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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기자
등록 :
2020-11-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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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스프링

[스토리뉴스 #더]죽음 부른다는 ‘판스프링’…근본 문제 살펴보니

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날아온 물건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날아온 물건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쇳덩어리라면 뒤에 이어질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토록 끔찍한 결과를 야기하는 그 쇳덩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판스프링이다.

판스프링은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차량의 하부에 설치하는 강철 재질의 완충창치다. 탄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이 측면의 지지대 용도로 사용한다. 고정된 방식이 아닌 탈부착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달리는 화물차에서 도로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 5년간 수거된 차량 낙하물은 총 126만 6,480건, 그중에서 사고로 이어진 것은 217건, 23명이 다치고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기서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고는 극히 일부인 5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적은 사고 건수에 비해 중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는 등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판스프링이 ‘도로 위 흉기’라 불리는 것도 이러한 위험성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월 중부고속도로 상행선 경기도 이천 부근에서는 도로에 떨어져 있던 판스프링이 지나가던 버스 바퀴에 밟히면서 튕겨져 나가 반대편 승용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고 동승했던 예비신부 등 2명은 중상을 입었다.

2015년에는 날아온 판스프링에 머리를 맞은 피해 운전자가 뇌에 심한 손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판스프링 사고의 문제점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 즉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를 명확하게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천에서 발생했던 2018년 1월 사고도 판스프링을 도로에 떨어뜨리고 간 차량이 아닌 떨어진 판스프링을 밟아 반대편 차로로 날아가게 한 관광버스 운전자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관광버스 기사는 주행 중 도로에 떨어져 있던 판스프링을 미리 발견해 피하지 못하고 밟은 것이 죄가 돼 형사 입건됐다.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용의자가 된 꼴이다.
이러한 문제는 보배드림 등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판스프링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이어지는 중이다.

판스프링을 탈부착 가능하게 개조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화물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지지대는 판스프링이 아니더라도 차량에 고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자동차관리법 제34조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판스프링을 지지대로 사용하려면 차량에 한부분이 반드시 고정돼 탈부착이 불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고정방식이라고 해도 튜닝 승인 및 검사를 받아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많은 화물차들이 승인을 받지 않거나 탈부착 가능한 형태로 이용하고 있다.
계속되는 논란과 사고 등으로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 10월부터 화물차의 판스프링 불법 개조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특별단속이 시작되자 전국화물연대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단속 때문에 생업을 방해받는다는 주장이다. 반발은 전국으로 번지며 곳곳에서 기습적인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화물연대에서는 국토부의 특별단속이 유예기간 없이 진행돼 문제가 있다며 규탄한다. 기습적인 단속으로 화물차주들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벌금 처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판스프링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판스프링 사용을 막는 정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또한 단속으로 인해 판스프링을 사용하지 못하면 화물을 제대로 실을 수 없어,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운송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이러한 주장은 화물차주 사이에서만 통할뿐 국민들의 지지는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을 용인해달라는 주장이거니와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판스프링 관련 이슈의 해결을 위해서는 화물차주들이 판스프링을 왜 사용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적에 있다. 화물차주에게 과적을 요구하는 업체와 그것을 수용해 판스프링을 이용하는 화물차주 양측 모두가 문제다.

화물운송이 필요한 업체들은 운송비를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화물차주들에게 과적을 종용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안 해도 할 사람은 많다’는 식의 대처가 공공연히 깔려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 과적으로 이어진다.

화물차주들은 당장의 이익보다 적정중량 운송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적정중량을 넘어서는 의뢰는 누구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과적을 받아들이게 되면 결국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과적 단속에 걸렸을 경우 벌금도 본인 몫이다. 과적을 의뢰한 회사가 책임져주지 않는다.

관행은 결코 법 위에 설 수 없다. 그리고 그 관행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궁극적으로 법을 지키는 것이 본인에게 이득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글·구성 : 이석희 기자 seok@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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