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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주 “떳떳하게 밝게 오늘을 연기해요”

[인터뷰] 황동주 “떳떳하게 밝게 오늘을 연기해요”

등록 2015.12.22 06:00

이이슬

  기자

MBC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황동주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MBC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황동주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을 피우면서도 떳떳한 파렴치한 남편이 있었다. 그런 그가 “누나, 엄마”를 외치며 부인과 어머니를 졸졸 따르는 남편으로 변신했다. 배우 황동주 이야기다.

황동주는 2014년 KBS2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에서 장서희 몰래 바람을 피우면서도 자신의 외도에 대해 뻔뻔하다못해 괴팍한 성질을 부리는 남편 정병국으로 분했다. 당시 여성 시청자들은 그를 나무랐다. 해도해도 너무한 정병국의 안하무인 태도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2월 4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극본 황순영, 연출 김흥동)에서 부인 오정미(황우슬혜 분)와 함께 미용실을 운영하며 착실하게 살아가는 연하 남편 이성호로 변신했다.

남자의 변신도 무죄다. ‘뻐꾸기 둥지’에서 그토록 비난의 뭇매를 맞던 그였지만, ‘위대한 조강지처’를 통해 변신에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이성호의 모습이 실제 황동주에 가깝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를 높이며 응원을 보냈다. 이러한 좋은 반응 덕인지 황동주는 해맑은 미소로 뉴스웨이 사옥에 들어섰다.

“‘뻐꾸기 둥지’를 하면서 극단적인 상황을 연기하다보니 주변에서 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평생 들을 욕을 ‘뻐꾸기 둥지’하며 다 들었죠(웃음). 한 번은 몸이 아파서 링거를 맞으러 병원에 갔는데 어떤 분이 뒤통수에 대고 엄청난 욕을 하시더라고요. 순간 ‘내가 그 정도로 나빴나’ 싶으며 억울하기도 했어요.”

전작인 ‘뻐꾸기 둥지’를 통해 황동주는 악역의 옷을 완벽히 입었다. 덕분에 주부들의 공공의 적이 되기는 했지만, 그의 호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황동주는 달콤한 휴식을 즐길새도 없이 전작인 황순영 작가의 손을 잡고 ‘위대한 조강지처’ 대본을 받아들었다. 이는 신의 한 수였다.

“‘위대한 조강지처’에서 연하남편으로 등장해서인지 젊은 팬들이 생겼어요. 젊은 여성들 뿐만아니라 남성 팬들까지 생겼어요. 철이 없는 성호가 매력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캐릭터였기에 잘 다가와주시더라고요. 요즘 연상연하 커플이 많아져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황동주는 부인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황우슬혜를 향해 “누나”를 연발했다. 수줍고, 소심하고 여린 이성호 특유의 말투는 황동주 그 자체였다. 궁금했다. 과연 어떤게 진짜 그의 본 모습일까. 물으니 황동주는 크게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실제로도 너 그러하냐’ 라는 것이었어요. 평상시 말투와 성격이 성호 같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물론 평상시에 제가 성호처럼 말도 빠르지 않아서 실제 제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어요. 그렇지만 대본을 받고 성호라는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해 연구했죠. 부담도 컸어요. 캐릭터가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여 줄 것인지 걱정도 됐죠.”

MBC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황동주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MBC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황동주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황동주의 이러한 노력 덕인지, 드라마 속 성호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그의 고민의 무게 만큼이나 드라마 속 이성호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았다. 극 후반에는 해맑고 순수한 성호에게 출생의 비밀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며 그에게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성호와 그의 모친 김봉순(양희경 분)의 사연에 함께 눈물지으며 함께 걱정했다.

“성호의 출생의 비밀은 원래 시놉시스 상에 없는 내용이었기에 저도 몰랐어요. 대본을 받고 소름이 끼쳤죠.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그동안 양희경 선생님과 쌓아온 정이 있어서인지 울컥했어요. 대본을 읽는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더라고요. 출생의 비밀이 다뤄지면서 성호에 대한 설명이 더욱 풍부해졌던 것 같아요.”

