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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인정, 범죄 악용·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포커스]잊혀질 권리 인정, 범죄 악용·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등록 2014.06.08 08:02

김아연

  기자

구글이 최근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판결에 따라 개인정보 삭제요청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범죄 등 과거세탁 악용은 물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당사자인 구글을 비롯해 위키백과 설립자, 외국의 유력 언론들은 이러한 점들을 들어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구글 등이 주요 회원사로 있는 컴퓨터 및 커뮤니케이션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엄청난 규모의 사적검열의 문이 열렸다”며 “정치인이나 무언가를 숨기려는 사람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사설을 통해 “‘잊혀질 권리’가 힘 있는 자들의 ‘과거를 덮는 권리’가 돼서는 안된다”고 힘을 보탰다.

위키피디아의 창립자 지미 웨일스도 “이런 광범위한 검열은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판결 내용에 언급된 정보는 저널리즘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러운 정보의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CJ가 삭제 요구 권리를 인정한 데이터는 언론 보도 내용으로 과거 기록이 현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삭제를 요청하는 것은 ‘잊혀질 권리’의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또 BBC에 따르면 이번 판결 이후 모 정치인이 과거 자신의 부정적인 행적의 기사가 검색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구글에 요청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동 성폭력 사진을 소유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한 남성이 검색 정보에서 해당 판결 내용을 지워줄 것을 청원하거나 환자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검색결과 목록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사실과 다른 정보로 피해를 입고 있는 약자의 권익을 강화하자는 기본 취지와 달리 여론을 통제하거나 개인 세탁의 악용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또 현실에 맞춰 과거를 지우다 보면 도대체 무엇이 우리에게 남느냐는 본질적인 성찰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세계 최대 로펌인 디엘에이 파이퍼의 패트릭 반 에크 변호사는 “사실로 판명된 정보까지 삭제될 수 있다는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염려스럽다”며 “시간이 흐른 오래된 이야기라고 해서 편집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주의기술센터(CDT) 산하 소비자 프라이버시 프로젝트의 저스틴 브룩먼 소장도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관점에서는 이번 판결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오랜 시간이 흘러 어떤 개인에 관한 정보가 일반 대중들에게 더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언론은 과거 기사를 삭제할 의무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잊혀질 권리’에 대한 부작용이 없도록 적절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미 국내 사용자들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44조에 따라 자신과 관련한 게시물을 임시차단하고 이의가 없을 때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데 ‘잊혀질 권리’를 과도하게 인정해 이중적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를 만들 때 국내·외의 구분은 없지만 국내 업체들에게 우선 적용이 되고 외국계 서비스의 경우 국내 기업만큼의 이용자 보호 부담을 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정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뤄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역차별적 규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토로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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