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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독과점 논란, 이젠 지겹지도 않나

[NW이슈] ‘어벤져스2’ 독과점 논란, 이젠 지겹지도 않나

등록 2015.04.30 00:00

김재범

  기자

 ‘어벤져스2’ 독과점 논란, 이젠 지겹지도 않나 기사의 사진

역대 외화 최단기간 400만 돌파 기록이다. 사실상 1000만 돌파는 기정사실로 둔 채 ‘언제넘을까’에 대한 관심만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명사 마블스튜디오의 종합선물세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관심이다. ‘어벤져스2’는 개봉 첫날 62만명을 동원하며 국내 개봉 영화 역대 2위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틀 만에 100만, 사흘 만에 200만, 나흘 만에 300만을 넘어섰다. 모두 외화 신기록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제작비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671억)를 모두 회수한 상태다. 1일부터 시작되는 황금 연휴를 앞두고 국내 1000만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현재까지 ‘어벤져스2’를 향한 시선을 국내로 좁혀 보자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 중이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이지만 관심과는 별개로 ‘공공의 적’ 개념도 존재한다. 국내 극장가 시장의 해묵은 논리인 ‘스크린 싹쓸이’ 때문이다. 지난 25일 ‘어벤져스2’는 전국 1843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통상적으로 국내 스크린 총 수를 2300여개 정도로 본다고 가정할 때 무려 80%에 가까운 점유율이다. 하루 상영 횟수는 1만회(1만 19회)를 넘어섰다. 박스오피스 2위부터 10위까지의 모든 영화의 하루 상영 횟수를 더해도 5000회가 안된다.

◆ 정말 스크린 독과점 문제일까

매번 등장하고 절대 풀리지 않는 문제가 바로 스크린 독과점이다. 1000만 영화가 나올때마다 등장하는 논리다. 한 영화에 너무 많은 스크린을 몰아줘 다른 영화와의 상생을 저버렸고, 또한 관객들에게 볼 권리를 빼앗고 있다는 게 ‘독과점’ 질타의 핵심이다.

‘어벤져스2’의 경우 상영 전 사전 예매율에서 무려 96%에 달하는 예매율을 보였다. 2위부터는 채 1%를 넘지 못했다. 수요가 넘치면 공급을 그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 온라인에는 ‘예매 전쟁’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몰아주기는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여름 ‘명량’ 상영 당시를 보자. 개봉 첫 주말 1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영화 ‘빅4’로 불리는 ‘군도’ ‘해적’ ‘해무’가 일주일 간격으로 극장가에 개봉했다. 그럼에도 ‘명량’은 1000개 스크린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상영하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도 1000개 수준을 유지하며 1000만을 돌파했다.

간단한 논리다. 성수기와 비수기 스크린 배분율이다. 오히려 대작과 기획성 예산이 투입된 상업영화들이 몰리는 성수기(6~8월)와 달리 3~4월 비수기는 극장가의 휴관기로 표현될 정도다. 관객이 몰리는 작품에 스크린을 몰아주지 않는 것 자체가 오히려 관객 볼 권리에 대한 박탈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같은 기간 개봉하는 저예산 한국영화들에게 상영 기회조차 빼앗는 단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수요에 대한 공급 기준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는 자체 포럼에서 각 지점과 커뮤니티를 통해 상영관 증감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시장 자체에서 요구하는 수치를 맞추기 위한 점은 사실 극장과 배급 문제가 아닌 관객 스스로가 만든 독과점이다. 96%의 수치가 말하고 있다. ‘독과점’이 없어지기 위해선 차라리 ‘대작 영화’ 혹은 ‘1000만 영화’가 무려 12편이나 존재하는 국내 시장 자체의 구조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많이 찾기 때문에 많이 공급하는데 공급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분명 어불성설이다.

◆ 독과점? 상영 영화 자체가 없다

다른 1000만 영화들이 상영 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하지만 이번 ‘어벤져스2’가 더욱 거센 이유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국내 4월 극장가에 입성한 2600억 짜리 골리앗의 위세 때문일 것이다.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부터 10위까지를 보면 ‘약장수’ ‘차이나타운’ ‘위험한 상견례2’ 등 색깔이 분명한 장르 영화 3편이 같은 시기 개봉했다. ‘약장수’ ‘위험한 상견례2’가 15세 관람가, ‘차이나타운’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반면 ‘어벤져스2’는 12세 관람가다.

