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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TALK]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이전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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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자산 ‘1000조원’ 앞두고 운용성과 저하 논란 지속
국민연금 고갈 우려 커지는데 ···잇따른 인재 이탈 전문성↓
지방 고립돼 정보력 뒤처져···‘집적 경제’ 외면한 졸속행정
정치적 이유로 내려간 기금운용본부···“정부 결자해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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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기금운용본부가 왜 여의도가 아닌 전주에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역 인재들이 기금운용본부에 배치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전북 발전을 논하기 앞서 2200만 명의 노후자산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국민연금공단 직원 A씨는 증권기자인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전주로 내려간 이후 운용역 인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있었는데요. 국민연금의 연봉 수준은 민간 운용사들보다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지방에서 근무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국민연금공단은 본사가 이전한 2017년 이후 운용역들의 근무기피에 따른 국민연금 운용성과 저하 논란에 시달려왔습니다. 원래 매년 10명을 넘지 않았던 국민연금 운용직 퇴사자들은 본사 이전 이후 2년간 60명이 넘었고, 지난해에도 30명에 달했습니다. 운용자산은 매년 급증하며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데 정작 운용할 사람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죠.

전주에서 근무해야 하는데 연봉과 성과급 등 처우도 민간 운용사에 비해 훨씬 열악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의 국민연금공단은 능력 있는 펀드매니저의 단순 ‘스펙’에 불과합니다. 기금운용본부에서 큰돈을 굴렸던 경력이 있으면 좋은 조건에 민간 자산운용사로 이직할 수 있거든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은 인력 수급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수백조원의 돈을 운용하려면 각종 기관과 금융회사 지점들이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정보력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의미있는 운용성과를 거두려면 말이죠.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주변엔 온통 주택과 아파트뿐입니다. 기금운용본부가 들어선 전북혁신도시엔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전북지방환경청,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대학 정도만 눈에 띄는데요. 정작 기금운용본부와 관계를 맺을만한 금융기관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금융기관들이 국민연금 하나만 보고 여의도 대신 전주를 택하기엔 리스크가 컸을 겁니다.

이렇듯 전주에서 사실상 고립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자체적인 전문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 해외주식 액티브 전략을 전액 위탁운용 중인 국민연금은 천문학적인 수수료를 해외 자산운용사들에게 주고 있는데요. 패시브 자산의 직접 운용비중도 38.9%에 불과합니다. 국내주식 투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신영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에 맡기고 있죠.

국민연금에 따르면 패시브 직접운용의 수익률은 33.35%(2019년 기준)을 기록했지만 액티브 위탁운용은 31.20%에 머물렀습니다. 기껏 수수료를 들여 위탁운용하고도 오히려 운용성과는 떨어진 셈인데요. 국민연금은 액티브 전략을 단계적으로 직접운용에 도입하기로 했지만 직접 돈을 다룰 여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한 ‘전주혁신도시’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계획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서울과 같은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기금운용본부는 일반적인 공공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금운용본부는 여의도 한복판에서 금융기관들과 소통하며 각종 투자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버스조차 드물게 다니는 아파트 숲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물며 지역 인재가 기금운용본부에 적극 채용되는 것도 아니라고 하죠.

경제용어 중에 ‘집적 경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특정공간에 밀집해 있으면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얻게 된다는 뜻인데요. 우리나라엔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가 있고, 미국엔 첨단산업의 메타로 불리는 실리콘 밸리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산을 쥔 기금운용본부는 금융과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홀로 고군분투 중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인력난뿐만 아니라 국내주식 과매도, 일관성 없는 주주의결권 행사 등으로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서울로 올라와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본부가 한국거래소처럼 서울 여의도에 ‘운용본부’를 따로 둬야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금도 국민연금공단의 ‘관리’ 역할과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업무는 명확히 나눠져 있거든요. 따라서 기금운용본부만 여의도로 올라오면 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일관된 지적입니다.

그런데도 기금운용본부가 여의도로 오지 못하는 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일 겁니다. 전라북도는 기금운용본부가 서울로 가면 혁신도시의 금융산업 활성화는 물 건너가게 된다며 날을 세우고 있는데요. 정부 입장에서도 ‘전북혁신도시’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매년 1%p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기를 6년 가량 늦출 수 있다고 하는데요. 가뜩이나 출산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국민연금만큼은 미래세대들에게 확실한 기댈 곳이 돼야 합니다.

따라서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재이전은 더 이상 희망고문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봅니다. 국민연금 운용성과 개선을 위한 담론은 충분히 형성된 만큼 이제 정부의 ‘결자해지’만이 남았습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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