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초점] ‘응답하라1988’ 독이 된 혜리 남편찾기

사진=tvN '응답하라1988' 포스터

‘응답하라1988’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채 아쉽게 막을 내렸다.

16일 케이블채널 금토드라마 ‘응답하라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20회에서는 결혼에 골인한 성덕선(혜리 분)-최택(박보검 분)과 성보라(류혜영 분)-성선우(고경표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응답하라1988’에서는 그동안 시청자와 밀당을 반복하며 덕선이의 남편이 누가 될 지 궁금증을 고조시킨 남편찾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김정환(류준열 분)과 최택 중에 덕선이의 남편의 주인공이 공개된 것.

앞서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깔려있는 다양한 복선을 추리하며 남편찾기에 열을 올렸다. 남편으로는 김정환이 유력했다. 극 초반 덕선이와 긴밀하게 감정을 주고받으며 탄탄히 전사를 쌓아온 정환이었기에 남편으로의 수순은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러나 최택이 남편임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진 것. 18회차까지 정환이 남편이라고 봐도 무방한 복선과 덕선과 이야기들이 깔리며 탄탄하게 상황을 잘 쌓아왔다. 이는 설득력을 지니기 충분했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공감대 안에서 어느정도 설득력을 지니는 스토리여야한다. 그러나 ‘응답하라1988’의 이같은 설명은 매우 친절하지 않은 인상을 남긴다. 시청자는 그동안 김정환과 덕선의 관계를 찬찬히 그려왔다.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어떤 계기로 마음을 전했는지는 시청자를 설득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최택은 달랐다. 최택은 어떻게 바둑기사로 이름을 떨쳤으며, 유년시절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무게가 실렸다. 이는 그가 바둑기사로 살아가는 고충과 성공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이었던 ‘응답하라1994’ 당시 칠봉이와 연장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해 일찌감치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최택이 덕선이의 남편으로 밝혀지며 반전을 안겼다.

심지어 마지막회 방송에서 류준열은 5분 전후의 짧은 분량 등장해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쌍문동의 가족이야기와 고교 5인방의 관계,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였기에 이는 몹시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빈도 있게 다뤄진 반면, 정환이는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는 것 말고는 어떤 이야기도 담기지 않은 것. 시청자는 정환이의 번외편을 요구하며 당혹감을 표했다.

정환이의 감정선으로 잘 끌어온 ‘응답하라1988’은 갑작스레 정환이에서 최택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나 최택이 어떻게 덕선이와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는지,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는 드라마에서 표현되었어야 할 중요한 감정이었다. 극 이기에 갖춰져야 할 필수요소인 셈이다. 초반 정환이에게 향했던 덕선이의 감정이 어떻게 최택에게 기울었으며, 최택이 덕선이에게 키스를 할 만큼 과감해진 이유는 설명이 되었어야 맞다.

또 마지막에 재개발 지역 4인방을 바라보며 흘린 덕선이의 눈물은 새드앤딩을 암시하게 만든다. 이는 굉장히 슬픈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족에 초점을 맞춘 만큼 가족들에 주목한 결말도 설득력을 지녔을 법 하다.

특히 1회부터 등장한 2016년 덕선이와 정환이로 분한 이미연과 김주혁이 왜 인터뷰를 했는지, 덕선이는 왜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그려졌어야 맞다. 이 모든걸 생략한 채 그저 남편이 최택이라는 결말만을 덩그러니 던진 제작진은 왜 이러한 황당한 선택을 했을까. 혹은 이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는지 궁금증을 더한다. [사진=tvN '응답하라1988' 스틸컷]

이이슬 기자 ssmoly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