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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철 기자
등록 :
2018-04-02 14:30

수정 :
2018-05-15 15:11

석유공사 망친 MB의 남자들

노조·참여연대, 최경환 전 장관 검찰 고발
하베스트 사업 추진한 소망교회 인연 강영원
‘날’ 헐값 매각한 석유공사 내부출신 서문규
김정래 전 사장, 퇴임 전 사업재개 시도 논란

최근 한국석유공사와 관련된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자원외교’를 펼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과거 석유공사 사장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석유공사 하베스트(Harvest) 사업 책임자로 지목받는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발당함에 따라 해외자원개발 사업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여연대·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등 9대 단체로 구성된 ‘MB자원외교 진상규명 국민모임’과 석유공사 노조는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전 장관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 전 장관에 대해 “석유개발 사업 업무를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베스트 부실 인수를 지시 또는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하베스트 부실인수는 지난 2009년 10월 석유공사가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시장 가격보다 높게 사들인 사건을 말한다. 최 전 장관은 지난 2009년 9월 이명박 정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10월 석유공사의 캐나다 석유 기업 하베스트 인수를 이끌었다. 이같은 하베스트 인수 사업은 석유공사 대규모 손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석유공사의 부채는 지난 10년간 18조6000여억원에 이르는 등 무려 19조 가까이 발생했고 부채비율은 529%에 이르는 상황에 다다랐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석유공사는 16개국 해외 사업 27건을 추진해 약 209억33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97억7000만 달러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사업이 진행될 동안 석유공사 사장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에 소망교회 출신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고소영 정권’(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당시 석유공사 10대 사장인 강영원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망 교회 인맥으로, 이명박 정부 자원 외교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했다.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대형화 전략에 따라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등 창사 이래 이뤄진 대부분의 대형 인수·투자 사업들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에 엄청난 국고 손실을 안긴 혐의로 2015년 7월 구속기소 됐지만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판결문을 살펴보면 “강 전 사장은 하류 사업이 석유공사의 사업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최 전 장관과) 면담을 마치고 나서 최 전 장관이 하류 부문을 포함한 하베스트 전체 인수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장관 면담 직후 정부종합청사에 동행했던 김성훈 부사장과 신유진 신규사업 처장에게 하베스트 전체 인수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나온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강 전 사장은 2009년 최 전 장관을 만난 직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인수 금액 4조 원이 넘는 하베스트 인수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며 “강 전 사장은 내부 검토나 의견 수렴을 통해 하베스트 인수의 적정성, 인수로 인한 손해 발생 가능성 등을 신중히 검토했어야 하나, 이런 점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전 사장을 뒤이어 취임한 서문규 전 석유공사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석유공사 사장 고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석유공사 11대 사장으로 부임해 하베스트의 정유 부문 부실 자회사 ‘날’을 헐값에 매각해 논란을 일으켰다. 서 전 사장은 2014년 11월 시장 상황의 악화로 인해 5년간 1조59억 원의 손실을 입은 날을 미국계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에 불과 338억 원에 매각했다. 즉 부실자산으로 적자가 쌓이자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매각했고, 1조원의 천문학적 손실을 본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현대중공업 사장 출신인 김정래 전 석유공사 사장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김 전 사장이 현대건설에 입사한 다음 해 사장 자리에 오른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전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한 소방수 역할로 부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전 사장은 하베스트 사업을 지탱하기 위해 수천억원대의 사옥을 매각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또 김 전 사장은 퇴임을 한 달 앞두고 하베스트 광구 사업을 재개하는 등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물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7월 27일 제475차 이사회에서 “유동성 위기 방지와 계속기업 이슈 해소를 위해 무보증 채권의 차환은 필요하며, 하베스트사는 자체적인 채권발행이 불가능해 공사 보증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당시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이사회 내부에서 하베스트 지급보증 건을 두고 반대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정래 전 사장은 “현재의 석유 가격이 앞으로도 한 5년간 지속한다면 어떻게 보면 희망이 없다”면서도 “청산, 매각을 포함한 정리보다는 끌고 가면서 기회를 보는 게 전체적인 석유공사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노후 유전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회생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하베스트 사업을 재개하려던 것이다.

이후 김 전 사장은 채용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석유공사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결국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10월 스스로 물러났다. 김 전 사장은 2017년 7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선정한 10명의 적폐기관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주현철 기자 JH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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