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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9-11-13 15:31

‘아시아나 매각 완수’ 이동걸, 금호家 악연도 종지부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HDC-미래에셋’
이 회장 바람대로 탄탄한 자금력 갖춰
산은-금호 ‘불편한 10년 동행’ 끝날 듯
‘KDB생명·대우건설 매각’ 여전한 과제

사진=뉴스웨이 DB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장장 7개월여를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을 완수하며 또 하나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매듭지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등으로 얽혔던 산은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10년 악연’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전날 이사회에서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양측은 추후 세부적인 계약조건을 논의한 뒤 이르면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며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탄탄한 자금력을 지닌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자처하면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 됐다. 한 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위한 ‘가성 매각’ 의혹이 불거졌고 흥행에도 실패하면서 우려가 짙었지만 결과적으로 ‘능력있는 주체’가 이 기업을 가져가야 한다는 그의 바람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HDC-미래에셋’ 측 제시 가격으로 알려진 ‘2조5000억원’도 시장에서 거론한 적정 인수가(약 2조원)를 크게 웃돈다.

사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동걸 회장이 주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 사태’를 기점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압박했고 끝내 박삼구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항공업을 포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맡기는 대신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박삼구 전 회장 측 자구계획안에 산은이 ‘퇴짜’를 놓은 게 결정적이었다. 대주주와 회사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채권단이 ‘1원’도 지원해줄 수 없다는 이동걸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장면이다.

이로써 산은과 금호아시아나의 ‘악연’도 종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2009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며 산은과 불편한 관계를 시작했다. 2002년 그룹 회장에 오른 박삼구 전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10조원 이상을 쏟아 부은 뒤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다. 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자율협약 체제에 놓였다.

이후 박삼구 전 회장은 그룹이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지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채권단인 산은과도 자주 충돌하게 됐다.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내려놨다가 복귀한 2010년,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의 합병을 강행한 2017년말에도 그는 번번이 산은 측의 반발을 샀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는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산은이 중국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벌이던 와중에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선언한 게 화근이었다. 이에 이동걸 회장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그와 대면해 우선매수권 포기와 ‘상표권’ 사용 협조 등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재인수 기회를 빼앗았다는 점에서 둘의 감정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때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순조롭게 풀리면서 당분간 산은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얼굴을 붉힐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 측으로서는 일단 아시아나항공을 넘기게 됐지만 매각 대금을 활용해 그룹의 명맥을 유지하고 담보로 잡힌 ‘금호고속 주식’도 되찾아올 수 있다.

물론 산은 내 금호아시아나의 그늘이 모두 걷힌 것은 아니다. KDB생명과 대우건설의 매각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산은은 경영난에 빠진 금호그룹을 지원하고자 2010년과 2011년 KDB생명, 대우건설을 각각 사들였고 구조조정을 거쳐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아직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서다.

현재 산은은 KDB생명과 관련해선 네 번째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매각 가격에 대해 시장과 인식차가 크고 생명보험업황이 좋지 않아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이동걸 회장의 의지가 강해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산은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산은은 지난 4월 KDB인베스트먼트 설립 후 그간 사모펀드 형태로 보유하던 대우건설 지분을 넘겼다. 다만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라 한동안 체질 개선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감사 중 이동걸 회장은 “두 차례 유상증자를 포함해 KDB생명에 산업은행 자금 80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면서 “조금 더 받으려 안고 있는 것보다 원매수자가 나왔을 때 파는 게 비용을 최소화하고 시장에도 좋다고 판단해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우건설에 대해선 “산은이 할 수 있는 재무적 구조조정은 끝났고 기업 가치 제고 등 작업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며 매각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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