황동주는 엄마 역할로 호흡을 맞춘 양희경을 향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거친 세상을 살아온 모자(母子)로 호흡을 맞췄다. 결국 양희경이 생모가 아님이 밝혀졌지만 두 사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자간의 정(情), 그 이상의 감정을 눈물로 쏟아냈다. 늘 밝고 천진무구 했던 성호의 슬픔에 시청자도 울었다.

“실제 상황이라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요. 엄마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내용을 대본을 받아들고 눈물과 콧물을 쏟았어요. 대사만 겨우 외우고 촬영에 들어갔죠. 대본을 보고있으면 감정이 울컥 올라와서 힘들었어요. 촬영에 들어가자 감정이 많이 올라와서 조절하는게 힘들었어요. 감독님의 컷 소리가 났는데도 감정 정리가 안되더라고요.”

황동주가 성호의 감정을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연기 선배 양희경의 도움이 컸다. 양희경은 하나뿐인 아들로 분하는 황동주를 위해 손수 도시락을 싸다주며 카메라가 없는 시간에도 가까워지기 위해 애썼다. 이는 후배 황동주를 생각한 배려였다. 황동주는 양희경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시청자들로부터 실제 엄마와 아들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것은 오롯이 양희경 선생님 덕이에요. 촬영 내내 항상 점심밥은 양희경 선생님과 같이 먹었어요. 직접 제 몫까지 도시락을 싸오세요. 농담도 나누고,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마지막 촬영을 끝마치고 엄마한테 눈물이 날 것 같아 아무말도 못했어요.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양희경 선생님도 그러셨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양희경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성호로서 그 정도 감정을 뽑아낼 수 있었을까요.”

MBC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황동주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MBC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황동주 인터뷰.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황동주는 ‘위대한 조강지처’를 통해 배우로서 또 한 번의 성장을 기록했다. 강렬하고 색채감 있는 캐릭터를 맡아왔지만 그게 황동주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끊임 없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피하고 돌아가고 싶은 캐릭터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 그 모든 캐릭터가 제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어요. 물론 손해를 보게되는 캐릭터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 손해 마저도 제게 배움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다음 작품은 좀 더 넓어진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황동주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신기했다. 연달아 일일드라마 두 편을 내리 해낸 황동주였지만 신기하게 피로감이나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황동주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이 배우 인생에 장점으로 작용했음을 짐작케했다. 그런 그에게도 잘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연애. 그에게 새해 계획을 물으니 뜻밖에 결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는 꼭 아이를 낳아야지, 아빠가 되어야지 다짐하지만 매년 안되더라고요. 연애도 하지 않고 있어요. 과거 연애를 하며 결혼 생각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죠. 평소에 촬영이 없을 때는 칩거 수준으로 집에만 있어요. 운동, 집의 반복이죠. 술도 잘 마시지 못해서 디저트를 즐기는 편이에요. 아기들이 정말 예뻐요.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는 삼둥이, 윤후, 추사랑 다들 어쩌면 그리 예쁠까요. 부러워 죽겠어요. 빨리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싶어요.”

황동주는 소탈했다. 온갖 미사여구로 자신을 꾸미거나 목이 힘을주는 일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일상과 배우, 연기관을 차근차근 늘어놓으며 배우가 아닌 인간 황동주에 대해 빚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드라마 촬영을 마친 황동주는 더 나은 인간이, 배우가 되기 위해 올 연말 태국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여행을 통해 더욱 성숙한 배우 황동주로 돌아오겠다는 각오다.

“여행을 참 좋아해요. 여행을 다녀오면 알 수 없는 기운이 저를 감싸요. 특히 태국을 자주 찾는 편이에요. 태국 홍보대사를 하고싶을 정도로 사랑해요. 음식도 맛있고, 물가도 저렴하고 사람들도 친절하죠. 휴가지로 최고에요. 웬만한 맛집이나 가게 등은 줄줄 꿰고있죠. 올 연말에도 태국에 가 있을 계획이에요. 여행을 통해 고집과 욕심을 내려놓고 배우로서 도약할 발판을 다지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나이들며 후배들한테나 시청자들한테 창피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싶어요. 그러기 위해 현재에 충실해야죠.”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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