비수기 시즌임을 감안해도 가족단위 관객을 흡수할 작품 자체가 사라진 모양새다. ‘약장수’는 ‘고독사’와 붕괴된 가정 경제 등을 정면으로 다룬 사회성 짙은 작품이다. 불과 4억 50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초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깊이와 전개 방식에서 분명 국내 관객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위험한 상견례2’는 전편의 흥행을 등에 엎은 속편으로 등장했지만 콘셉트만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영화다. ‘슬립스틱’과 말장난 개그 등 철지난 유머 코드가 난무한다. 거의 유일한 대항마인 ‘차이나타운’의 경우 청불이란 등급 한계와 더불어 수요층이 확실하게 갈리는 장르 영화란 점이 걸림돌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살펴보면 ‘어벤져스2’의 독과점을 지적하는 것보단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더 크다. 국내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앞다퉈 ‘어벤져스2’와 정면 대결을 피했다. 당연한 전략이고, 그래야만 옳다. 하지만 스스로가 만든 시장 상황을 단지 독과점의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두 번째 어불성설이다. 시장 자체가 관객들에게 ‘어벤져스2’를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 마블의 전략, 관객의 학습? 국내 영화도 배우면 안될까

사실 마블 영화가 국내에서 환영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미국적 시각과 영웅주의로 포장된 전개 방식, 여기에 미국 제일주의 법칙은 분명 반감을 가질 만한 요소들이 차고 넘친다.

마블은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란 독특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캐릭터들의 공간을 창조해 냈다. 국내에는 마블의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슈퍼맨’과 ‘배트맨’이 오히려 더 낯익은 캐릭터들이다.

국내에 개봉한 마블 영화는 총 10편이다. ‘아이언맨’이 총 3편, ‘헐크’가 1편, ‘캡틴 아메리카’ 2편, ‘토르’ 2편, ‘어벤져스’가 1편,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이 가운데 ‘캡틴 아메리카’ 1편은 ‘퍼스트 어벤져’란 이름으로 개봉해 51만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토르’ 1편도 169만명 수준이었다. 마블 영화의 새로운 우주적 확장 개념으로 불리며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141만을 끌어 모르는 데 그쳤다. 그나마 흥행은 ‘아이언맨’ 시리즈 3편과 ‘어벤져스’ 1편 정도다.

마블 영화는 그동안 남성 취향의 ‘히어로’ 무비에 여성 관객들을 끌어 들인 장본인이다. 기존 마초적 관점에 더해 유머와 인간적인 취향을 결합해 만든 영화적 스토리는 상업적 측면에서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발전했다. 또한 ‘마니아’로 불리는 이른바 ‘덕후’들을 열광시키며 온라인에 입소문과 글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국내 영화에선 생소한 특히 전 세계 상업영화에서도 전례가 없던 ‘쿠키 영상’이란 떡밥을 통해 공유된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영화적 상상력의 한계성을 관람 이후의 호기심으로까지 끌어가는 전략이었다. ‘쿠키영상’ 외에 각각의 시리즈에 숨은 ‘떡밥 코드’는 온라인에서 ‘덕후’들을 열광시켰다. ‘아이언맨’ 시리즈에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토르’에 잠시 등장한 ‘호크아이’,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관계 등은 기묘한 연결성을 가지며 영화적 가상 공간의 세계관을 현실로 이끌어 내는 확장성을 선보였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마블의 독특한 이런 개념이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고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 같다”면서 “단순한 시리즈물의 연결성이 아닌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창의적 발상은 분명 배우고 습득해 볼 요소들이다”고 전했다.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차이나타운’ 속 ‘엄마’(김혜수)와 일영(김고은)이 다른 조직과의 대결을 펼친다. 그 조직 수장이 ‘신세계’의 이자성(이정재)이며, 이들을 감시하고 주시하는 ‘감시자들’이 ‘송골매’ 황반장(설경구)이란 설정. 여러 문제가 분명 있겠지만 흥미로운 설정아닌가. 충무로 버전의 ‘어벤져스’가 결코 불가능한 상상력은 아닐 듯하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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