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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무비게이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등록 2015.04.28 00:00

김재범

  기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기사의 사진

예견된 결과이고 이미 진행형이지만 모든 게 경이롭기만 하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과 가능의 사이를 오가는 ‘말장난’ 혹은 ‘넌센스’에 불과하단 얘기로 압축할 수 있었다. 1000만 예측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 1000만을 넘기느냐에 대한 계산이 더 어려웠다. 이미 개봉과 함께 국내 개봉 외화 사상 최고 오프닝 스코어, 그리고 개봉 첫 주에 400만 돌파란 믿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인기는 마블코믹스가 가진 독특한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이름 붙은 이 세계는, 각각의 히어로가 동일한 세계 속에서 숨쉬고 살아간단 가정에서 출발한다. 3편까지 나온 ‘아이언맨’이 활약하는 세계가 ‘캡틴 아메리카’의 활동 무대에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면? ‘토르’가 절대 망치 ‘몰니르’를 들고 나선 활약상이 사실은 ‘헐크’가 감마선에 노출돼 초록 괴물로 변하고 ‘로스’ 장군에서 쫓기는 사건과 함께 동일 선상에서 벌어진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정이 ‘마블 마니아’들을 양산해 내는 지점이다. 개별 시리즈에서 느끼는 일종의 관객 카타르시스가 ‘어벤져스’란 이름으로 합체하면서 전혀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쾌감을 선사하게 된다. 이른바 ‘퓨전 카타르시스’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기사의 사진

1편이 그래픽 노블로만 존재했던 히어로들을 하나로 묶는 과정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면, 2편은 더욱 다크해진 톤 앤 매너로 관객들에게 접근한다. ‘퓨전 카타르시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짜 ‘그래픽 노블’의 참 맛을 느끼게 한다. 단순한 상업 영화의 범주가 아닌 ‘히어로’란 단어가 가진 이중성, 특히 ‘마블 히어로’들의 존재론적 접근 방식에 포커스를 맞춘다. 단순한 선악구도가 사라진 새로운 세계관의 창조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밑바탕이 된 셈이다. 가상현실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급행열차 티켓인 셈이다.

영화는 ‘스토리’와 ‘캐릭터’ 두 가지의 중심축을 지닌다. 특히 마블 영화의 경우 ‘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하는 공식을 따른다. 더욱이 ‘종합선물’ 세트인 ‘어벤져스’는 철저하게 ‘캐릭터’ 중심의 전개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1편에 비해 2편은 각각의 인물들이 지닌 고민과 숨겨진 과거에 집중한다. 가볍게 보고 즐기는 히어로 무비와 달리 무게감이나 톤 앤 매너에서 보여주는 ‘다크’함도 ‘마블’ 특유의 어둡고 불안정한 정신세계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느껴진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기사의 사진

원작 속 ‘앤트맨’ 행크 핌 박사가 창조해낸 ‘울트론’은 이번 영화에선 ‘토니 스타크’의 손에 만들어진 콘셉트로 변경된다. 1편에서 보여 준 뉴욕 사태로 인해 토니 스타크는 일종의 안전 불감증 혹은 평화 집착증에 시달린다. 이 내용은 ‘아이언맨3’를 통해 충분히 설명됐다. 1편에서 해체된 ‘쉴드’로 인해 ‘어벤져스’ 멤버들은 ‘스타크 타워’를 본부로 활동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토니 스타크는 ‘헐크’ 브루스 배너와 함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신의 방패’를 창조하려 든다. 바로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 지능 ‘울트론’이다. 1편의 악당 ‘로키의 창’에 박힌 ‘인피니티 스톤’(마블의 세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보석 5개 가운데 하나) 속 힘을 통해 토니 스타크는 ‘울트론’을 창조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이미 수 없는 SF장르를 통해 그 위험성이 언급됐다. 브루스 배너 역시 같은 고민을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이를 배제한다.

