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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강용석, 셀프디스 예고는 허세였나? 불편한 그의 자신감

[NW기획] ‘SNL’ 강용석, 셀프디스 예고는 허세였나? 불편한 그의 자신감

등록 2014.09.29 13:35

이이슬

  기자

“대통령이 꿈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나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SNL코리아5’에 나간다. 아주 센 방송이 될 것 같다. 기대해달라”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열린 tvN ‘더 지니어스 시즌3’ 기자간담회에서 강용석이 한 말이다.

강용석은 이날 그의 발언과 관련해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사과나 화해를 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니다. 프로그램 홍보를 하기 위해 나왔다”고 못박았다. 강용석은 기세등등해 보였고, 기자간담회 내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옆 자리에 앉은 하연주를 향해 “이분 배우인 걸 아셨나요?”라고 돌발 질문해 동료를 당황케 했고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정종연 PD의 장황한 발언이 이어지자 기자를 향해 “기사에 쓸 내용이 없으시죠?”라며 정PD를 디스했다.

논란 속에도 그는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다음날 방송을 앞둔 ‘SNL코리아5’를 기대하게 한 것도 사실. 방송 당일 오전, CJ E&M 측은 강용석의 방송이 ‘셀프 디스의 끝판왕이 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예고했다. ‘얼마나 세길래?’ 궁금했고, 기대는 증폭됐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열린 tvN ‘더 지니어스 시즌3’ 기자간담회에서 강용석과 하연주가 웃음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김동민 기자(life@)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열린 tvN ‘더 지니어스 시즌3’ 기자간담회에서 강용석과 하연주가 웃음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김동민 기자(life@)


◆ 강용석은 ‘셀프 디스’의 의미를 모르나?

오프닝에서 MC 신동엽은 “딱히 싫어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라며 강용석을 소개했다. 이 멘트가 그날의 방송을 염려하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강용석은 “가족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서 나왔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하며 “객석에 두 아들이 자리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메라는 두 아들의 굳은 표정을 비췄다. 이에 신동엽은 “좀 웃으라”고 말해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가장과 아버지의 이미지를 통해 대중에게 그 동안의 발언으로 형성된 비호감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인상을 안겨 방송 초반부터 신뢰가 떨어졌다. 설정 냄새가 물씬 나는 멘트의 오프닝을 접한 시청자들은 ‘SNL’ 특유의 풍자와 화끈한 놀리기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강용석은 지난 2011년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인해 아나운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불구속 기소됐으며, 파기환송심서 서울서부지법 제 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에 의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사건과 관련해 MBC 전(前) 이지애 아나운서는 강용석의 발언을 언급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침묵을 깨고 강용석은 지난 25일 자신이 출연하는 JTBC ‘썰전’에서 사과를 구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27일 ‘SNL’을 출연을 앞두고 시기적절한 사과였다.

27일 ‘SNL코리아’는 강용석 편은 그가 가진 논란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유세윤과 함께한 콩트에서 유세윤은 “용석이가 낮에 술을 먹고 방송반 여학생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며 그의 발언을 언급하며, “난 본성이 쓰레기”라고 셀프 디스했다.

자신이 나서서 본인의 과오를 직접 질책하는 것으로 상대의 비난을 예방하는 ‘셀프 디스’ 방식을 통해 대중에게 어느 정도는 호감을 줄 수도 있다.

이와같은 강용석의 셀프 디스는 ‘썰전’에서 김구라에게 당하던 그 모습과 겹쳐지면서 누군가를 짓밟던 행동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당하는 것으로 쇄신하려는 꼴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또 만일 그렇게라도 이미지 세탁을 하려 했다면 정말 화끈하게 했어야 했다. 게스트의 매니저 일상을 통해 게스트를 ‘셀프디스’하며 웃음을 주던 ‘극한 직업’이 모습을 감췄고, 그 자리를 ‘캐스팅’이라는 어색한 콩트가 대체했다.

더불어 사전 제작된 영상에서는 고소를 밥 먹듯이 하는 모습이나, 비호감으로 자리 잡은 그의 모습에 대해 언급하며 웃음도, 풍자도 없는 김빠진 콜라와 같은 인상을 줬다.

강용석 / 사진 = tvN 'SNL 코리아5'강용석 / 사진 = tvN 'SNL 코리아5'



◆ 웃음도 풍자도 없는 호스트, 왜 출연해야 하나?

웃음도 풍자도 없는 김빠진 콜라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거면 왜 강용석을 호스트로 출연시킨걸까? 유세윤의 ‘자수구찌쇼’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자수구찌쇼’는 개로 변신한 유세윤에게 출연 게스트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취지의 코너다.

이날 방송에서는 속마음이나 허심탄회한 자기 반성은 없었다. 강용석은 “어렸을 때 행복하지 않았다”는 동정에 기댄 말이나, “꿈이 대통령”이라는 자기 홍보를 되풀이했다. 그의 진정성에 지루함을 느꼈는지 유세윤은 옆에 앉아있던 ‘쇼미더머니’ 출신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고 웃음은 거기서 나왔다.

강용석은 ‘SNL코리아’와 같은 계열사인 CJ E&M의 ‘슈퍼스타K’, ‘화성인 바이러스’를 비롯해 현재 그는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진행 중이다. 어떻게 보면 제 식구인 셈. 또 그는 내달 2일 tvN ‘더 지니어스 시즌3’ 출연도 앞두고 있다. 자사 프로그램의 흥망이 걸려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까? 이날 방송은 강용석의 셀프 디스가 아닌 셀프 홍보만이 남았다.

◆ 이러한 ‘선 지키기’는 어땠을까?

‘SNL코리아’는 ‘위크엔드 업데이트’를 폐지를 강행하며 풍자를 잃고, 어중간한 ‘19금’으로 웃음을 주던 프로그램 안에 고군분투하던 MC와 크루들에 대한 이미지 반감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출연 호스트가 위험을 안고 있다면, 또 논란을 피해가고 싶다면 과연 출연시킬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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