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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절친 악당들’ 고준희, 그가 즐기던 힐링의 시간

[인터뷰] ‘나의 절친 악당들’ 고준희, 그가 즐기던 힐링의 시간

등록 2015.07.08 08:51

김재범

  기자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고준희만큼 시원한 신체 조건을 갖춘 국내 여배우가 또 있을까. 그리고 고준희만큼 단발머리가 어울리는 여배우가 있을까. 단 두 가지만 놓고 봐도 고준희는 남성들의 섹시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어떤 묘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여배우에게 이런 요건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 마냥 기분 좋은 칭찬은 아니다. 女(배우)란 직업은 필연적으로 연기를 해야하고, 그 연기가 대중들에게 어떤 충족감을 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분명 고준희는 지금까지 부족함이 있었다. 물론 고준희 본인의 능력치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작품 선택의 선구안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고준희의 매력을 충분히 살릴 적절한 작품과의 궁합 문제라고 보는 게 적당할 듯하다. 그런 면에서 ‘중견 거장’ 임상수 감독의 심미안은 분명했다. ‘나의 절친 악당들’ 속 나미는 고준희를 두고 창조된 듯한 캐릭터였다. 고준희가 물을 만났다.

영화 개봉 이후 만난 고준희는 아주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보통 배우들은 자신의 출연 영화 개봉 전이나 개봉 직후 관객 평가에 대한 불안과 예민함으로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고준희는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을 걱정하지 않았다. 스스로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에 후회도 없고 미련도 남지 않았단다. 고준희는 그저 ‘나의 절친 악당들’ 속 ‘나미’처럼 현재를 즐기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처럼 모든 것을 초탈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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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걱정한다고 될 일도 아닌데, 덜덜 떨고 긴장타고 좀 저랑은 안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 좋아해주실 분들은 분명 많이 봐주실거라 믿어요. 전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고, 다시 하라고 해도 무조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랑 너무 닮은 나미의 모습에 일을 한단 느낌이 아니라 힐링을 하고 온 느낌이었어요. 현실 때문에 못하고 현실에 막혀서 좌절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잖아요. 영화 속 나미나 지누(류승범)는 전혀 그런게 없잖아요. 완전 힐링의 시간이었죠. 하하하.”

고준희에게 이번 영화는 분명 득이다. 류승범이란 걸출한 연기파와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의 경력을 보유한 ‘중견 거장’ 임상수 감독의 조합 속에 그가 끼어들었다. 우선 생소한 조합이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고준희를 연기파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류승범과 임상수 감독의 조합 속에서 그가 잘 살아날까란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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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이 좀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류승범과 임상수는 쎄다? 승범 오빠가 워낙 강렬한 역할들을 많이 했고, 감독님 전작들도 임팩트가 강한 작품들이 많잖아요. 제가 겪어본 두 분은 정말 순종적이고 사랑스러운 분이에요. 승범 오빠의 배려가 아니라면 영화 속에서 나미가 그렇게 살아났을까란 생각이 지금도 들어요. 감독님도 전적으로 저를 위해 배려해주시는 게 너무 느껴졌어요. 말로 표현이 안되는데, 진짜 두 분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깨진 작업이었죠(웃음)”

‘나의 절친 악당들’은 그의 말처럼 남성 중심이라기 보단 여성 중심의 라인이 강하다. 고준희도 그랬고, 배우 류현경과 커플로 출연한 가나 출신의 방송인 샘 오취리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극중에서 여성 캐릭터를 서포트하는 느낌이 강하다. 함께 하는 배우로서 또 동료로서 고준희는 이런 선택이 결코 쉽지 않은 점이라고 강조했다. 두 동료에 대한 또 다른 배려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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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범 오빠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남자가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것도 멋지다. 하지만 순종적으로 여자를 받쳐주는 것도 진짜 멋진 모습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여자를 보호하고 이끌어 주는 모습, 하지만 여자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남자. 당연히 극 안에서 이뤄진 내용이지만 동료 배우로선 절대 쉽지 않은 선택인데 그걸 인정해 주신거죠. 쉽게 말해 절 돋보이게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사실 이 모든 면은 임상수 감독의 시나리오 속 독특함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고준희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강렬함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단다. 무조건 영화를 보면 그 통렬함과 통쾌함 그리고 시원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웃는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자화자찬이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느낌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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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독님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감독님 영화는 특유의 시크한 느낌이 있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매니저 오빠가 시나리오를 주는 데 감독님 작품이에요. 깜짝 놀랐죠. 그런데 읽어보니 감독님의 전작 느낌과는 또 너무 틀려요. 어떻게 이런 얘기를 쓰실 수 있을까란 놀라움이랄까. 그리고 빨리 읽고 빨리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야지란 생각으로 읽었는데, 정말로 제가 빨리 읽은 게 아니라 그냥 빨리 넘어갔어요. 쑥쑥. 하하하.”

독특하게 화끈한 얘기 속 주인공 ‘나미’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영화를 보면 고준희만이 가능한 고준희스러운 ‘나미’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흡사 임상수 감독이 고준희를 염두하고 썼다고 믿어도 될 만큼 ‘나미’는 고준희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도 임상수 감독은 고준희에게 ‘나미’에 대한 특별한 요구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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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저한테 모든 것을 맡겨 주신 것은 사실이에요. 제가 생각한 나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지만 그렇다고 천방지축은 아니에요. 적당히 즐기고 발랄하지만 속에 있는 무게는 버리지 않은 인물이죠. 그게 참 마음에 들었어요. 감독님도 저의 이런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주셨어요. 단 한 가지는 원하셨어요. ‘나미’를 꺼내면서도 ‘고준희’를 전부 버리지는 말하고 하셨어요. 저의 평소 모습과 나미의 간극을 줄이고 싶으셨던 의도 같아요.”

맨발로 렉카차를 운전할 정도로 와일드한 여성이며, 페인트가 묻은 청바지와 가죽 자켓을 입고 거친 욕설도 서슴치 않을 정도로 남성미마저 느껴지는 인물이 나미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나미’의 또 다른 섹시미도 드러난다. 임상수 감독 작품이기에 류승범과의 찐한 러브신도 있다. 고준희의 환상적인 뒤태를 볼 수 있는 세미 누드도 포함돼 있다. 남성팬들에겐 완벽한 팬서비스이자 설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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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의미 없는 노출이나 그런 장면은 아니에요. 영화에서 제가 욕조에 들어가기 전 옷을 벗고 걸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몇몇 분이 대역이냐는 말도 하시는 데 저 맞아요(웃음). 근데 좀 아쉬워요. 거친 인물이기에 등쪽에 잔근육이 좀 많이 보였으면 해서 운동을 많이 했는데, 제가 의외로 근육이 잘 안 잡히는 체질이에요. 어휴 노력해도 안되는 건 안되나봐요. 하하하.”

데뷔 이후 고준희를 따라다닌 수식어는 공교롭게도 ‘단발머리’다. 하지만 이날 고준희는 숏컷 헤어스타일로 나왔다. 데뷔 이후 점점 헤어스타일이 짧아지고 있다. 헤어가 짧아질수록 반대로 고준희는 점점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는 짧아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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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캐리 멀리건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갑자기 너무 하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날씨도 더워지는 데 좀 짧게 하고 싶었어요. 다들 의외로 어울린단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다행이죠. 하하하. 그런데 짧은 머리가 이렇게 관리하기 힘든 줄 진짜 몰랐어요. 어휴. 이게 다시 단발로 복귀해야 할까 봐요(웃음)”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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