배역이었죠. 감독님께서 어떻게 하면 카메라기자 석훈 역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신 끝에 배려해주셨어요. 제가 가장 현실적이고 중립적인 인물이죠. 내내 카메라 감독님의 몸을 붙들고 있었어요. 돌발 상황에 터지는 공감이나 리액션을 위해 제가 직접 카메라의 시선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했죠.”

이현욱은 올곧았다. 작은 규모의 저예산 영화였지만, 이현욱은 배역을 위해 수많은 물음을 던졌고 답을 얻었다. 영화의 규모와 배역의 비중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작품과 감정만이 머릿속에 돌아다녔을 뿐. 아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답변을 쏟아내는 이현욱의 눈빛에서 열정이 보였다.

“영화 촬영 내내 배우와 스태프 사이를 왔다 갔다 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다가 또 카메라 뒤로 자리해 스태프의 입장에서도 지켜봤죠. 또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니 그분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스태프들과 어울려야 할지, 여러 가지 깨달음이 가슴을 쳤죠. 연출자 분들도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 고민을 하시잖아요. 스태프들의 노고에 대해 되새겼어요. 카메라 뒤에서 연기하는 기분도 신선했죠.”

이현욱 / 사진=이수길 기자이현욱 / 사진=이수길 기자


기자가 영화에 등장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영화에서 기자는 효과적인 장치가 되어준다. 또 배역 그리는 극단적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섬, 사라진 사람들’은 다르다. 새로운 촬영기법 안에서 그려진 모습은 신선하다.

“기자가 나온 영화들이 식상한 이유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꼬집는 소재의 한계이죠. ‘섬, 사라진 사람들’은 은근히 꼬집는 부분이 공감대를 높이는 것 같아요. 가끔은 대놓고 그리기보다 은근슬쩍 한 것들이 더 와 닿기도 하잖아요. 편집을 통해 다르게 바뀐 부분도 있고 새롭게 담긴 장면도 있지만 순서의 차이일 뿐 줄기는 같았죠. 관객들이 납득하기 쉽게 바꾸신 것 같아요.”

이현욱은 즐거웠다. 편의점도 하나 없을 만큼 작은 섬에서 이뤄진 촬영이라 고될 법도 하지만 이현욱은 배움의 터전이었다고 회상했다. 추운 날씨와 한정적인 공간보다 더 목말랐던 건 연기에 대한 갈증이었다.

“쟁쟁한 선배들이 많았어요. 현장은 배움의 터전이었죠. 최일화, 최귀화 선배님을 보며 많이 배웠어요. 같은 방을 쓴 류준열과 저는 정말 열심히 연기했죠. 동료 연기자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늘 걱정했어요. 아쉬움이 남지 않는 작품은 없죠. 영화를 관객들이 느끼는데 제가 방해가 되는 요소가 없지는 않은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현욱 / 사진=이수길 기자이현욱 / 사진=이수길 기자


이현욱은 고등학교 때 연기를 시작해 어느 덧 서른의 문턱을 밟았다. 그에게 초심을 물으니 어려운 질문이라며 한참을 골몰했다. 연극 ‘트루웨스트’(2015)를 비롯해 다수의 무대에 오르기도 한 이현욱이었기에 비로소 연기의 참 맛을 알지 않을까. 또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갈망과 배우의 진정성 사이에서 고민하지는 않았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으며 이현욱에게 향했다.

“초심은 변하지 않아야 해요. 솔직하고 싶은 게 제 초심이에요.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 감정에 솔직해야죠. 뿐만 아니라 말을 하는데 있어서도 솔직히 제 생각을 전하고 싶어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은 경계해야죠. 그런데 가식적인 행동이나 입바른 말을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여러모로 생각이 많고 조심스럽죠.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건 인간의 도리를 하지 않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이현욱이었다. 그는 ‘섬, 사라진 사람들’을 시작으로 2016년 항해의 닻을 올렸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카메라 뒤에서 연기하며 연기에 대한 엄청난 갈증을 느꼈어요.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고 되었죠. 초심의 욕망을 일깨워줬어요. 연기가 정말 하고 싶어요. 스토리 텔러로서 극을 끌어가는 색다른 매력을 끌어안았고, 좋은 선배들을 통해 배운 점도 많았죠. 이지승 감독님께 촬영 중간에 ‘저 나오고 싶어요’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는데 작품을 위해 참았어요. 많은 감정을 안겨 준 작품이에요. 연기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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