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은 기자
등록 :
2020-02-14 11:00

금융당국, 라임 사태 불러온 ‘모자펀드’ 손 본다

자사펀드간 상호 순환투자 금지
TRS계약 상대방 PBS로 제한
부실운용사는 패스트트랙 퇴출

금융당국이 1조7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라임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사모펀드 규제에 돌입한다.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꼽힌 자사펀드 간 상호 순환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의 경우 거래상대방인 증권사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로 제한키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당국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오는 3월 초 구체적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52개사, 1786개 사모펀드 실태점검을 통해 자산운용 현황과 유동성자산 보유현황, 투자구조 등을 점검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위험한 운용 형태나 투자구조를 갖고 있지 않았으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미비한 점이 발견됐다.

운용사의 경우 내부통제와 손해배상책임 능력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사와 PBS증권사의 경우 리스크보다 판매를 우선하거나 감시·견제나 레버리지 관리 등이 미흡했다. 투자자 역시 정보 부족으로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됐다.

◇핀셋형 사모펀드 규제안…투자자 보호 강화=금융당국은 취약점 해소를 위해 ‘핀셋형’ 제도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은 유지하되 투자자 스스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필요 최소한의 규제를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모(母)·자(子)·손(孫) 구조 등 복층 투자구조에 대해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자사펀드 간 상호 순환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복층 구조 내 만기 미스매치와 관련해 유동성 규제를 도입한다.

특히 사모사채·메자닌 등 비유동성 자산 비율이 높은 경우 개방형 펀드로 설정할 수 없다. 개방형 펀드에 대한 주기적인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의무로 하는 한편 폐쇄형 펀드로 설정하더라도 펀드자산의 가중평균 만기 대비 펀드 만기가 현저히 짧은 경우 펀드 설정을 제한한다.

TRS계약의 경우 레버리지 목적의 TRS계약의 거래상대방을 PBS로 제한한다. 현재 일부 운용사들이 PBS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증권사들과 TRS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사모사채, 메자닌 등에 투자하고 있으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번 라임 사태처럼 손실 발생 시 후순위 투자자들이 손실이 커질 수 있는 문제점을 감안해 차입을 통한 운용여부 등을 집합투자규약에 사전 반영하고 선순위자로 인한 손실확대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충실히 고지해야 한다.

또 TRS계약에 따른 레버리지를 펀드자산의 400%로 제한한다. 만약 거래상대방 증권사가 일방적으로 조기계약을 종료할 경우 투자자 피해 방지방안을 강구해 차입 운용에 대한 투자자 보호도 강화할 계획이다.

◇부실 운용사는 패스트트랙으로 퇴출=부실 운용사 퇴출도 늘어난다. 자본금 유지요건인 7억원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운용사에 대해선 패스트트랙으로 퇴출한다. 2015년 19개사에 불과하던 전문사모운용사는 지난해 말 217개사로 급증했고, 이 과정에서 부실업체도 늘어났다. 당국은 검사·제재심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금융위에 상정해 신속한 퇴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의 자율규제(SRO)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감독당국 보고의무를 강화해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예방적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모펀드 시장 위축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시장 신뢰 회복’을 우선 강조했다.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 고유의 순기능을 고려했기에, 제도개편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라임 펀드와 관련해 금감원은 상주 검사반을 지난 13일부터 파견했다고 밝혔다. 현재 접수된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 214건에 대한 사실조사를 기반으로 투자자 피해 구제와 위법행위 규제에 나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의 상환·환매연기 펀드 관련 분쟁조정 및 검사·제재 절차는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엄정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밀착 모니터링을 통해 유사사례 발생 시에도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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