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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볼모잡는 정치은 ‘이제 그만’

[정치를 혁명하라]기업 볼모잡는 정치은 ‘이제 그만’

등록 2016.04.26 07:58

강길홍

  기자

경제활성화법 등 경제법안 발 묶여총선 공약에 기업 유치 내세우기도인위적인 제멋대로 구조조정 역효과삼성·한화 사례 활성화 지원 나서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0대 총선 울산 지원 유세차 찾은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0대 총선 울산 지원 유세차 찾은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없도록 새누리당이 만들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조원대 적자에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기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물론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책에도 반한 것이어서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을 둘러쌓 다양한 경영환경 중에서 정치권은 최대 변수로 꼽힌다. 기업을 볼모로 하는 정치권 개입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후진적인 정치권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삼성전자가 공약에 등장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부품 공장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사전에 협의된 내용도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부품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장기적인 계획만 발표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정치권에서 공장 건립을 거론하니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정치권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어렵다. 해명자료를 통해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이며 구체적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검토한 바가 없다”고만 밝혔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총선 이틀 전 10대 기업의 사업을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 유치하는 방안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만나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쉽게 할 수 없도록 새누리당이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장 건립은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경영판단이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최적의 상황 판단을 거쳐 가장 효율적인 장소에 추진해야 한다. 잘못된 공장 건립은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해가 될 수 있다. 결국 이와 같은 판단은 개별기업이 내려야 한다. 정치권의 강요로 잘못된 공장 건립이 진행된다면 오히려 뒷수습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지역경제 발전을 빌미로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발전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게 될 뿐이다. 기업 유치 활동은 오히려 지자체에서 나서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선거 때마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기업이 필요할 때는 오히려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다. 경제계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경제활성화법은 여전히 처리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19대 국회가 마지막 임시국회 개최하면서 불씨를 살렸다. 임시국회를 통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 경제활성화법을 통과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19대 국회은 법안처리율이 4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여야는 민생법안, 경제활성화 법안을 최대한 통과시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결과가 주목된다.

정치권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것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입맛에 따라 제멋대로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총선 이후 정국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지만 여야의 의견이 엇갈린다.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여야가 뜻을 모으고 있지만 방법 등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고용 문제와 관련해 여당은 경제활성화법 처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실업급여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여야의 엇갈린 정책도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구심도 나온다.

20대 국회가 3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주도권 경쟁에 따른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국의 혼란으로 오히려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해운·조선 업계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 등 5개 산업 분야를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는 발언으로 정부발 구조조정이 촉발됐지만 구체적인 방안으로 나오지 않는다. 특히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해운업계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 부총리가 직접 언급한 현대상선이 대표적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80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에 대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채권단의 지원이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용선료 조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최근 산업은행 자회사 편입설이 나오는 등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조선3사는 6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올 1분기 조선업계 수주실적은 지난해 1분기의 30% 수준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맡기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하지만 두 기업 중 어느 곳도 선뜻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선업계 오너들과 정치권과의 관계에 따라 인수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기업 자율로 진행해야 할 인수합병(M&A)에 정치권이 개입함으로써 자칫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처럼 업계 스스로 필요에 따라 추진하는 M&A가 결국을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에 떠넘기면 오히려 잘하는 기업까지 무너지게 만들 수 있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삼성과 한화의 사례가 많아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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