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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화정’, 그저 사극으로만 치부되지 말아야할 이유 셋

종영 ‘화정’, 그저 사극으로만 치부되지 말아야할 이유 셋

등록 2015.09.30 10:32

홍미경

  기자

광해와 인조, 그리고 효종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조선사를 관통하며 화제를 모았던 MBC ‘화정’이 50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사진제공= MBC광해와 인조, 그리고 효종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조선사를 관통하며 화제를 모았던 MBC ‘화정’이 50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사진제공= MBC


‘화정’은 드라마. 아무리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역사속 인물들을 그렸다고 할지라도 재미와 흥미에 뿌리를 둔 드라마이기 때문에 태생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화정’을 되돌아 보면서 광해와 인조, 그리고 효종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조선사를 관통하며 각 인물들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그저 역사 드라마로만 치부할 수 없는다.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있었던 정명공주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광해의 깊은 울림이 그리고 인조와 효종의 발걸음이 사극을 넘어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만들어 준다. 1등만을 기억하는 이 세상에 던지는 2등의 외침. 역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인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리게 되면서, 현 사회에서도 소외된 자들에게 눈길을 돌려야할 이유를 되짚게 만들었다.

MBC 54주년 월화특별기획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최정규, 제작 ㈜김종학프로덕션)이 50부작 긴 여정의 발자취를 살펴봤다.

◇ 4대의 조선 그리고 권력의 본질

‘화정’은 선조(박영규 분)를 시작으로 광해(차승원 분), 인조(김재원 분), 비운의 왕세자 소현(백성현 분)에 이어 효종(이민호 분)에 이르기까지 4대의 왕을 관통하는 새로운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와 함께 정명공주, 홍주원(서강준 분), 강인우(한주완 분), 강주선, 이이첨(정웅인 분), 김개시(김여진 분), 김자점, 소용 조 씨, 인목대비(신은정 분), 이원익(김창완 분), 이덕형(이성민 분), 허균(안내상 분), 최명길(임호 분), 김상헌(이재용 분), 이항복(김승욱 분), 정인홍(한명구 분), 유희분(유승목 분), 이충(정규수 분), 김류(박준규 분), 이귀(장광 분), 이영부(김광규 분), 장봉수(박원상 분) 등 수많은 군상들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조선 권력투쟁사의 한 단면을 묘사했다.

이 같이 신선한 시도는 ‘화정(華政)’의 주제의식인 빛나는 정치를 한층 강조하는 장치가 됐다. 정의를 추구하는 이와 사리사욕을 탐하는 이, 비뚤어진 시대를 바로 잡으려 이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려는 이가 조선 정치판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공존케 해, 권력의 속성과 그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어 내며 호평을 불러 모았다.

◇인간으로서의 왕, 입체적인 인물 묘사 통한 공감 획득

‘화정’ 속의 왕은 업적이 아닌 인간이었다. 또한 단편적인 인간이 아닌 변화하고 성장하는 입체적 인간이었다.

보통 광해를 폭군, 혹은 비운의 개혁군주로 묘사한다. 또한 인조는 무능한 왕, 조선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군주로 묘사하곤 한다. 그러나 ‘화정’ 속 광해와 인조는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브라운관을 사로잡았다.

광해는 계축옥사(대북파가 서인 세력과 영창대군을 제거하기 위해 일으킨 옥사)를 묵과했고, 자신의 아버지를 독살한 김개시와 이이첨을 처벌하지 않고 자신의 옆에 뒀다.

이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해 선정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듯 ‘화정’ 속의 광해는 조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은 비정한 군주가 되기를 자처했던 인물로 묘사됐다. 이는 폭군으로서의 광해, 개혁 군주로서의 광해를 아우르는 것이었다.

동시에 인간과 왕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광해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광해’의 재발견을 이룩했다.

또한 인조의 폭정에도 설득력을 부여했다. ‘화정’은 인조를 자신에게 왕재가 없다는 사실과 반정을 통해 왕위를 찬탈했다는 것에 끊임없이 자격지심을 안고 사는 인물로 그렸다. 이로 인해 선정을 펼치고 싶었지만 간신배들의 손을 물리치지 못했고, 나아가 아들 소현의 죽음까지 야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죽기 직전, 간신배들을 척결하고 봉림대군(효종)에게 힘을 실어주는 ‘왕의 선택’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 역사의 한 페이지, 명장면으로 강렬한 각인

‘화정’은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4회 광해가 영창대군(전진서 분)에게 드리워진 역모 누명을 방조하며, 동생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린 정명(정찬비 분)에게 “왕실에 어린아이는 없다”며 외면하는 장면은 권력 앞에 혈육마저 제거해야 했던 서글픈 역사인 ‘계축옥사’를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29회 광해 역의 차승원과 인조 역의 김재원의 불꽃 튀는 카리스마 맞대결로 인해 ‘인조 반정’은 한층 스펙터클하게 묘사됐으며, 42회 인조가 청국의 황제에게 삼배구고두를 해야 했던 치욕적인 역사인 ‘삼전도 굴욕’은 배우들의 처절한 눈물연기 속에서 한층 더 비극적으로 그려졌다.

이 밖에도 ‘화정’은 임진왜란, 심하전투, 이괄의 난, 병자호란 등 역사적인 사건들을 강렬한 색채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로 엮어내며 시청자들 마음에 아로새겼다.

한편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하여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 그리고 그런 정명이 인조 정권 하에서 그 권력과 욕망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성원 속에 50부작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화정’ 후속으로 ‘화려한 유혹’이 다음 주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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