학습되지 않고 창조된 지성체 ‘울트론’은 스스로의 존재론적 고민을 토로하며 외적 반응에 폭발한다. 자신을 컨트롤할 ‘자비스’를 삭제시키고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는 ‘울트론’은 급기야 ‘지키는 것돠 파괴하는 것’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 채 온 인류를 적으로 간주한다. 이 점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정체성에서 기인한다. 세계적인 군수업체 대표로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무기를 생산해 내고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뫼비우스의 연결 고리가 ‘울트론’의 정신세계로 투영된 것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기사의 사진

토니 스타크의 군단인 ‘아이언맨 드론’을 모태로 스스로 신체를 갖게 된 ‘울트론’은 ‘캡틴 아메리카’의 영원한 숙적 ‘히드라’ 군단의 생체 실험 지원자인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를 섭외(?) ‘인류’ 몰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여기서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는 ‘토니 스타크’에게 적대적 감정을 지닌 과거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스칼렛 위치’의 능력이 발현되면서 이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주요 포인트가 그려진다. ‘현실 조작’이란 초능력으로 ‘어벤져스’ 멤버들은 자신의 내면 속 숨은 어둠 속에 더욱 접근한다. 인류를 위해 모든 것을 받쳤지만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더라도 멈추지 못하는 ‘아이언맨’의 고뇌, 자신이 왜 싸우는지 조차 이젠 희미해진 ‘캡틴 아메리카’, 가족과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막히는 ‘호크 아이’, 신으로서의 삶과 인간 세계에서의 고민이 시달리는 ‘토르’, 스스로의 광기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두려운 ‘헐크’, 여성으로서의 삶을 타인에게서 박탈당한 블랙 위도우 등.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히어로’ 들의 나약한 면은 ‘절대자’이면선 ‘영웅’인 이들의 삶이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그리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유지시키는 또 다른 힘으로 등장해 결말의 거대한 전쟁으로 이어진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기사의 사진

인류 평화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 관계로 발생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마지막 전쟁 장면은 사실 국내 관객들에게 좀 섬뜩한 단상을 전한다. 유럽의 가상 도시 국가 ‘소코비아’ 전체가 하나의 침몰하는 배처럼 하늘로 떠오르고, ‘어벤져스’ 멤버들은 완벽한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소코비아’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위기일발 순간 등장한 ‘쉴드’의 수장 ‘퓨리’와 헬리케리어는 지난 해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죽음의 순간에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삶을 던지는 ‘히어로’가 우리네 현실 속에선 영화로밖에 존재했단 사실이 처참하고도 잔인한 지금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란 사실이 너무도 서글프고 잔혹스러웠다.

국내 관객들에게 최고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지난 해 초 국내에서 촬영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속 내용일 것이다. 영화 전체에 중요한 과정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전개 과정 속 흐름 수준이다. 배우 수현은 ‘울트론’과 함께 새로운 캐릭터 ‘비전’의 탄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수현이 연기한 ‘헬렌 조’는 마블 세계 속 유일한 한국인 캐릭터 ‘아마데우스 조’의 어머니다. 또 다른 마블 세계에서의 등장을 점칠 수 있는 힌트다. 더욱이 ‘헬렌 조’는 이번 영화에서 ‘어벤져스’ 멤버 가운데 한 명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기사의 사진

미국 언론시사회 당시 ‘기절할 정도다’란 찬사가 쏟아졌다. ‘마블’의 거대한 세계관을 이해하고 접한 시간이 많은 그들에겐 충분히 나올 만한 평가다. 다만 이 거대한 세계를 단상으로만 접해 온 국내 관객들에겐 수많은 캐릭터들의 연결성과 개별적 고민 그리고 역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개봉한 수많은 ‘마블’ 영화를 통해 복습을 권장하고 싶지만 10편에 가까운 영화를 복습 교제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간적 여유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다. 이 말 외에 더 이상의 찬사가 필요할까. 141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종이 찢고 나온 영웅들 기사의 사진

당연히 3편의 힌트를 담은 쿠키 영상도 있다. 마블 영화사상 가장 ‘그래픽 노블’ 속 원작에 근접한 색채가 강하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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