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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국민도’ 반기업 정서 확산··· 경영권 승계 ‘첩첩산중’

[신년기획]‘정부도 국민도’ 반기업 정서 확산··· 경영권 승계 ‘첩첩산중’

등록 2018.01.09 07:10

임정혁

  기자

기업 투명성과 경영권 승계 관심 높아져공정위 “공익법인 출연 과정 보겠다” 예고오너 일가 구분 벗어난 ‘정부 역할론’ 대두

지난 2016년 12월 열린 국정조사 재벌총수 청문회. 사진=뉴스웨이DB지난 2016년 12월 열린 국정조사 재벌총수 청문회. 사진=뉴스웨이DB

2018년 문재인 정부 2년 차를 맞이하면서 재계로 쏠린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경영권 승계다. 한국전쟁 전후의 창업주 세대부터 최근 3~4세대까지 이어진 대다수 대기업 내 경영권 승계를 놓고 반기업 정서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에 최근 정부 차원에서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해 새해부터 관련 사안이 핵심 이슈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재계에선 투명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인지하면서도 ‘오너 일가’ 프레임에서 벗어나 무조건 규제가 아닌 합리적인 방법 모색도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 사외이사와 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공정거래법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인다. 대다수의 불합리한 경영권 승계가 이를 통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국정농단 사태에 얽혔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이 그 단초다. 이에 맞서 “승계를 위한 청탁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이 부회장의 해명 모두 사실관계를 떠나 과거부터 이어진 이러한 인식의 한 단면이다. 한국 사회 내 관행처럼 내려온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 구조와 연결돼 정치적 사안까지 번진 셈이다.

이 가운데 재야에서부터 ‘재벌 개혁론’을 외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직후 꾸준히 재벌 개혁과 지배구조 개선을 내거는 동시에 새해부턴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고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야 한다”며 “더욱 철저한 혐의입증과 분석을 통해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고 중소기업의 거래기반을 훼손하는 일감몰아주기를 이제는 근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바람직한 기업 모습은 기업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것”이라며 “재벌들에게 스스로지배구조와 관행들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자구책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취임 직후 연말까지 유통·가맹 분야 하도급에서 ‘갑질 개선’에 집중한 것을 토대로 새해부터는 재벌 개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재계에 따르면 당장 공정위가 승계와 관련해 들여다보고 있는 지점은 ‘공익법인’에 대한 계열사 주식 출연이다. 공정위가 묶은 삼성이나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 집단이 장학사업과 문화사업을 위해 만든 공익법인에서 세금 혜택 등을 받아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의심이다.

그간 기업은 공익법인을 만들면서 계열사 주식을 출연했는데 이 지분이 경영권 편법 승계에 악용됐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57개 대기업 집단에 각 그룹이 가지고 있는 비영리법인 자료를 이달 중으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한 재계 인사는 “현행법을 전부 지키면서 경영권을 승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며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냐 아니냐라고만 보고 끝낼 게 아니라 능력 중심의 투명한 경영 승계를 위해 법리적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정부에서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창업주한테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총수가 있는 곳은 포스코(6위)와 농협(10위)을 제외한 8개다. 삼성그룹(이건희), 현대차그룹(정몽구), SK그룹(최태원), 한화그룹(김승연), 현대중공업(정몽준) 등 5개 그룹은 창업주 2세가 이끌고 있다. LG그룹(구본무)과 GS그룹(허창수)은 창업주 3세가 경영 중이다. 창업주 본인이 동일인인 곳은 롯데그룹(신격호)이 유일한데 사실상 그룹 경영은 2세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하고 있다. 3세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도 사실상 경영 핵심 역할을 맡는 것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사장, 이경후 CJ 상무, 허철홍 GS칼텍스 상무,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 구동휘 LS산전 상무,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승진했다. 오너일가 자제가 승진과 동시에 경영 수업을 받던 관행에 비춰 이쪽에도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경영권 승계를 반드시 막겠다는 정부 기조가 강해지면서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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