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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시대 ‘엄마와 딸’의 이야기. 영화 ‘다우더’

[신작 리뷰] 어쩌면 우리 시대 ‘엄마와 딸’의 이야기. 영화 ‘다우더’

등록 2014.11.06 21:23

김아름

  기자

 어쩌면 우리 시대 ‘엄마와 딸’의 이야기. 영화 ‘다우더’ 기사의 사진


보는 내내 ‘어떻게 모성애를 이런 시간으로 바라볼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구혜선 감독의 감각적이고 독특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전에 없던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언젠가 친구들과 자신이 소유의 대상인가 혹은 독립체인가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결혼한 친구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살아가길 원하지만 정작 자식은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더라. 이런 모순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영화 ‘다우더’의 구혜선 감독이 설명하는 이 영화에 대한 변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직접 연출과 각본과 주연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어쩌면 우리 시대 ‘엄마와 딸’의 이야기. 영화 ‘다우더’ 기사의 사진


‘다우더’는 어긋난 모녀 관계와 뒤틀린 모성애를 밀도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성애’와는 좀 다르다. 통상적인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를 다룬 여느 영화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동안 영화속에서 접했던 모성애가 아닌 문제를 갖고 있는 모녀 관계를 미화하는 대신 날카롭게 직시하는 것이 바로 이 ‘다우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다우더’ 속 모성애는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분명 실제하는 이야기다. 모든 딸을 가진 어머니, 그런 어머니 밑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온 딸이라면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온다.

자식을 ‘소유’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 특히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은 자식들을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것들이 과한 개념으로 성장하고 집착으로 번진다. ‘다우더’는 분명 잘못됐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나 일반적인 모성애를 색다르게 접근한다.

자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부모에 대한 생각과 또 그들이 성장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또 그 자식에게 집착하고 모든 걸 기대하는 상황이 비슷하게 닮아 있는, 그런 모순적인 상황의 반복을 구혜선 감독은 성인이 된 딸의 임신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 시대 ‘엄마와 딸’의 이야기. 영화 ‘다우더’ 기사의 사진


이 영화 ‘다우더’에서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들을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게만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배역들을 모두가 충실히 해냈다. 딸에게 집착하는 엄마 역을 맡은 심혜진의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가끔 실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심혜진은 자신을 버리고 엄마 역할에 몰두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어그러진 모성애를 가진 엄마와 딸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의 섬뜩하리만치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 엄마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딸 ‘산’의 역할로 열연한 현승민과 구혜선의 연기도 찬사를 받을만 하다. 어린 시절 산의 역할을 맡은 현승민은 억눌린 감정 연기를 매끄럽게 소화해 냈다. 그는 ‘학대받는 아동’의 설정으로 빗나간 모성애로 인해 억압당해 주눅 들어있는 시기를 보낸 ‘산’의 역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엄마와의 날카로운 대립각을 이루며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성숙한 연기와 감정 표현으로 영화에 흡인력을 더해 감탄을 자아냈다. 성인이 된 ‘산’ 역할을 맡은 구혜선도,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된 이후 도망쳐왔던 엄마를 마주하면서 겪게되는 감정의 굴곡을 과하지 않으면서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어쩌면 우리 시대 ‘엄마와 딸’의 이야기. 영화 ‘다우더’ 기사의 사진


옆집 피아노 선생님 ‘정희’ 역할을 맡은 윤다경도 숨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작품 속 사춘기 소녀 ‘산’이가 말 못할 고민들을 털어놓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는 직접 나설 수는 없지만, 언제나 산이를 동정하고 올바른 길로 자랄 수 있도록 묵묵히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 역시 어린시절 산이와 비슷한 경험으로 자랐기 때문에 누구보다 산이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었다. 그는 잘못된 모녀의 관계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봤다. 윤다경의 차분한 연기는 격정적인 영화의 흐름 속에서 적절한 쉼표 역할을 하며 극의 완급을 조절한다.

‘다우더’는 이렇듯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가벼운 역할이 없다. 배우들은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덕분에 영화의 진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누군가의 딸이었고, 또 누군가의 어머니가 될 여성들을 위한 영화 ‘다우더’는 그 자체가 세상의 모든 모녀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서글픈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묘한 긴장감을 조성해 시선을 붙잡는 영화다. 구혜선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절제되면서도 과하지 않은 연기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 ‘다우더’를 추천한다. 6일 개봉.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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