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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M&A 일주일 뒤 결판…정몽규 마음 바꿀까?

11일까지 인수확정 못하면 금호에 SPA 파기 권한
채권단, 협상 문 열어놓지만 거래불발 기정사실화
마음굳힌 현산, 인수완주로 입장 바꿀 가능성 희박
계약금 최대한 확보·금호 측 귀책사유 입증에 초점

그래픽=박혜수 기자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맺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계약의 데드라인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HDC현산은 늦어도 오는 11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금호 편에 선 채권단마저 딜 지연을 맹비난하는 상황이지만, HDC현산의 답은 이미 정해졌다는 쪽으로 업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항공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은 이달 12일부터 HDC현산과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M&A 계약서에 따르면, HDC현산은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영업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이나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의 다음날까지 신주 취득을 마쳐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금호산업은 10영업일간의 최종 결정 시간을 줄 수 있고, 이후 SPA 해지가 가능하다.

마지막 선행요건이던 러시아 해외기업결합심사는 지난달 14일 통과됐다. 이를 기준으로 10일이 경과한 날은 지난달 28일이다. HDC현산이 신주 취득과 관련한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서, 데드라인은 10일을 추가한 8월11일이 됐다.

채권단은 HDC현산이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하지 않으면, 금호산업이 12일부터 SPA를 파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호산업 역시 지난달 말 ‘이달 12일 이후에는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는 내용공문을 HDC현산 측에 보내 협상 재개를 압박했다.

채권단은 전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HDC현산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HDC현산이 금호산업의 내용증명을 받은 직후에야 ‘12주간 재실사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인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HDC현산의 딜 지연 의도가 명백하기 때문에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한 한편, 최종 기한까지 시정조치가 없으면 M&A 무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협상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HDC현산의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이후 영업환경 분석과 재무구조 분석을 위한 논의는 가능하다”면서 “인수를 확정한다면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 조속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딜 무산으로 무게추가 기운 분위기다. 인수 의지가 약화된 HDC현산이 입장을 갑자기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업계에서도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HDC현산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 계약금 2500억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M&A 불발의 귀책사유가 금호 측에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HDC현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25%씩 위축됐다. 당기순이익도 33% 가량 빠져나갔다. 주력사업인 주택 분양이 올해 목표치의 20%도 채우지 못하는 등 부진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초 진행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은 흥행 참패로 끝났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주문 규모는 고작 30분의 1 수준인 11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SPA 체결 당시 기지급한 계약금 2500억원을 두손 놓고 빼앗길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간담회에서 “금호산업과 산은이 잘못한 것은 없다”며 “계약 무산의 모든 책임은 HDC현산에 있기 때문에 쓸데없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HDC현산은 계약금 반환 소송을 거쳐 일부 금액이라도 되찾아오는 구상을 그릴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HDC현산이 인수 포기 의사는 밝히지 않으면서 서면으로만 소통하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선행조건 미충족을 거론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HDC현산 측은 채권단 간담회 이후 “내부적으로 산은의 입장을 파악 중”이라며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지만, 사실상 먼저 계약을 파기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법적공방에서 유리한 근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HDC현산은 이번 M&A 불발에 따른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이미지가 크게 하락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미움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양측(금호산업과 HDC현산) 모두 시장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면서도 “신뢰를 받지 못하면 앞으로 여러가지 협의나 경제활동에 있어서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 무산에 따라 HDC현산이 향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코너에 몰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최종 담판을 지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정 회장은 두 차례 정도 이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논의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인수 철회로 마음을 굳힌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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