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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지 마세요"···규제 첫 주, 편의점주는 몰래 검은 봉투를 건넸다

르포

"신고하지 마세요"···규제 첫 주, 편의점주는 몰래 검은 봉투를 건넸다

등록 2022.11.26 08:01

조효정

  기자

24일부터 편의점·카페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모호한 규정·홍보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친환경 봉투·종이 쇼핑백 발주 재개···수급 난항

번화가, 대학가, 주택가 등지 편의점 4사에서 봉투를 요청했을 때 제공해준 각기 다른 봉투 및 종이쇼핑백들. 대체 봉투를 준비하지 못해 일회용 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지점도 있었다./사진=조효정기자번화가, 대학가, 주택가 등지 편의점 4사에서 봉투를 요청했을 때 제공해준 각기 다른 봉투 및 종이쇼핑백들. 대체 봉투를 준비하지 못해 일회용 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지점도 있었다./사진=조효정기자

지난해 12월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24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고 일회용품 규제가 시행되며 편의점 등 일선 현장에선 혼란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환경부가 예외 사항을 허용해 기준이 모호해진데다 편의점 본사에서도 일관된 기준을 점포에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손님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이 감내해야하는 상황이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확대된 지 이튿날인 25일, 도심지, 대학가를 비롯한 번화가와 주택가 등지에서 일회용품 규제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매장을 찾아볼 수 있었다. 본사로부터 공지를 제대로 안내 받지 못하거나, 친환경 봉투 및 종이 쇼핑백, 종량제봉투를 아직 발주 및 준비하지 못한 매장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심지 한 CU 매장에선 일회용품 규제 시행 흔적이 일절 없었다. 매장 외부 및 내부에는 안내 문구 및 포스터가 부착돼있지 않았다. 계산대에 물건을 올리고 봉투를 달라고 하자 점장은 "봉투 이제 못사는 거 아시냐. 손으로 다 들고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종량제 봉투나 종이봉투도 없냐'는 질문에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정부에서도 회사에서도 제대로 공지 받지 못해 혼란스럽다. 친환경 봉투도 발주를 정지해 놓은 상태다. 한 한 달 뒤나 종이봉투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 모두 맨손으로 구매한 상품을 들고 가야 하니 불편하겠다. 한 달은 너무 길다'고 말하자 점장은 "몰래 주겠다. 신고하지 말아달라. 일회용 봉투는 돈을 받을 수 없다"며 계산대 아래 숨겨져 있던 검은색 일회용 봉투를 건넸다.

이와 관련해 BGF리테일 측은 "22일부터 친환경 봉투 발주를 시작했다. 하루 이틀이면 받아볼 수 있다. 전 매장에서 일회용 봉투를 결제할 수 없게 시스템 돼 있다. 본사에서 대체 봉투에 대해 공지하고, 지점별 관리자가 안내하고 있지만 아직 하루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거 같다. 이른 시일 내에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박혜수기자그래픽=박혜수기자

지난 24일부터 전국에서 일회용품 제한이 확대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서 비닐봉투 무상 판매가 중단됐다. 또 식당·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사용이 제한됐다.

이번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 조치는 2019년 대형매장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이후 첫 확대 조치다. 이에 따라 23일까지는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와 165㎡ 이상인 슈퍼마켓에서만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으나 24일부터는 편의점·제과점 등에서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다른 지역 다른 브랜드 편의점 매장을 찾았지만, 일회용품 규제 안내 포스터는 단 한 곳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친환경 봉투를 제공하는 곳은 단 한 곳이었다. 한 대학가의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는 친환경 봉투를 50원의 가격에 판매했다. 다만 관련 포스터를 보거나 직원으로부터 규제 관련 안내는 받지 못했다.

환경부는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장 일회용품 사용억제'에 EL 724(생분해성 수지)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제품은 일회용품에서 예외 적용했다.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다른 일회용품들과 달리, 생분해성 수지 제품들은 오는 2024년 말까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봉투는 일회용 봉투보다 잘 찢어져 이용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종이쇼핑백 및 종량제 봉투보다는 덜 찢어지고 이용이 편해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면서 "이마저도 24년 말까지만 허용되기 때문에 일관성 없는 환경부의 재활용 정책이 현장의 혼선을 가중하고 있다. 계도 기간 부여뿐만 아니라, 가이드라인 상에 친환경 제품의 예외 적용에 관한 사항을 모호하게 기재했다.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가 다시 재발주를 시작해 편의점주 사이에서 불만이 나왔다. 일부러 친환경 봉투를 발주 안 하고 버티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점주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일회용품 금지 방침이 아니라 인식이다. 오는 손님마다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불편하다. 정부에서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을 방문한 30대 직장인 김 모 씨도 "일회용품 금지가 시행된 지 전혀 몰랐다. 빨대와 스틱은 어떻게 되는지, 편의점 내 나무젓가락은 어떻게 되는지 기준도 모호해서 혼란스럽다. 매장에 안내도 제대로 돼 지 있지 않다. 적극적인 홍보 및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방문한 편의점 4사 중 일회용품 규제 관련한 안내 포스터는 GS25매장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매장 내 나무젓가락 사용은 외예적으로 허용됐지만, 이와 관련한 안내도 제공 돼있지 않다. 일부 고객들은 일관적이지 않은 기준 및 안내로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사진=조효정 기자방문한 편의점 4사 중 일회용품 규제 관련한 안내 포스터는 GS25매장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매장 내 나무젓가락 사용은 외예적으로 허용됐지만, 이와 관련한 안내도 제공 돼있지 않다. 일부 고객들은 일관적이지 않은 기준 및 안내로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사진=조효정 기자

다른 대학가의 GS25 매장에서 유일하게 일회용품 규제 안내 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계산대 근처 벽면과 카드를 꽂는 기계에 안내 포스터가 다른 사이즈로 붙어있었다. 직원은 종량제 봉투만 구비돼 있다고 안내했다. 포스터에 안내돼있는 종이쇼핑백은 구매할 수 없냐는 질문에 직원 '사재' 종이쇼핑백을 제공했다. 돈을 안 내도 되냐고 묻자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해서 일시적으로 매장에서 사비를 들여 남아있는 종이쇼핑백을 한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종이쇼핑백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주택가의 이마트24 매장에서는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고 있었다. 종이쇼핑백이나 친환경봉투는 없냐는 질문에 "아직 준비되지 못했다. 아직은 본사로부터 확실한 공지를 받지 못했다. 며칠 내로 본사에서 제대로 안내하고 준비해주지 않겠냐"고 답했다.

또 "다행히 종량제 봉투는 구했지만, 고객들의 불만이 크다. 예전 디자인이어서 손잡이가 없어 한 손으로 봉투를 들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정책만 밀어붙이고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든, 본사든 해결책을 빨리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24 측은 "본사에서는 친환경 봉투와 종이 쇼핑백을 모두 준비해놓고 지점에 공지했다. 특히 종이 쇼핑백은 50원대 제품도 있어 가격경쟁력을 가진다. 친환경 봉투, 종이 쇼핑백 발주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점주의 재량에 따라 준비된 봉투가 매장별로 상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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