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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그리고 이제 ‘배우’를 꿈꾸는 수현

[인터뷰] ‘어벤져스2’ 그리고 이제 ‘배우’를 꿈꾸는 수현

등록 2015.05.11 07:00

김재범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정확하게 1년 전이다. 아니 좀 더 됐을 법하다. ‘김수현’이란 이름이 대한민국을 들썩여 놨다. ‘별에서 온’ 그 김수현으로 알았다. “이제 김수현이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려나 보다”란 기사를 접했다. 마블의 종합 선물세트 ‘어벤져스’의 속편에 김수현이 캐스팅됐단다. 악당 ‘울트론’의 탄생에 일조하는 의사란다. 나이가 좀 어린 김수현이 그다지 어울려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김수현의 캐스팅이라니 반가웠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 보니 그 김수현이 김수현이 아니란다. 아니었다. 사실 누군지 조차 얼굴도 모르는 여자 김수현이었다. 모델 출신으로 국내 드라마 몇 편과 시트콤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을 뿐이다. “어라? 김수현이 아닌데?” 그렇게 배우 수현(본명 김수현)은 대한민국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아니 전 세계 ‘마블마니아’를 상대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국내에서 만큼은 ‘수현이 나온 어벤져스’가 됐다.

몇 편의 드라마를 통해 수현은 ‘차도녀’의 이미지로만 활용돼 왔다. 177cm의 키에 차가워 보이는 얼굴, 무엇보다 동양권에선 나오기 힘든 신체구조가 그에겐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을 법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의 주변에 있던 소속사 여성 스태프들이 왜소하다 못해 ‘어린 아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어벤져스2’ 내한 당시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가 수현의 우월한 신체에 감탄을 금치 못한 일화도 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사실 정말 평범한 역할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아니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큰 키도 그렇고 외모에서 풍기는 차가운 느낌이나 그동안 맡아온 캐릭터 이미지 탓에 비슷한 배역만 들어왔던 게 사실이에요. 많이 아쉬웠죠. 더 잘할 수 있고 없고가 아니라 좀 더 다른 분위기 다른 시선에서 저 자신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게 할리우드 오디션이었어요.”

수현은 배경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안녕하세요, 수현입니다’라고 인사한 뒤 바로 연기를 해서 자신의 배우적 잣대를 평가 받기를 원했단다. 그런 면에서 할리우드 도전은 딱 떨어지는 선택이었다. 더욱이 같은 소속사 선배 다니엘 헤니의 영향도 컸다. 부족한 한국어 소화력, 이국적인 외모로 인한 캐릭터 제한성을 다니엘 헤니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깼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다니엘이 하는 것을 보고 사실 도움이 많이 됐죠. ‘저렇게 해보면 될까’란 생각이 아니라, ‘나도 저렇게 해봐야 겠다’란 생각을 갖게 도와줬어요. 사실 ‘할리우드 도전’이란 게 정말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도 있잖아요. 더군다나, 전 한국에선 거의 무명의 배우고. 그런데 그쪽에선 제가 인기가 있고 없고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다른 오디션 배우들과 같은 출발선을 제공해 줬죠.”

수현의 ‘어벤져스2’ 캐스팅은 단연코 국내 영화계에 톱뉴스였다. 미국 영화, 그것도 블록버스터의 정점에 서 있는 ‘마블 영화’에 출연하게 된 한국배우라니. 더욱이 수현이 맡은 ‘닥터 헬렌 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서 일회성 소모품이 아닌 꽤 중요한 인물이다. 이미 개봉한 ‘어벤져스2’를 통해 3편 및 다른 마블 영화 등장에 대한 여운까지 남겼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처음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어벤져스’인지도 몰랐어요. 우선 오디션 기간이 너무 길었어요. 처음부터 캐스팅 완료까지 거의 4개월이나 걸렸으니. 일반적인 오디션과는 정말 틀렸어요. 보통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하고 연기를 하고 이런 식이잖아요. 그런데 비디오 테이프 보내고 몇 주 뒤에 또 보내고···그러다 ‘합격이다’고 통보받고. 그래서 누가 봤는지 어떤 배역인지 어떤 영화인지도 하나도 몰랐어요. 진짜 황당했죠. 하하하.”

