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과할까?…삼성 준법위 권고에 ‘장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이 부회장 사과 요구
30일 이내인 내달 10일까지 권고안에 답해야
이 부회장 직접 사과 가능성 높아진 최근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장고에 들어갔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직접 사과를 요구하면서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사과 메시지를 담은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과 그 수위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고위 경영진은 다음 달 10일을 기한으로 요청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쇄신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앞서 지난 11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에 권고문을 송부하고 30일 이내로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

이 권고문은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를 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삼성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 등을 이 부회장이 직접 표명할 것을 권고문은 제안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관계자는 “그간 삼성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며 “총수인 이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이고 향후 경영권 행사와 승계에 관해 준법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을 국민들에게 공표하여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 부회장이 직접 본인을 둘러싼 승계 이슈에 사과하라는 의미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달 5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이후 약 5주간에 걸친 숙고 끝에 이런 결과를 전달한 만큼 위원회 영속성을 위해서도 첫발부터 호흡해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이후 과거 법무실·법무팀 산하에 있던 준법감시조직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변경해 독립성을 높이고 이를 11개사로 늘렸다. 이와 함께 계열사 규모에 따라 변호사를 준법감시조식의 부서장으로 지정해 준법감시 전문성도 강화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당시에도 김지형 위원장은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준법감시위원회의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 운영 원칙에 대한 약속과 다짐을 받았다”며 “철저한 외부감시자 파수꾼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나온 잡음 속 삼성의 적극적인 대처와 재발 방지 대책도 이 부회장의 직접 사과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노조 와해 사건 1심 유죄판결이 나오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와 함께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에는 삼성그룹 17개 계열사가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 열람한 것을 사과했다. 이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직접 사과를 한 경험이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부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물려받은 직후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삼성서울병원의 부적절한 대응을 사과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메르스 환자 치료에 책임을 지고 사태 해결에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음압 병실을 확대하고 병원 전체 개조엔 100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7년 이후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을 받으면서도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을 통해 사과했고 삼성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석방 후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는 취재진이 심경을 묻자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환경이 움츠러든 상황에서 화성 사업장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라인 직원들과 차담회를 갖는 등 현장 경영 보폭을 넓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향후 움직임과 행보에 발맞추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로 그룹 승계와 무노조 경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를 기본으로 보다 넓은 틀의 약속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문을 받은 이후 내부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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