물론 수현이 아무것도 모른 채 ‘어벤져스2’ 오디션을 본 것은 아니다. 오디션 중간 쯤 국내 기사와 함께 여러 정보를 통해 자신이 마블 영화에 오디션을 봤고, 꽤 높은 단계까지 올라간 것을 알게 됐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수현은 최근 제작이 완료되고 개봉 준비 중인 ‘앤트맨’의 오디션으로 알았단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전 마블 영화 오디션이란 사실을 접하고 ‘앤트맨인가?’라고 생각했죠. 근데 마지막 오디션때 ‘어벤져스2’인지 알았죠. 오디션 때 조스 웨던 감독이 준 대본에는 ‘조지 클루니도 오냐’란 대사가 있었어요. 대사를 읽고 나서 감독님 얼굴을 봤는데, ‘조지 클루니를 토르로 바꿔봐라’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때 깜짝 놀랐죠(웃음)”

개봉 이후 연일 기록을 만들어 내며 메가톤급 흥행을 이어가는 ‘어벤져스2’다. 하지만 의외로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워낙 거대한 ‘영화 속 세계관’ 탓에 스토리의 연속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어벤져스2’는 꽤 지루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함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화제성은 전 세계적이다. 특히 국내에서 마블의 인기는 철옹성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마블 영화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물이 아닌게 오히려 인기의 발판 아닐까 생각돼요.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너무 만화스럽지도 않고. 또 스토리의 연속성도 크고. 더욱이 이번 작품은 한국 촬영 분도 많이 포함돼 있어서 인기가 높은 것 아닐까 생각돼요. 그냥 어릴때 미국에서 살면서 본 마블 만화가 전 기억에 많이 남아 있어서 좀 익숙하기는 해요.”

인터뷰 당일까지 수현은 미국 LA프리미어 시사회 포함 두 번, 국내 시사회에서 한 번 등 총 3번을 봤단다.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고 신기하단다. 꼭 국내 극장에서 일반 관객들 틈에 섞여서 보고 싶은 바람도 있다고. 수현은 미국과 한국에서 ‘어벤져스2’를 보면서 느끼고 겪은 신기한 경험도 전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국내에선 영화를 보면 조용하고 정숙한 분위기에서 몰입해 보는 게 당연한 예의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틀려요. 같이 환호하고 카메라 플래시도 터트리고(웃음). 영화 처음에 ‘어벤져스’ 멤버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극장이 무너질 정도로 환호성이 터져 나와서 놀랐어요. 캐릭터 한 명 한 명에 대한 박수와 응원까지 하면서 관람하는 데 그냥 놀이공원에 와서 즐기는 모습이랄까. 하하하.”

아직은 조심스러울 수도 있고, 출연 배우이기에 직접적인 언급은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어벤져스2’ 개봉 후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장면이 바로 국내 촬영 분이다. 영화 전체의 즐거움에 빠져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본 관객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겨우 저 장면 찍을려고 호들갑이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수현의 생각이 궁금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다른 나라 촬영분에 비해 제 생각에는 뚜렷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영화 속 제 연구실인 ‘세빛둥둥섬’도 신기하고. 사실 그곳은 한국분들도 그냥 봐도 잘 모르는 곳이에요. 그런데 울트론이나 ‘비전’이 탄생되는 장소란 점에서 비밀스럽고 흥미로운 장소로 설정된 것 같아 전 만족스러워요. 관객 분들이 모두다 좋아해주실 수는 없잖아요(웃음)”

수현이 연기한 ‘닥터 헬렌 조’는 마블 시리즈에서 상당히 중요한 배역 중 한 명이다. 아쉽게도 이번 영화에선 그리 출연 비중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나름의 존재감이 넘친다. 특히 수현은 촬영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몇 가지도 공개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며 웃어 넘겼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영화 속에서 한국어 대사가 등장하는 데 그게 사실은 저의 애드리브에요. 근데 현장에선 한국어를 아는 분들이 없잖아요. 제가 대사를 하고 제가 ‘OK’와 ‘NG’를 결정했어요. 하하하. 아쉬운 점은 영화 속 파티 장면에서 ‘호크아이’와 나눈 재미있는 대사들이 좀 있는데 편집에서 잘려 나갔더라구요(웃음)”

인터뷰가 끝나면 수현은 며칠 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올 연말까지는 미국에 머물며 드라마 ‘마르코폴로 시즌2’ 촬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제 수현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진짜 ‘스타’가 됐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스타?’ 전 그리 듣기 좋은 수식어는 아닌 듯해요. 바랐던 타이틀도 아니고, 그저 배우란 이름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어벤져스’도 언젠간 지나갈, 아닌 이미 지나간 추억이잖아요. 꼭 수현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만나보고 싶어요.”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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